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영화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권하정, 김아현 감독 (1)'에서 이어집니다.

© 영화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스틸

© 영화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스틸
참고하신 밴드 음악이나 뮤직비디오를 하나 정도 추천해주세요.
아현 패닉! 앳 더 디스코의 ‘High Hopes’ 뮤직비디오의 감각이 좋았어요. 빵 터지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친구한테 보여주면서 “이것 봐라, 진짜 멋있다. 이런 느낌을 우리도 살려보자.”고 얘기를 했어요.
영화에 소통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해요. 화상 회의부터 급박한 상황에서의 대화, 외부 협력자들과의 미팅 등이요. 지난한 소통의 과정에서 두 분이 지키고자 한 원칙 같은 것이 있다면요?
하정 최대한 경청하자고 다짐했어요. 아현이도 그렇고 참여한 친구들이 아이디어를 막 던지는 스타일이거든요. 엄청 스케일 큰 거 있잖아요. “언니, 유리창을 이렇게 해서…” 그럼 저는 ‘유리창을 어떻게 가져오지?’ 이런 걱정을 하고요. 그래서 최대한 그걸 미리 생각하지 않고 일단은 다 듣고, 가성비 좋게 구현할 방법을 찾아나가자고 생각했어요.
아현 저희가 이승윤 씨에게 처음으로 전달했던 ‘무명성 지구인’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고 하정 언니가 써줬던 편지가 있거든요. 저희한테 이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서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가 생기게 하지 말자는 그 다짐을 제 마음에 다시 한번 새겼어요. 사훈 같은 거라고 생각했죠.(웃음) 어쨌든 우리가 좋아서 하게 된 일인데 최대한 서로 배려하면서 또 마음을 써주면서 작업하는 걸 중요하게 여겼어요.
하정 잠깐 만나는 뮤직비디오 감독님이든 촬영 감독님이든 이 과정에서, 만약에 누군가를 상처 주고 무시하고 해버리면 저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무리 이 영화가 아름답더라도요. 그 콘텐츠에 힘이 없어진다고 봐요.

© 영화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스틸
제목에 담긴 의미를 조금 더 풀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듣보인간’은 익숙하지 않은 조어인데요.
하정 제가 영화를 전공했지만 지금은 관련된 일을 안 하는 걸 다들 알고 있었나 봐요. 학교에 일이 있어서 잠깐 들렀는데 어떤 선배가 저를 보더니 “너 영화 안 한다면서 살아 있었네?” 하는 거예요.(웃음) 그래서 속으로 ‘영화 안 하면 나 죽어 있는 거야?’ 이런 생각을 했는데, 그 말이 마음에 계속 걸렸어요. 그래서 이 다큐멘터리는 내 생존 신고라고 생각했어요. 웃긴 건 그 선배가 자기가 한 말인 걸 기억 못 하고 제목 잘 지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전보다 이승윤 씨를 아는 이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죠. 어떤 기분이 드세요?
아현 <싱어게인>에 나온 이승윤 씨를 보면서 마음이 복합적이었어요. 뮤직비디오 촬영 당시의 친구 같은 느낌과는 거리가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하정 당시 친구였던 이승윤 씨와는 뭔가 좀 분리돼서 보이는 것 같아요. 믿기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동시에 나처럼 이승윤 씨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에 뿌듯했어요.
‘영웅 수집가’ 뮤직비디오에서 가장 애정하는 장면은요?
하정 석고상으로 만든 몰드들도 생각나고… 제일 좋아하는 건 커튼이 쫙 깔린 데서 공연하는 장면이요. 멋있게 나오더라고요.
아현 밴드 분들이 조명을 받으면서 연주를 시작할 때요. 그리고 승윤 씨가 꽃가루를 던지는 마지막 부분도 좋아해요.
뮤직비디오를 만들 당시 두 분처럼, 지금 처음을 통과하고 있는 분들께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하정 너무 많은 고려를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잘 안되면 어쩌지.’ 고민하면 점점 자신감이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해야 된다’, ‘일단 끝내자’는 생각에 집중해야 해요. 전 그러니까 좀 낫더라고요.
아현 진심을 다해 그냥 좋아하는 마음으로 했으면 좋겠고, 현실적으로 제가 해드리고 싶은 말은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것이에요. 어쨌든 이 시간 안에는 무조건 되어 있을 거다, 그렇게 믿는 거요.
글. 황소연 | 사진. 김화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