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예능이었다면, “동거를 먼저 한 후에 결혼에 확신이 생겼다.”는 이혜영의 말은 어떻게 해석되었을까. 연애 직후 결혼을 하는 것이 상식으로 취급되고, 이후 출산과 양육까지 숙제하듯 해치워야 하는 사회상이 반영된 예능에서는 환영받지 못했을 수 있다. <돌싱글즈>는 그런 점에선 다르다.
한 번 결혼했던 남녀 출연자들이 새로운 사랑을 찾아 출연한 이 프로그램은, 서로를 탐색해 짝을 찾는 과정은 3박 4일 만에 끝내고 빠르게 동거로 진입한다. 보통의 미혼 남녀에 비해 이성에 대한 상처가 있어 더 조심스러우면서도 이들은 누구보다 강력하게 연애를 원한다고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원하는 상대를 향해 저돌적으로 직진한다.
또한, 연결될 듯 말 듯 한 두 사람 간의 긴장감을 최대한 길게 유지하던 기존 커플 예능의 공식과는 달리 상대의 상황에 대한 파악부터 시작하는 것도 다른 점이다. 이들이 ‘이혼’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내면서도 방송 스스로가 그 편견을 칠갑처럼 두르고 있기도 하다. 이 연애 예능에는 ‘과거의 상처’라는 말도 자주 반복된다. “아이가 보고 싶지 않느냐”, “이혼을 후회하느냐” 같은 ‘돌직구’식 질문이 1 회부터 등장하는 것은 일견 필요해 보이면서도 이들의 사연을 전시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빠른 전개와 달리 한편으로 <돌싱글즈>는 여타 커플·부부 예능과 마찬가지로 행복한 가정을 마땅히 도달해야 할 지점으로 제시하는 모습도 보인다. 요리를 해주거나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영화의 한 장면 같다는 찬사를 받는다. 서로 잘 맞는지 알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결과’로서의 모습이 강조된다.
동시에, <돌싱글즈>의 여성 출연자들을 둘러싼 반응들은 재혼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자 하는 이 예능의 의도와 다르게 흐른다. 얼굴과 몸매를 품평하는 기사뿐 아니라, “개인 홍보에 방송을 이용하느냐.”는 SNS의 댓글마저 기사화된다. 이혼 과정에서 사정상 아이를 양육할 수 없게 된 출연자는 “아이를 왜 책임지지 않았냐.”는 악플에 시달리고, 외모를 평가하는 반응에 지친 출연자가 자제를 호소하기도 했다. 새로운 만남과 인연을 찾고 싶어 출연을 결정한 이들에겐 가혹한 반응이다. 이혼했다는 이유로 일거리를 놓치고, 법정에서 아이 양육권을 인정받기 위해 영어 교육 자격증을 따야 했던 여성들은 인연을 찾기 위해 출연한 예능에서까지 뭔가를 증명하고 해명해야 한다.
<돌싱글즈>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건, 이혼 등을 경험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질문을 퍼붓고 사생활을 궁금해하는 것이 예의가 아님을, 무례한 질문은 말을 안 하는 것만 못하다는 교훈 아닐까. 다만, 프로그램 안에서 그들이 하는 말마다 수식어로 따라붙는 ‘이혼 N년 차’라는 자막이 이혼과 동거, 재혼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MBN 일요일 밤 9시 20분 방영
글. 황소연 | 사진. MBN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