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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7 빅이슈

양재역 손성용 빅판

2024.03.14

사람에게는 남들보다 더 잘하는 것이 한두 가지는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노래일 수도, 그림일 수도, 연기일 수도, 글 쓰는 일일 수도 있다. 또한 다른 이보다 뛰어난 재능이 인생의 독이 되어 돌아온 경우도 있다. 타고난 운동신경과 체력, 거기에 엄청난 노력까지 더해져 유도 유망주였던 손성용 빅이슈 판매원(이하 빅판)의 경우가 그랬다. 청소년기부터 유도만 생각하고 유도만 하며 살았던 그는 유도 때문에 아픈 인생을 짊어졌다.


손성용 빅이슈 판매원

설 명절은 잘 보내셨어요?
연휴 내내 택배 배송 일을 했어요. 택배 보조 기사로 일하고 있거든요. 택배 기사들이 쉬는 주말 혹은 기사가 몸이 아프거나 무슨 일이 있으면 제가 대타로 나가서 배송해요. 평일에는 잡지 팔고, 주말에는 택배 알바 하는 거지요. 그래서 이번 설 연휴에도 계속 일했어요. 인천 물류센터에 가면 제가 배송해야 할 물건들이 차에 가득 실려 있어요. 그 차를 몰고 서울로 와서 배송하죠. 주로 강남구, 서초구 일대에서 일해요.

신입 빅판인데 판매 시작하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한 달 조금 넘었어요. 한 달이 빅판 수습 기간이니까, 이제 막 수습 딱지 떼고 정식 빅판이 됐어요.(웃음)

빅판 일이 처음은 아니시지요?
네, 2022년에도 빅판으로 일했어요. 3월 즈음 시작해서 한두 달 했는데 교통사고가 났어요. 북악터널 쪽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차에 받혔지요. 그래서 병원에 석 달 입원해 있느라 빅판을 그만뒀었어요.

어떻게 다시 빅이슈로 돌아오셨어요?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요. 무슨 일이든 하고 싶었어요. 택배 보조 기사만 해선 안 되겠다 싶어서 빅이슈를 다시 찾아왔어요. 한 지인이 제가 자전거를 잘 타고 좋아하니 자전거 배달 일을 해보라고 하는데 사고 이후로 다시 자전거로 뭘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전에 《빅이슈》를 팔 때 제가 잘 팔았어요. 그래서 다시 이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지요.

다시 판매를 시작한 뒤 의욕적으로 판매 중이시라고요?
다시 시작한 만큼 전보다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욕심이 나요.(웃음)

어릴 때 유도를 하셨다고요. 유도는 어떻게 시작하신 거예요?
중학교 때 시작했어요. 체육 선생님이 유도를 하셨는데, ‘아, 이놈 잘 가르치면 대성할 수 있겠구나.’ 생각하셨대요. 그 선생님의 권유로 시작했어요. 그때는 집에도 안 가고 밤새 체육관에서 훈련하고 그랬어요. 그게 계속 이어져서 고등학교 때도 유도를 아주 열심히 했어요. 유도가 저한테 잘 맞는 운동이었어요. 주변에서 잘한다고 칭찬을 많이 받고 성적도 좋으니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결국 유도 특기생으로 대학에 들어갔지요. 중요한 대회에서 우승도 많이 했어요.

유도는 왜 그만두셨어요?
유도를 계속하다가는 대학 졸업한 뒤 실업자가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경찰에 지원했어요. 유도 특기생으로 경찰이 됐어요. 제가 좀 남다른 인생을 살았어요.(웃음)

젊을 땐 무슨 일을 하셨어요?
경찰을 4년 정도 했어요. 경찰 일 할 때 머리를 많이 맞은 일이 있었어요. 하이바(헬멧)도 없이 머리를 엄청 두들겨 맞았으니 뇌가 온전했겠어요. 트라우마라고 해야겠지요? 저는 그때 술을 마셔야만 눈 뜨고 살아 있을 수 있었어요.

평생 영향을 받으신 거네요.
그러다 경찰 공무원을 그만두고 건설 회사에 들어갔어요. 아파트나 빌딩 건설하는 데 가서 크레인 다루는 기술 배웠지요. 크레인 기사 자격증도 땄어요. 자격증이 없으면 크레인에 못 타요. 크레인이 넘어가기라도 하면 회사는 큰 손실을 입거든요. 자격증까지 땄지만 정신적 외상이 심하니 일을 계속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과거 일 때문에 알코올의존증도 생겼고. 술 마시고 크레인에 오를 순 없잖아요. 결국 그만두고 그 이후로 확실한 직업을 갖지 못했어요.

운동신경과 기초 체력이 워낙 좋으셨나 봐요.
좋았지요. 지금도 사이클을 매일 타고 있어요. 출퇴근할 때도 자전거로 해요. 집이 있는 영등포공원 쪽에서 출발해 뚝섬에 있는 빅이슈 사무실까지 자전거로 와요. 얼마 안 걸려요. 한 시간?(웃음)

그럼 회사에서 판매지인 양재역까지는 어떻게 가세요? 그 무거운 잡지와 판매를 위한 물품 등을 자전거에 다 싣지 못할 텐데요.
자전거를 뚝섬역에 세워두고 지하철을 타고 가요. 판매를 마치면 다시 뚝섬역에 와서 자전거를 타고 집에 돌아가고요. 밤 9시 반까지 《빅이슈》를 파니까 집에 돌아가면 11시가 다 돼요.

빅판은 판매지에 계속 서 있어야 하는 일이고, 택배는 계속 움직이며 물건을 날라야 하는 일인데요. 둘 다 체력 소모가 큰 일인 것 같습니다. 평소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평일 아침하고 주말에는 시간이 좀 있어요. 그때 공원에 가서 철봉을 해요. 턱걸이를 한 500개 정도 하지요.

잠깐만요. 제가 지금 뭘 들은 거지요? 500개요?(웃음)
한 번에 500개를 다하는 건 아니고요. 다리운동 하고 팔운동 하고 하다가 사이사이에 턱걸이를 해요. 그럼 500개도 금방 해요. 타고나기를 워낙 체력도 좋고 운동도 좋아해요. 지금 예순이 가까운 나이에도 30대 체력을 유지하고 있어요. 육체미 선수들 배에 왕 자 있잖아요? 저는 배에 그 왕 자보다 더 무서운 게 딱 있어요.(웃음)

택배 배송할 때는 어떤 점이 가장 힘드세요?
물건 분류하는 거요. 주소지, 동‧호수에 맞게 정확하게 분류해야 해요. 잘못해서 오배송하거나 그러면 제가 배상해야 하거든요. 하루 일한 일당보다 더 많이 물어내야 할 때도 있어요. 노트북 하나 잃어버렸다고 생각해보세요. 그거 보상해주려면 며칠 일당을 다 바쳐야 해요. 정확하게 배송해야 하니까 그게 제일 어렵지요.

반면 배송 업무의 장점은요?
동작이 빨라진다는 것.(웃음)

주말에도 못 쉬며 두 가지 일을 한다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닐 텐데요. 당분간은 《빅이슈》 판매와 택배 일을 함께 해나갈 계획이세요?
당분간이 아니라 계속해야지요.(웃음) 《빅이슈》는 잘 안 팔리는 날도 많지만, 의욕을 잃지 않고 계속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한 권도 못 팔았다고 해서 그냥 주저앉아버리면 아무것도 못 해요. 되든 안 되든 꾸준히, 그렇게 가려고요. 이제 시작한 지 한 달 됐으니… 모든 일에는 경력이 중요하잖아요. 오래 하다 보면 잘되겠지요.(웃음)


글. 안덕희 | 사진. 김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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