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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36 인터뷰

비밀의 소년 | [보이 인 더 풀], [약한영웅 Class 2] 이민재

2025.05.28

이민재가 등장하면 짧은 장면도 이상하게 자꾸 눈길이 간다. <일타 스캔들>과 <하이드>에서 그를 처음 본 사람들은 ‘저 배우 누구지’ 하고 검색부터 해봤을 것이다. <약한영웅 Class 2>에서의 이민재는 훨씬 더 즐겁고 자유로워 보인다. 이어 영화 <보이 인 더 풀>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1등을 놓치지 않는 수영 선수, 우주다. 1등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여기는 세계에서 친구들의 질시를 받는 1등의 우주는 물속에서 누구보다 자유롭지만 그만큼 기댈 데가 없는 외로운 소년이다. 우주가 가진 물갈퀴의 비밀을 신비롭게 그려낸 이민재를 만났다.

글. 김송희 | 사진. 백상현

<보이 인 더 풀>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음, 촬영했던 게 2022년이었다. 회사로 대본이 들어왔는데 읽자마자 ‘이건 꼭 해야겠다’ 싶었다. KAFA(한국영화아카데미) 작품을 어릴 때부터 하고 싶었는데 마침 이 작품이 그랬다. 평소 대만의 청춘 영화를 좋아하는데, 대본을 읽을 때 그런 청춘 영화들이 바로 떠올랐다.

<약한영웅 Class 2>보다 먼저 촬영한 영화겠다.

<일타 스캔들> 끝나고 <보이 인 더 풀>을 찍었고 이후에 <약한영웅 Class 2> 순서다. 3년 전 촬영한 작품이라 그런지 스크린으로 보니 지금보다 내 얼굴이 더 어린 느낌이 있더라. 우주가 고등학생 역할이다 보니 우주를 연기할 때는 나 역시 더 어린 느낌이 강했던 것 같다.

태권도를 오래 배운 걸로 알고 있다. 이 영화에선 수영 선수 역할이었는데 수영도 따로 배웠나.

수영을 할 줄은 알지만 수영 선수의 동작은 다르지 않나. 수영 선수처럼 보이게끔 수영을 전문적으로 다시 배웠다. 어릴 때부터 물을 무서워하지도 않았고, 워낙 물에서 노는 걸 좋아해서 스킨스쿠버 자격증도 있었다. 몰랐는데 수영은 아주 미세한 시간과 속도 경쟁이라 물과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선수들이 제모를 하더라.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모를 했다.(웃음)

우주는 발군의 수영 실력 때문에 다른 친구들에게 질시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실은 돌연변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갈퀴가 재능이기도 하지만 평생 숨기고 산 비밀이기도 하다. 재능과 진로의 고민이 크다는 점에서 우주와 공감할 부분이 많았을 것 같다.

연기를 뒤늦게 시작하면서 나 역시 그런 고민을 많이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평소 쓸데없는 고민이 많은 편이다. 생각이 너무 많을 때는 집 앞에 있는 초등학교에 가서 몇 바퀴고 걷는다. 내가 다닌 초등학교인데 어릴 땐 학교가 그렇게 커 보였는데 지금은 매우 작게 느껴진다. 우주도 방황의 시기에 석영에게 돌아가지 않나. 유일하게 나의 비밀을 알고 있는 어린 시절 친했던 누나를 만나러 가는 우주를 보면서 나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이 힘드니까 가장 좋았던 시절의 장소로 돌아간 게 아닐까.

전작들에서는 거친 역할을 많이 했다. 운동선수나 다소 삐딱한 연기를 하기도 했는데, 우주는 굉장히 내성적인 소년이다. 어렵지 않았나.

나 역시 혼자 있을 땐 말이 거의 없다. MBTI가 ENTP인데 사람들이랑 있을 땐 즐겁지만 혼자 있을 땐 생각도 지나치게 많고 조용하다. 감독님이 첫 미팅에서 ‘민재 씨의 진짜 모습을 담고 싶다.’고 하시더라. 이전에 맡았던 역할들은 아무래도 보여줘야 하는 고정화된 연기가 있었다. 정해진 장면에서 양식적인 연기를 해야 할 때도 있었다. 이번 영화에서 감독님은 그런 걸 전혀 원하지 않으셨고, ‘민재 씨가 혼자 있을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마음을 표현하는지를 잘 관찰해봤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우주를 탐구하면서 나도 많이 배운 것 같다. 나에게 이런 모습도 있었구나, 연기 외적으로도 사적으로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운동선수, 군인 등 진로를 고민할 때 할머니가 ‘연기를 해보라’고 추천하셨다고.

할머니와 <태양의 후예>를 같이 봤는데, 그때 나는 그 드라마를 보고 군인이 너무 멋있어 보여서 군인이 될까 생각했었다. 근데 할머니가 ‘민재야 탤런트 한번 해봐라.’라고 하셨다.(웃음) 이전엔 연기를 해볼까 생각해본 적이 었었는데 바로 연기 학원에 등록했다. 연기 학원도 동네(목동)에 있는 데를 찾았는데 할머니가 “그런 학원은 무조건 강남이 좋지 않냐.”라고 하셔서 강남으로 다녔다.(웃음) 할머니와 친해서 둘이 여행도 가고 그런다.

우주와 석영은 비밀을 공유한 사이이기도 하지만, 로맨스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연기할 때는 그런 부분을 의식했는지.

대본을 볼 때는 청춘영화 같다고 생각했지만, 연기할 때는 로맨스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영화관에서 보니 묘하게 그런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단 생각도 했다. 극 중에 우주가 석영을 혼자 바라보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을 다시 보니 괜히 찌릿하더라. “누나밖에 몰라”라고 우주가 석영에게 말할 때도 그렇고. 감독님 의견도 그러셨고 전반적으로 우주의 마음 상태는 모호하게 연기하려고 했다. 보는 분들이 우주가 지금 어떤 마음인지, 슬픈지 누굴 좋아하는지 이런 것들을 정확하게 표현하진 않았다.

우주처럼 슬럼프가 올 때 이겨내는 방법이 있나.

처음 1년은 오디션에서 정말 많이 떨어졌다. 오디션을 보며 면전에서 안 좋은 말을 하는 분도 계셔서 낙담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바뀐 게, 연기는 누군가의 반응보다는 내 만족이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스스로 ‘잘해냈다’라는 생각이 들어야 하더라. 과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좋아한다. 코믹하면서도 생활 연기를 정말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무엇보다 항상 본질을 생각하려고 한다. 좋은 사람이 되어야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언젠가 늦게라도 알아봐주실 거라고 생각한다.

다음 작품은 무엇인가.

<금쪽같은 내 스타>에서 송승헌 선배님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다. 로맨틱 코미디라 재미있게 촬영하고 있다. 기대해주셔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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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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