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여자들』
다이애나 클라크 지음, 변용란 옮김, 창비 펴냄
거울처럼 닮은 쌍둥이 자매 릴리와 로즈는 열네 살을 기점으로 각각 폭식증과 거식증을 앓으며 다르게 변해간다. 생김새만 비슷할 뿐, 밝고 사교적인 릴리와 다르게 로즈는 외톨이인 데다 적응을 어려워하는 타입.
로즈는 다이어트를 통해 난생처음 언니보다 잘하는 것이 생겼다는 우월감에 빠져 거식증을 앓게 된다. 반면 릴리는 끊임없이 먹고 폭력적인 남자들에게서 학대당한다.
소설의 일인칭 화자인 로즈는
“나는 죽어가는 것도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생존하는 중이다.”
라고 섭식장애 치료 시설 속 자신의 상태를 설명한다. 치료 시설에서 나갈 의지가 없던 로즈는 릴리를 구하기 위해 세상 밖으로 나오기로 결심한다. 소설에는 많은 테마가 깔려 있다. 섭식장애와 데이트 폭력, 퀴어 정체성과 혼란, 여성 간의 연대 등 현실에 맞닿은 주제와 스물네 살 화자를 통한 생생한 묘사가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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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세계』
조너선 드로리 지음, 루실 클레르 그림, 조은영 옮김, 시공사 펴냄
영국의 식물학자 조너선 드로리가 <나무의 세계>에 이어 펴낸 신작이다. 전작에서도 함께 작업했던 일러스트레이터 루실 클레르와 또 한번 협업했고, 섬세하고 아름다운 식물화로 책의 매력을 배가했다.
<식물의 세계>에 등장하는 식물들은 대륙별로 묶여 소개된다. 저자가 있는 영국부터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를 거쳐 오세아니아, 아메리카 대륙까지 세계를 누비며 식물의 역사와 특징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을 읽는 중에는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식물이 존재하는지,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는지 궁금해지고, 책을 덮고 나면 그동안 지나쳐왔던 길가의 식물에 어떤 이야기가 담겼는지 알아보고 싶어 눈빛이 빛날 것이다.
글. 양수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