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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1 스페셜

최소한의 테크를 위한, 최대한의 가이드 (1)

2023.11.17

스마트폰 전원을 끄는 데 눈물이 났다. 슬픈 발라드를 들어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내가 고작 전자 제품을 끄는 데 눈물이 나다니. 꺼이꺼이 울진 않았지만, 마음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그 스마트폰의 모델명은 LG G4. LG전자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을 따라잡기 위해 출시한 폰이다. 스마트폰 후면에 가죽을 덧대 고급스러워 보이지만 오염에 취약하고, 흠집도 잘 생겼다. 나는 그 폰을 취업 준비생 시절을 포함해 ‘3년’ 동안 썼고, 액정에 금이 가버려서 어쩔 수 없이 바꿨다. 쉽게 금이 간 게 벌써 두 번째였으니까. 수리 센터에서 들은 말이 기억난다. 기사님은 액정 수리비를 얘기해줬고 나는 그 금액이 G4를 중고로 하나 사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걸 알았다. 두 번의 금, 그 이상의 수리비가 부담스러웠던 나는 기기 변경을 위해 전원 버튼을 꾹 눌러 폰을 영원히 꺼버렸다.

사실 그 3년 동안 나는 많이 외로웠다. 진정한 군인이 되기 위해 4주 훈련을 받는 것처럼 3년 동안 친구와 약속을 거의 잡지 않았고, 고독하게 독서실을 다녔다. 그 시절의 나는 우울했다. 일주일에 웃는 시간이라고는 금요일 저녁 1만 원짜리 프라이드치킨을 먹으며 맥주를 마실 때뿐이었다. 아무도 내가 어떤 나날을 보냈는지 모르지만, 딱 한 녀석, G4만이 안다. 나는 폰의 전원을 끄며 생각했다. ‘내가 그동안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너는 다 알고 있을 텐데….’ 나를 가장 잘 아는 게 사람이 아니어서 묘했다. 액정이 깨진 스마트폰을 끄는 게 마치 돈이 없어서 치료를 포기하는 것 같은 기분이라 죄책감이 들었다. 지금 내가 한 이야기는 조금도 미화되거나 과장되지 않았다. 테크 덕후가 아니어도 이런 심정을 충분히 느낄 거다. 무명 시절 살았던 상도동 자취방을 떠나며 눈물을 훔치던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배우 이시언의 감정, <원피스> 속 고잉메리호를 떠나보내는 루피의 마음과 비슷한 거다. 그동안 함께해줘서 고마운 마음.

테크, 구매하면서 정붙이기
사실 스마트폰이라는 이름만 들어서는 정이 가지 않는다. 똑똑한 전화기? 이름부터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테크 제품은 대부분 네이밍이 이런 식이다. 스피커라거나 카메라라거나 키보드라거나, 마우스라거나. 기능이 곧 이름이다. 그럼에도 오래 사용하면 정이 쌓이고, 그렇기에 좋은 제품을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론이 길었는데, 오늘 내가 하려는 말은 테크 제품을 사기에 앞서 꼭 알면 좋은 구매 팁이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읽으면 ‘아, 이거 구매 팁이 아니구나.’ 싶을 수도 있다. 이유는 마지막까지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이렇게 낚시를 해본다.)

테크 구매 요령 첫째는 스스로 질문해보자. “너, 정말 이게 필요하니?” 마치 부모가 아이에게 물어보듯 자신에게 질문해보자. 나는 정말 이게 필요한가.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과소비는 노후 생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저출산 국가에서 국민연금에 노후를 기대는 건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에 지나친 테크 소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이건 농담이고, 꼭 필요한 테크 제품이 아니라면 사지 말아야 한다는 건 진담이다. 테크 제품은 기본적으로 비싼 편이며, 패션 아이템과 달리 기능적으로 쓸모가 없다면 내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음악을 듣기 위해 스피커를 사고,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사며, 모니터에 입력하기 위해 키보드와 마우스를 산다. 이외의 이유로 구매할 필요는 없다.

어떤 사람은 스피커와 카메라, 키보드 등을 다른 이유로 사기도 한다. 우리는 그걸 바로 과소비라고 부르며, “너 정말 이게 필요하니?”라고 물었을 때 “아니요”라는 답변을 거쳤으나 구매로 이어진 ‘무지성 구매’의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렇다. 바로 그게 바로 나다. 과소비 하면 내가 빠질 수 없다. 우리 집에는 키보드가 무려 여덟 개가 있는데, 디자인이 각각 다르고,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 등 소재도 다르고, 칠 때 나는 소리에도 큰 차이가 있다. 지금은 후회한다. 그러니 꼭 필요한지 자문하는 과정을 거치자.

이 글은 '최소한의 테크를 위한, 최대한의 가이드 (2)'에서 이어집니다.

소개

김석준
<디에디트> 에디터. 햄버거를 먹거나 전자 제품을 사용하고 리뷰를 쓴다. 가끔은 영화 리뷰도 쓴다. 88 서울 올림픽의 기운을 받고 태어나 2002 한일 월드컵에 다 써버렸다.


글 | 사진. 김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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