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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1 에세이

So Blue

2023.11.30

ⓒ 영화 <블루 자이언트> 스틸

<블루 자이언트>를 두 번째로 보고 나오면서 영어사전에 ‘Blue’를 검색했다. 이 단어엔 비격식적 표현으로 ‘우울한’이라는 뜻이 있다. 이런 뜻을 비틀어서 반영했는지 외설적이거나 섹스 신이 포함된 영화를 ‘블루 무비’라고도 부른다. 재즈클럽 이름이기도 한 ‘블루 노트’는 재즈에서 자주 쓰이는 3음, 5음, 7음보다 약간 낮은 음을 말한다. 단어에 대한 정의를 상기하면서 재즈 스탠더드 몇 곡을 들었다. 묵직한 커피 맛 중간중간 고개를 드는 산미처럼 차분한 우울이 불쑥 귀를 지나갔다. 그런데 마냥 슬프지는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

줄거리와 영화 제목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많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생략해야 한다. 다만 <블루 자이언트>를 보면 재즈를 정말 즐겁게 들을 수 있다. 재즈 트랙을 들으면서, 그간 내가 재즈를 몰입이나 안정을 위한 도구로만 썼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다. 물론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이제는 집중해서 듣고 싶다. 게다가 지금은 가을. 왠지 가을과 겨울은 재즈의 계절 같다.

존 콜트레인의 녹음 65주년을 기념하는 스페셜 에디션, 에는 다섯 가지 버전의 ‘Blue train’이 수록되어 있다. 여섯 번째 트랙은 20초짜리다. 제목은 ‘Blue train–False start’. 재즈에서 ‘부정 출발’은 어떤 의미일까? 웹상에서 이런 설명을 찾았다. “재즈를 정의하는 가장 큰 특징은 즉흥성입니다. 하지만 실수 없이 자발성을 갖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전자는 후자를 내포합니다. 즉석에서 무언가를 지어낸다면 가끔 잘못된 음을 칠 것입니다. 사실 그것이 바람직합니다. 실수 없이 재즈를 할 수 없습니다.” 위대한 재즈 플레이어들도 어느 순간에는 실수를 통과했다. <블루 자이언트>의 주인공들처럼. 재즈 안에서의 ‘Blue’는 그래서 왠지 우울함이라는 단어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느껴진다. 달빛이 길 가는 사람들의 그림자를 모두 다르게 만들듯, 재즈는 들을 때마다 매번 다른 파란색으로 변화한다.


글. 황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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