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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38 컬쳐

혼문으로 지켜낸 케이팝의 정수 | 케이팝 데몬 헌터스

2025.09.07

한국 문화가 해외에 확산하는 경로를 하나로 요약하기 어려워졌다. 시리즈·영화, 음악, 여행, 화장품의 세부 갈래가 SNS에서 소멸하고 발생하기를 반복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는 영화에서 케이팝의 음악적 요소와 안무의 ‘고증’과 함께 케이팝이 SNS를 통해 바이럴되는 과정, 팬 및 매니징 문화를 모두 아우른다. 적절한 선에서의 묘사를 해내는 것이 흥행의 관건이었을 것이다. 한국계 캐나다·미국인인 〈케데헌〉의 제작자들은 그것에 성공했고, 공개 후 한 달이 훌쩍 지난 지금 〈케데헌〉은 2025년을 상징하는 콘텐츠가 될 예정이다.

〈케데헌〉은 좋은 콘텐츠들이 주제로 삼는 상실과 분열, 용기를 다룬다. 이 주제를 전 연령이 보기 좋은 형태로 다듬는다고 했을 때, 우리가 보고 듣는 케이팝의 속성은 악귀를 물리치고 혼문을 완성하는, ‘헌터’의 역할과 들어맞는다. 케이팝에선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소중한 것을 지키고 내면의 힘과 주변의 도움으로 두려움을 이겨낸다는 서사가 변주된다. 주인공 루미와 헌트릭스의 이야기, 특히 헌트릭스의 노래 가사와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그것이 반영되어 있다.

작품 도처의 ‘떡밥’을 통해 각자가 주의 깊게 관찰한 지점을 토론하게 만드는 점도 〈케데헌〉의 장점이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선의 앨범 아트워크, 보란 듯이 치솟는 고음, 영어처럼 들리는 한국어와 반대의 경우도 만만찮게 많은 가사, 수저 밑에 깔린 냅킨부터 길거리 풍경까지, 이렇게 보니 한편으로 〈케데헌〉은 한국 관광의 킬링 포인트를 짚어낸 것 같다.

케이팝은 발전시키고 있는 ‘소녀다움’, ‘여성스러움’에 대한 전형적이지 않은 무드도 중요하다. 이제 케이팝에서 연약함은 소녀의 이미지라기보다 인간 본성에 대한 설명이자 ‘친구들을 만나 강해지는 나’ 이전의 모습이다. 연약함, 부드러움의 일차원적 이미지와 짝을 맞춘 것 같은 버블검 팝 느낌의 사운드 역시 아이돌의 숙제가 아니라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다. 자아에 대한 탐구와 우정, 1020의 고민,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과 욕망까지 콘셉트에 녹이는 케이팝의 현재성은 헌트릭스와 사자 보이즈의 음악과 콘셉트에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케데헌〉은 상실과 용기, 동시에 문화의 향유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들은 〈케데헌〉의 하위 창작물이나 분석 콘텐츠를 보면서 OTT, 유튜브, 하위 창작물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 말한다. 케이팝뿐 아니라 한국 문화를 차용한 시리즈와 영화에게는〈케데헌〉을 넘어서거나 맞먹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

글. 황소연 | 이미지.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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