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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58 스페셜

여자가 원하는 스포츠

2021.09.24 | 여자가 원하는 스포츠

여성들이 근육, 힘, 스포츠의 짜릿함을 쟁취하며 움직이고 있다. 운동이 마른 몸과 젊음을 위한 도구로 여겨지던 시대는 지났다. 소규모 생활체육과 축구, 야구 같은 경기뿐 아니라 꾸준히 체력을 단련할 수 있는 코어 강화의 중요성도 운동 콘텐츠를 통해 널리 확산되고 있다.

더 강한 체력과 운동에 매력을 느끼는 여성들은, 타인의 시선보다는 나 자신에게 집중한다. 단시간에 급하게 결과를 만드는 대신 천천히 목표를 이루는 운동의 재미를 깨닫고, 그렇게 만들어낸 근육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멀게만 느껴졌던 축구공을 ‘때리고’, 플랭크 자세에서 버티고, 맘껏 질주하는 순간, 여성들은 한 걸음씩 발전하는 자신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 캡틴 김연경의 말대로 후회 없이 “해보자!”

SBS

여자가 원하는 스포츠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해온 여성 스포츠인들이 예능으로 구심점을 확장하는 흐름이 거세다. <골 때리는 그녀들>, <마녀들>을 통해서는 팀 스포츠의 짜릿함을 선사하고, <오늘부터 운동뚱>이나 <노는언니>에선 자신의 영역에서 일가를 이룬 여성들이 운동으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친목도 도모한다.

SBS

2020 도쿄 올림픽 폐막 이후엔 높은 기량을 떨친 선수들이 연일 예능 프로그램에 초대되는 중이다. 여성 스포츠 선수를 응원하는 물결은, 선수 외 여성들로 하여금 각자의 신체 조건을 긍정하며 자연스럽게 운동에 매력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출연자들 스스로도, 스포츠에 푹 빠진 자신을 애써 감추지 않는다. “여자아이들이 축구를 했으면 좋겠다.”(신봉선), “이렇게 재밌는 걸 너희들만 했니? 싶더라.”(최여진) 이들의 ‘운동 홀릭’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KBS

KBS1 <다큐 인사이트> ‘국가대표’ 편을 보면, 여성 스포츠의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진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현역 선수들은 자신과 다른 선수들을 위해 열악한 훈련, 경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 여성 운동선수라는 것 외의 공통점은 없을 것 같은 축구 선수 지소연과 수영 선수 정유인 모두, 각각 짧은 머리와 팔 근육에 대한 무례한 시선을 오랜 기간 감내해왔다.

SBS

스포츠 예능에서 중요한 재미 요소로 작용하는 경쟁 심리와 승부욕은 여성 출연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입혀진다. 그와 동시에, 그들의 활약은 여성 시청자들에게 의미심장한 유대감을 남긴다. 올림픽에서 뛴 여성 선수들을 보면서 말로 할 수 없는 감동을 받기도 한다. 우리 모두가 한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이라는 깨달음이, ‘여성 스포츠 돌풍’의 물꼬를 튼 핵심 정서가 아닐까.


‘각본 없는 드라마’가 남긴 것

KBS

도쿄 올림픽을 보며 우리는 메달이나 순위 대신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열광했다. 특히 중계에서 여성의 외모나 가족관계 등, 경기와 관계없는 해설은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대신 “여러분은 지금 국가, 인종, 종교, 성별로 규정된 게 아닌 자신의 꿈을 향해 묵묵히 노력한 한 인간으로서의 선수, 그 자체를 보고 계십니다.”(KBS 강승화 아나운서,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에 대한 해설) 같은, 선수의 역량 및 가능성을 짚는 해설이 주목받았다. 세계 랭킹 1위의 김연경이 뛰는 경기를 두고 무책임하게 던지던 “미녀 군단”, “아기자기한 경기” 같은 중계 멘트는 점점 찾기 어려울 거란 기대가 생긴다.

숫자로 짧게 요약되는 결과 대신, 선수들의 땀과 눈물을 짐작하고 승패와 상관없이 힘찬 박수를 보내는 움직임은 여성들이 스포츠를 더 사랑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여성들은 경기를 치르기 불편한, 노출 많은 옷을 거부하는 독일 체조 선수들을 응원하고, 안산 선수가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경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질문을 받을 때 함께 문제를 지적했다. 이미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김연경이나 여자 골프 국가대표 감독인 박세리까지도 여성과 남성 선수 간 임금 격차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스포츠 안팎의 세계가 모두 변화해야 함을 체감한다.

SBS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 선수와 경기를 치른 후, 룩셈부르크의 니시아리안 선수는

“오늘은 내일보다 젊다. 잊지 마라, 즐기면서 도전하라.”

는 말을 전했다. ‘할머니 선수’ 같은 수식어로 그를 칭한 국내 언론을 부끄럽게 만든 명언이었다. 그의 말대로, 스포츠는 축제이자 도전이다. 단지 경쟁만 남아 있다면, 자신의 한계와 맞붙어 이겨내는 선수들의 성과도 없었을 것이다.

뉴스1

여자 배구 경기를 중계한 한유미 해설위원도 말하지 않았나. “스포츠는 경쟁이 아니라 감동”이라고. 올림픽을 비롯해 미디어에서 그라운드와 체육관을 종횡무진 하는 이들의 자유로운 모습을 통해 여성들이 확인하는 건, 나 역시 경기장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앞으로도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전에 본 적 없던 신기록을 세우는 순간이 인류 역사에 남는 수확일 뿐 아니라, 여성 자신의 역사를 위한 순간이 되기를 바란다.


글. 황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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