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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7 에세이

긴 여운과도 같이 - 으믐, #디저트가필요한순간

2024.04.11

으믐은 지난해 10월 말쯤, 볕 좋은 가을날 새로이 문을 연 가게다. 망원역에서 천천히 걸어 10분 정도. 여기저기 다니는 걸 좋아하지만 가오픈 중인 카페를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체로 가오픈 기간이 짧아 시간을 맞추기 쉽지 않고, 빨리 가는 것보다는 좀 더 안정되었을 때 가는 걸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으믐을 처음 만날 날은 그 흔치 않은 경우에 속했다. 마침 망원동에 갈 일이 있었고, 시간이 비었으며 날이 좋았다. 무엇보다도 그 전날, 우연히 으믐의 가오픈 소식을 듣게 되었다. 모든 상황이 가야 한다고 등을 떠미는 것 같을 땐 가야 한다. 그렇게 만났다. 아무런 약속 없이 여유로운 날이면 한 번씩 생각날 것 같은 이 아늑한 장소를.
층고가 높고, 벽과 천장은 흰색이지만 바닥과 가구는 깊이 있고 채도 낮은 우드 톤이다. 카페 공간과 서비스 공간을 나누는 곡선 형태의 벽체가 특징적이면서도 온유한 인상을 준다. 벽을 따라 반원형의 테이블을 두어 세로로 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인 포인트. 낮은 조도 덕분에 밝은 날에는 바깥에서 드는 채광이 장식적인 역할을 하고, 흐린 날에는 자연스레 차분히 가라앉은 분위기가 마련된다. 어느 날, 어느 시간에 가든 있는 그대로 좋다.
커피와 디저트도 나무랄 데 없이 마음에 꼭 든다. 커피는 깔끔하고 구조감이 좋아서 앉은 자리에서 연속해 두 잔을 마시더라도 부담이 없다. 시그니처와 같은 코르타도는 크림과 커피의 비율이 절묘해서 인기 있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는 맛.

궁금해할래, 모든 디저트를
으믐에 처음 갔을 때는 부드럽고 진한 피스타치오 캐러멜 타르트와 날개 같은 설탕 칩이 꽂힌 귀엽고 상큼한 레몬 아이스크림을 만났는데, 커피와도 잘 어울리면서 편안하고 단정한 맛에 앞으로의 모든 디저트를 궁금해하기로 마음먹었다.
가을을 지나 문득 으믐 생각이 난 겨울에 찾아갔을 때는 피칸 바닐라 타르트와 피스타치오 딸기 타르트, 하트 피낭시에가 있었다. 피스타치오 딸기 타르트는 금실 딸기의 향긋하고 달콤한 맛과 피스타치오 가나슈, 아몬드 크림의 고소한 맛 사이에서 딸기 퓨레의 상큼한 맛이 균형을 이루어주는 점이 좋았다. 피칸 바닐라 타르트는 고소한 피칸, 가나슈 필링이 가득 들어간 타르트 위에 부드러운 바닐라 크림이 더해져 커피와 함께라면 하루 종일이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하트 피낭시에. 작고 귀여운 형태는 물론이고 겉은 아주 바삭하면서도 속은 한없이 보드랍고 촉촉한 질감이라 무척 마음에 든다. 하나만 먹기에 아쉬워서 포장해 와, 다음 날까지 행복하게 즐겼던 기억이다.
‘으믐’이라는 상호는 한자 ‘마실 음’을 길게 쓴 데에서 가져온 것이다. 소리 내어 읽어보면 딱 잘라 끝나지 않고 입안에서 길게 남는 발음처럼 다녀간 이들에게 긴 여운으로 남는 카페이기를 바란다고. 분명 누구에게든, 커피와 함께 잠시 책을 읽거나 디저트와 함께 달콤한 휴식이 필요할 때 떠오를 곳이 될 카페다. 물론, 내게는 이미.

으믐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 29 1층
12:00~21:00
주 1~2회 휴무, 휴무일은 인스타그램 참고.
인스타그램 @eu.meum.coffee

김여행
먼 타지로 떠나는 여행이든, 동네 카페 투어든, 항상 어딘가로 떠날 궁리를 하는 가장 보통의 직장인. 엑스 계정 @_travel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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