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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52 스페셜

한복, How You Like That

2021.06.13 | 아이돌이 한복을 입었을 때

[© 블랙핑크 How You Like That]

사극을 제외하고 방송에서 한복이라고 하면 보통 연예인들이 추석이나 설날에 시청자에게 인사를 드리기 위해 나올 때나, 명절 특집 방송 같은 데서나 입는 옷이었다. 하물며 K-pop, 아이돌 분야는 유행을 선도하는 멋지고 폼 나는 젊은 뮤지션들이 중심이다. 이들의 음악은 팝이나 힙합, EDM 등 해외에서 들어온 장르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이들의 패션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분위기 역시 한복 같은 전통 의복과는 거리가 좀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상황이 변하고 있고 그 방식도 다채로워지고 있다. 예를 들어 블랙핑크는 ‘How You Like That’에서 한복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전통 문양 등이 섞인 의상을 입었다. 원래 긴 옷인 도포를 춤추기 편하도록 저고리처럼 변형했고 조선 무관의 옷인 철릭을 변형한 의상 등이 등장한다. 그룹 멤버인 리사는 태국 사람인데, 이를 감안해 한복 저고리와 태국의 전통 의상을 조합한 의상을 입기도 했다.

[© 오마이걸 <퀸덤>]

그런가 하면 오마이걸은 그룹끼리 대결하는 경연 방송에서, 고려 말기에서 조선 시대의 의복인 답호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의상을 입고 노리개를 착용했다. 그리고 시상식 특별 무대에서는 다양한 색상의 저고리와 치마 등한복을 재해석한 의상을 입었다. BTS는 좀 더 본격적이다. 2018년에 발표한 곡 ‘IDOL’ 무대에서는 전통 기와 무늬를 새긴 의상을 선보였고, 멤버 슈가는 조선시대 감옥인 전옥서에서 찍은 솔로곡 ‘대취타’의 뮤직비디오에서곤룡포를 입었다. 이외에도 많은 아이돌의 작품에서 우리 전통 의상의 흔적을 볼 수 있다. 게다가 생활한복, 개량 한복을 입고 출국하거나 연습하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한복을 단지 이미지에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서 입는 것이다.

거리감도, 거리낌도 없는 패션
이런 전통 의상의 응용이 왜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지 알려면 지금의 패션 흐름을 유심히 살펴볼 만하다. 패션은 보통 평범한 현실에서 벗어난 거리감, 특별함을 중시한다. 성공과 지위의 상징으로 그냥 딱 봐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구나, 멋지게 차려입고 다니는 특별한 사람이구나 하는 분위기를 만든다. 이런 패션은 사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베이비부머와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형성되었다. 하지만 이런 질서는 1980년대생인 밀레니얼 세대, 1990년대생인 Z세대가 패션의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변화했다. 이들은 형식보다 편안함, 특수성보다 유용성을 훨씬 더 중시한다. 그리고 SNS 등을 통해 접한 세계적인 추세의 영향을 받아 자기 몸 중심 주의, 성 다양성, 문화 다양성 등을 중요시한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름과 공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다름을 포용하는 이런 분위기에서 다른 나라의 고유문화도 새롭고 특이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먼저 이미지에 친숙해지는 건 다른 문화에 익숙하게 만드는 힘이 있고, 잘 모르고 낯설다는 이유로 타 문화에 반감을 가지는 배타적인 감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K-pop을 타고 한복의 이미지가 널리 퍼지고,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해외 언론과 인터뷰하며 “이 옷은 한국의 전통 옷을 모티브로 했다.”라고 전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도다른 문화권 사람들이 우리문화에 익숙해지게 하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리만 보여줄 수 있되, 세계적으로 널리 퍼질 수 있는걸 갖게 되는 거다.

[© 방탄소년단 (BTS) 슈가 ‘대취타’]

사극과 아이돌의 시너지
물론 K-pop 아이돌의 공연 의상으로 사용되는 한복이 전통 한복은 아니다. 전통 한복을 기반으로 응용하고 더 현대적으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아이돌에게 의상이란 보통 옷이 아니다. 그들은 이 옷을 입고 춤추고 노래도 불러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내놓은 음악의 콘셉트를 보다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에 맞춰 필요한 부분을 늘리고 불필요한 부분은 제거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입은 게 과연 한복인지, 이런 이미지가 한복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는지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한복이 K-pop을 통해 글로벌 이미지를 만들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한복이 원래 자신들의 전통 의복에서 나왔다는 주장도 하고, 여전히 한복을 ‘코리안 기모노’ 라는 식으로 설명하는 경우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다시 말해 진짜 한국의 전통 옷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K-pop 아이돌이 입은 변형된 한복의 이미지만 접하다 보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리 영화와 드라마는 K-pop 아이돌의 한복 의상과 함께 한복이 미래를 향해 가는 데 좋은 길동무가 될 수 있다. 사극에서는 고증이 중요한 만큼 우리 전통 옷을 세세하고 정교하게구현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이 아이돌의 의상과 시너지를 일으키면 세계인이 우리 전통 옷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일이 영상 매체에만 존재하면 아무 소용 없다. 우리 전통문화가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기뻐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한복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아끼며 입는 일이 선행돼야 하고, 이것이 단단한 기반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글. 박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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