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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58 인터뷰

'최선의 삶'이란 뭘까? 이우정 감독에게 묻다

2021.09.12

영화 '최선의 삶' 이우정 감독 인터뷰 / 09.01 개봉

“먼 곳에서 더 먼 곳으로 갈수록,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이 더 비참한 느낌이라는 걸, 따뜻한 이불이 포근하고 좋아서 무서워지는 순간이 있다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소설 「최선의 삶」, 임솔아)


명쾌하게 기분을 설명할 수 없는 10대 때에는 학교도, 부모도, 친구와의 관계도 최선을 다해야만 가까스로 유지된다. 모든 게 난생처음 겪어보는 것들이고, 학교는 너무 작고 보수적인 커뮤니티다.
임솔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든 이우정 감독은 원작의 한 문장 한 문장을 너무 사랑해 작품을 망칠까 봐 두려웠다고 한다. '송한나' '애드벌룬' '서울생활' 등의 단편영화에서 인물이 자기 생각을 가지고 ‘끝’까지 가보는 걸 보여줬던 용기 있는 연출은 '최선의 삶'에서는 더 섬세하고 용의주도해졌다.
성격도 생각도 다른 강이(방민아), 소영(한성민), 아람(심달기) 세 아이의 엉킨 감정의 실타래를 영화는 풀어헤쳐 설명하지 않는다. 2000년대 초반 대전에 사는 세 친구가 함께 가출을 했다가 돌아와 균열을 겪는 과정은 우리 10대 시절 편린을 돌아보게 한다. 최악의 결과가 두려워 매번 눈치를 보고 안간힘을 썼던 그 시간으로 '최선의 삶'은 관객을 인도한다.

영화 '최선의 삶' 스틸

Q. 2020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이고 2년 만에 개봉을 한다. 영화제 상영본과 개봉 영상 사이에 달라진 점이 있나.


편집을 크게 바꿀 수는 없는 상황이라 몇 컷의 길이를 조정한다거나 불필요하다고 느껴진 장면을 두 개 정도 뺐다. 전체적으로 크게 달라진 건 영화제 버전에는 16mm 질감을 많이 얹었는데 영화제 때 보니까 상영관의 컨디션이 안 좋은 곳에서는 아무래도 영상 화질이 보기가 좀 힘들더라. 과거의 느낌을 내려고 열화 시킨 영상이다 보니 눈이 피곤할 수 있었다. 우리 영화는 작은 극장에서 더 많이 상영하게 될 것 같아 그런 느낌을 포기해야 했다. 그게 좀 아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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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최선의 삶' 메이킹

Q. 제작사에서 원작을 추천해 읽고 영화화를 결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소설을 만날 당시 ‘이제 영화를 못 할 수도 있겠다.’고 고민하던 때라고 했는데 어떤 이유였나.


솔직히 한동안 아무도 ‘영화 만들자’고 나를 찾아주지 않았다.(웃음) 그럼 나 혼자 이걸 돌파해야 하는데, 그 당시에는 나의 이전 작품들을 되게 미워하던 시기였다. 뭔가 꼴같잖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내가 나를 가장 부정했다.


그때 원작을 읽게 됐다. 이전에 단편 작업을 할 때 영화 인물에게 거리감을 유지하는 게 나에게 중요했다. 내가 그 인물에 개입하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근데 나중에 생각하니 그런 나 자신이 우습고 재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여러 가지 생각을 하던 시기에 원작을 읽는데 질주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부러웠다.


누가 뭐라고 하든 자기감정의 끝까지 솔직하게 달려가더라. 예전의 나라면 이 원작을 안 좋아했을 수도 있었을 거다. 근데 ‘이거보다 더 큰 힘이 어디 있어, 이 작가 정말 대단하다, 나도 이렇게 한 번만 만들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전까지 내 작업들이 솔직하지 않게 느껴졌는데, '최선의 삶'은 솔직하다고 느꼈고, 그게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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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최선의 삶' 스틸

Q. 방민아, 한성민, 심달기 배우 모두 원작에서 걸어 나온 것 같은 캐스팅이다.


민아 배우는 소속사 대표님이 시나리오를 배우에게 추천을 했고, 저와 자연스럽게 만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민아 씨랑 둘이 앉아서 두 시간 넘게 얘기했다. 민아 씨가 이 시나리오를 읽고 자신의 어떤 부분이 건드려졌고, 그래서 왜 두려운지를 다 쏟아냈는데 그게 너무 좋았다. 내가 가진 고민과 비슷해서 이런 두 사람이 같이 영화를 하면 재밌지 않을까 싶었다.
심달기 배우는 소설 읽으면서 ‘아람은 무조건 심달기다.’라고 생각했다. 한성민 배우는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을 보고 만나게 됐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그냥 너무 소영이 같아서 압도됐던 기억이 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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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최선의 삶' 스틸

Q. 소영이는 반에서도 리더 격에 속하는 아이고 공부도 잘하고 예쁘고, 모델을 지망하는 아이다. 모든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물을 가져오는 아이라고 소설에도 표현되어 있다.


성민 배우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배우가 그런 얘기를 했다. “소영이는 어떻게든 자기 자리를 지켜야 하는 아이”라고. 인터뷰를 할 때마다 캐릭터나 장면에 대해 말하는 게 조심스럽다. 작업하면서 인물의 감정, 배우들의 표현을 납작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단순하게 한 줄로 표현하면 안 되니까. 그런데 인터뷰를 하는 건 다시 그걸 납작하게 말로 표현하는 과정이 되니까 힘이 든다. 내가 말로 ‘강이와 소영은 이랬어요’라고 확정을 해버리고 싶지 않다.

영화 '최선의 삶' 스틸

Q. 소설에서 강이와 소영이 싸우는 폭력 장면이 디테일하게 표현된 반면 영화에서는 생략되어 있다. 가출한 강이, 소영, 아람이 거리에서 당하는 폭력도 생략되어있다. 폭력적인 장면을 생략하거나 CCTV 등으로 대체한 이유가 있나.


그 싸움 씬은 촬영을 했는데 편집했다. 배우들이 액션스쿨까지 다니면서 연습을 많이 했는데 미안했다. 불필요하단 확신을 가지고 편집한 건 아니었는데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얼마나 더 새롭게 누군가를 때리고 상대를 짓밟아야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그 과정에서 실제로 그 배우를 짓밟아야만 관객이 쾌감을 느낄 만한 장면이 나오는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찍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덜어냈다. 2000년대 초반이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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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최선의 삶' 스틸

Q. 플립폰이나 '에꼴' 잡지 등이 아니면 소품에서 적극적으로 레트로 배경을 드러내진 않는다. 미술팀과 어떻게 설정을 하고 촬영했나.


영화에 나오는 거의 모든 의상, 소품에 대해선 ‘이게 2000년대 초반 게 맞는지’ 체크했다. 하지만 예를 들어 ‘응팔’('응답하라 1988')에 나올 것 같은 레트로한 물건들은 다 뺐다. 그게 이 영화의 전반적인 톤인 것 같다. 배경이 됐던 읍내 분위기도 아주 심한 산동네나 쓰러져가는 집이 아니어야 했다. 미술은 최대한 평범한 선에서 그 시절의 분위기만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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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최선의 삶' 메이킹

Q.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무엇인가.


사실 원작에서 가장 좋아했던 건 강이가 가로등을 깨는 장면이다.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시절에 몸을 던져서 돌멩이로 가로등을 깨는 장면이 아른거려서 영화로 찍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를 찍을 땐, 감정적으로 좀 이상해졌던 장면이 마지막 눈 내리는 장면이다. 그 장면을 눈이 오던 날에 대전에 가서 캠코더로 찍었다. 그해가 말도 안 되게 눈이 안 왔다. 어느 날 갑자기 눈이 온대서 혼자 캠코더를 들고 대전에 갔다. 강이가 혼자 걷던 공간을 캠코더로 찍는데 기분이 이상하더라. 얼른 이것까지 찍어야 이 영화가 끝이 난다, 숙제 끝내듯이 갔는데 혼자 울면서 찍었다.(웃음)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는데. 계속 미안하고 고맙고 그래서 눈물이 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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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최선의 삶' 스틸

Q. 원작 ‘작가의 말’에서 임솔아 작가가 이 소설이 16세부터 꿨던 꿈을 기록한 작품이라고 썼더라. 감독님 역시 예전에 본인이 꾼 악몽이나 이미지에서 영화를 출발한다고 한 적이 있다.


언젠가부터 되게 신기했던 게, 임솔아 작가의 악몽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나의 악몽에 닿아서 이걸 영화로 하겠다고 나서고, 이것이 방민아 배우의 악몽을 건드려서 이렇게 개봉을 하게 되는 게. 참 이상하다. 나중에 셋이 한 번 각자의 ‘강이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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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최선의 삶' 스틸

Q.. “이불이 포근하다는 게 겁이 나는 감정”으로만 가출의 이유를 설명한다. 방황의 이유를 어른들은 단순하게 이해하고 싶어 하기에 가정불화 장면을 넣을 수도 있는데, 그런 이유를 정확하게 그리지 않은 이유가 있나.


가정불화 같은 장면을 정확하게 그리면 이 이야기는 더 갑갑하게 한정된다고 생각했다. 원래 그 시절엔 무조건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나.(웃음) 그 원인을 넣지 않아야 더 공감할 수 있고 이야기를 따라가기 쉬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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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감독님이 생각하는 ‘최선의 삶’은 무엇인가.


바로 말하기 너무 어려운데, 그게 뭔지 계속 찾으면서 사는 것 같다. 너무 어렵다. 근데 개봉 후 인터뷰에서 이 질문 많이들 하실 것 같은데 어떻게 하지.(웃음)


*인터뷰 전문은 빅이슈 258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글. 김송희
사진. 김영배 헤어·메이크업. 영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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