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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35(커버 A) 인터뷰

INTERVIEW - 무슨 말이 필요해 가수 손태진

202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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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 크로스오버, 트로트. 여러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손태진은 〈팬텀싱어〉에 이어 〈불타는 트롯맨〉에서 또 한 번 우승을 거머쥐며 트로트 가수라는 생각지도 못한 변신을 이뤄냈다. 서로 결이 다른 클래식과 트로트 장르를 아우르는 것은 물론 라디오와 예능까지 자신의 영역을 넓히며 끊임없이 도전해나가는 손태진을 나타내는 수식어는 수도 없이 많지만, 그는 그저 ‘노래 부르는 사람’, ‘가수’ 손태진으로 기억되고 싶다. “손태진이 곧 장르” 이처럼 그를 잘 나타내는 문장이 있을까. 계속해서 자신만의 장르를 개척해나가는 그의 도전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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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와는 두 번째 만남이에요. 3년 만이죠?

몰랐는데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더라고요. 그사이에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고, 저 개인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겪어서인지 꼭 첫 만남처럼 설레는 마음이에요. 다시 처음부터 저를 소개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웃음)

요즘 트로트 신에서 가장 바쁜 가수를 꼽자면 손태진이 아닐까 싶어요. 어떤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우선 매일 낮 시간대에 〈손태진의 트로트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어요. 라디오 전후로 스케줄이 있을 때가 대부분인데, 그렇지 않을 때에도 늘 스케줄을 위한 준비를 하는 삶의 반복인 것 같아요. 무대에서 부를 노래를 선곡한다거나 무언가를 배운다거나. 아직은 제가 여유를 부릴 때는 아닌 것 같아서 이런 일상이 오히려 감사하죠. 앞으로 더 오래오래 노래를 할 수 있게끔 기반을 다져놓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해요.

정말 쉴 틈이 없겠어요.

그래서 쉴 때는 정말 푹 쉬려고 노력해요. 솔직히 말하면 지난 3년 동안 제대로 쉰 적이 없거든요. 제일 길게 쉰 게 3일이었는데, 날짜도 기억 날 정도예요.(웃음) 12월 31일, 1월 1일, 1월 2일. (바쁜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대는 언제예요?) 특정 시간대보다는… 퇴근길?(웃음) 참 신기한 게 당장 잠들 것 같다가도 퇴근이라고 생각하면 긴장이 쫙 풀리면서 갑자기 에너지가 생겨요. 집에 돌아가면 분명 피곤한데 잠이 안 올 때도 있고요. 어떤 느낌인지 아시죠? 자긴 자야 하는데 이대로 하루를 끝내기가 아쉬운 느낌. 오늘 하루도 주어진 일을 잘 해냈구나, 알차게 하루를 보냈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끝맺음하는 시간을 가장 좋아해요.

피곤한데 잠이 안 올 때는 주로 뭘 하며 시간을 보내요?

유튜브를 보기도 하고 SNS도 확인하고… 아, 요새는 버블(팬과 아티스트가 1대 1 채팅 형태의 프라이빗 메시지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고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로 팬분들과 소통하는 것에 빠져 있어요. 저는 오늘 이런 하루를 보냈는데 손샤인(손태진의 팬클럽명) 분들은 어떠셨냐, 오늘도 함께해주셔서 감사하다. 이런 얘기를 나누면서 충전의 시간을 가져요. 저한테는 팬분들과의 소통이 힐링이 되거든요. 공연장이 아닌 이상 팬분들의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기는 어려운데, 버블은 바로바로 피드백이 오니까 팬분들의 메시지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요.

요즘 가장 즐거운 일 중 하나가 매일 라디오를 통해서 사람들을 만나는 거라고요. 라디오를 시작하면서 일상에 찾아온 변화가 있다면요?

라디오를 시작하고 나서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서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는 일상을 처음 경험해봤어요. 이제는 방송국에 가서 라디오를 해야 진짜 하루를 시작한 느낌이 들어요. 처음에는 라디오 디제이를 한다는 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조금씩 제 페이스를 찾으니까 재밌더라고요. 청취자분들의 사연을 들으며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서로의 감정에 공감하는 일이 너무 즐거워서 일처럼 느껴지지 않아요. 바쁘게 스케줄을 하다 보면 하루하루를 그냥 흘려보낼 때가 많은데, 일상을 공유하면서 제 하루는 어땠는지도 되돌아보게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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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외에 또 손태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면요?

저는 뭐든 도전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 편이거든요. 도전이라기엔 소소하지만, 지방 행사 중에 잠깐의 여유가 생기면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을 먹어보거나 안 가본 곳들을 가보곤 하는데, 그런 순간들이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줘요.

도전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는데, 〈팬텀싱어〉, 〈불타는 트롯맨〉 외에도 정말 수많은 도전들을 해왔더라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도전은 뭐예요?

모든 도전들이 저마다의 의미가 있죠. 호텔 경영에 관심이 있어서 실제로 프랑스 바텔 호텔학교에 합격하기도 했는데, 성악가의 길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학을 포기했어요. 그 결정을 내린 순간부터 많은 게 달라진 것 같아요.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성악과에 입학해서 학교를 다니다가 대뜸 휴학을 하고 1년 동안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났어요. 이탈리아에서의 유학 경험은 음악적 한계를 인정하고 나의 강점을 키우는 데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죠. 유학을 다녀와서는 내가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 고민하다가 군악병에 지원했고요. 그 선택이 특히 저에게 큰 변화를 가져다줬어요. 해외의 장교들이 참가하는 행사가 있으면 그 나라의 민요 같은 곡들을 연습해서 공연하곤 했는데, 음악을 통해 소통하고 언어의 장벽을 넘어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거든요.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전역 이후 크로스오버의 길을 걷게 된 거죠. 크로스오버 팀 활동을 하던 중에 〈팬텀싱어〉라는 프로그램이 혜성처럼 나타난 거고요. 무엇 하나를 꼽기가 어려워요.(웃음)

〈팬텀싱어〉를 통해 인지도를 쌓은 상태에서 〈불타는 트롯맨〉에 도전했어요. 이미 얼굴이 알려진 후라 더 잘해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을 것 같은데.

〈팬텀싱어〉 때는 뭘 몰라서 겁이 없었다면, 〈불타는 트롯맨〉 때는 시야가 넓어진 만큼 걱정도 컸어요. 이 도전이 오히려 나한테 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물론 했죠. 당시 앞으로 가수로서 어떤 길을 가야 할까 고민하던 때였는데,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컸어요. 사실 제 꿈이 한국의 프랭크 시나트라, 남자 패티 김이 되는 거거든요. 오페라, 가곡에서 느낀 언어의 장벽을 한국 가요를 통해 허물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변화를 한번 시도해보자. 단, 손태진의 색깔은 버리지 않는 선에서. 이런 생각으로 〈불타는 트롯맨〉에 또 한 번 도전하게 된 거예요. 경연에 참가하기 전에 트로트라는 장르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했죠. 혹시라도 누군가를 모창하는 식으로 접근하지 않으려고 그 부분을 제일 경계했어요.

상반된 장르의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해 모두 좋은 성과를 거둔 만큼 장르적 고민도 많았을 것 같아요.

고민이 없을 수는 없죠. 계속해서 트로트와 성악의 중간점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는 장르라는 단어에 너무 갇히지 말자는 생각을 해요. 팬분들께서 감사하게도 “손태진이 장르다.” 이런 말씀을 해주시는데,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거, 좋아하는 걸 열심히 하면서 차근차근 결과물들을 내놓다 보면 자연스레 제 색깔이 만들어지고 정말 팬분들의 말대로 제가 장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없어요. 후회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잖아요. ‘다가올 내일이 더 걱정인데 어제 일로 고민할 시간이 어딨어?’ 지나간 선택이 후회될 때는 이렇게 생각하면 쉬워요. 사실 저도 말은 이렇게 하지만 종종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갈까 이런 터무니없는 상상을 해보거든요. 지금의 데이터를 가지고 〈불타는 트롯맨〉 경연 전으로 돌아가서 무대를 준비하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선배님들의 조언을 좀 더 귀담아들을걸…. 뭐,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해봤자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시간이 지나서 지금 이 순간을 돌아봤을 때 조금이라도 덜 후회되게끔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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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정규 앨범 〈SHINE〉을 두고 ‘손태진의 음악을 찾아가는 과정의 첫 발걸음’이라고 표현했어요. 본인이 생각하는 손태진의 음악은 어떤 색을 띠고 있어요?

아직은 저만의 색을 찾아가는 중이지만,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음악이었으면 해요. 음악은 듣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큰 힘을 지녔다고 생각하거든요.

본인의 노래 중 손태진을 가장 잘 나타내는 노래를 꼽아본다면요?

3년 전에 빅이슈와 인터뷰했을 때쯤 발매됐던 앨범 〈The Present ‘Today’s’〉에 수록된 ‘오늘’이라는 곡이 아닐까 해요. 먼 훗날 우리가 기억하고 추억할 날이 오늘이 될 수도 있으니 하루하루를 더 소중하게 여기면서 살자는 가사를 담고 있는데, 결국에는 그런 마음가짐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서요.

손태진이라면 10년 후에는 또 다른 장르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10년 후의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있어요?

10년 후라.(웃음) 상상해본 적은 없지만 그때도 노래를 하고 있으면 좋겠어요. ‘당연한 거 아닌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당연하지 않더라고요. 〈팬텀싱어〉에 참여한 게 8년 전 일인데, 그사이에 너무 많은 변화들이 있었거든요. 10년이면 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겠어요? 10년 동안 저에게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거니까 그냥 그때까지 계속 노래를 할 수 있다면 감사할 것 같아요.

흔히 성악가라는 타이틀 앞에는 ‘테너’, ‘바리톤’ 등의 수식어가 붙어요. 크로스오버, 성악, 트로트까지. 장르의 경계를 허문 지금, 이름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었으면 하나요?

제가 수많은 도전들을 하게 된 계기 중 하나이기도 한데요. 성악가로서 무대에 서다 보면 손태진이라는 이름보다는 ‘베이스’, ‘바리톤’으로 기억되는 일이 많더라고요. 제 이름 석 자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죠. 그래서인지 어떤 수식어보다는 그냥 노래하는 사람, 가수 손태진 그게 저는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어떤 수식어가 필요 없는, 손태진 세 글자만으로 모든 게 다 설명이 되는 가수가 됐으면 해요.

앞으로의 목표나 활동 계획을 들려준다면요?

감사하게도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서 저의 이름은 많이 알리고는 있지만, 대중분들에게 저의 음악을 각인시키는 건 또 다른 문제더라고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경연 프로그램은 대부분 다른 가수분들의 노래를 재해석해서 부르는 커버곡 위주니까요. 그래서 목표라고 한다면 손태진의 노래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키는 것. 그리고 작사 작곡에도 도전해보면 어떨까 해요. 저보다 저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웃음) 제가 어떤 걸 잘하는지는 제가 제일 잘 아니까요. 앞으로도 저 자신을, 그리고 저를 응원해주는 손샤인을 믿으면서 좋은 음악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글. 김윤지 | 사진. 김슬기 | 헤어. 소이 | 메이크업. 소리 | 스타일리스트. 정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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