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상단으로이동
신간 · 과월호 홈 / 매거진 / 신간 · 과월호
링크복사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
글자확대
글자축소

No.306 인터뷰

영화 <그녀의 취미생활> 배우 김혜나, 정이서 (2)

2023.09.12

이 글은 '영화 <그녀의 취미생활> 배우 김혜나, 정이서 (1)'에서 이어집니다.

ⓒ 왼쪽부터 정이서, 김혜나

영화는 두 여성이 서로 공감하고 연대하며 나아가는 이야기를 주축으로 합니다. 두 시간 남짓한 동안 혜정과 정인이 극을 이끌어가기 때문에 두 분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했을 것 같은데, 합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따로 이야기를 많이 나눴나요?
혜나 이렇게 얘기하면 우리 열심히 안 한 사람 같은데.(웃음) 사실 연기를 ‘나는 이런 감정으로 할 거니까 너는 이렇게 해줘.’ 이렇게는 안 하잖아요. 일단 저희는 리허설 때 서로 준비해 온 걸 거의 100프로로 보여줬어요. 그러고 숏 들어가면 서로 상대가 했던 걸 아니까 거기에 맞춰 본능적으로 연기한 것 같아요. 따로 얘기를 나누기보다는요.

이서 맞아요. 촬영을 하면서 서로 맞춰간 것 같아요. 혜나 선배님을 대본 전체 리딩 때 처음 뵀거든요. 리딩 때 한 번 뵙고 바로 촬영에 들어갔기 때문에 서로 어색한 상태였다가 촬영하면서 친해졌어요. 진짜 혜정이랑 정인이처럼요. 몽타주 컷 중에 혜정이랑 정인이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자는 신이 있는데, 그게 원래 대본에는 없었거든요. 하루는 저희가 저녁 먹고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감독님이 그 모습을 보시고 너무 좋다고 하셔서 다음 날 똑같이 찍은 거예요. 이렇게 편하게 하룻밤 한 침대에서 자고 나면 정인이랑 혜정이도 무척 가까워질 것 같다고요. 촬영 막바지라 저희가 엄청 친해져 있을 때였거든요.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광재(우지현)와 벌이는 액션 신 얘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두 여자가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장총을 든 비주얼도 그렇고, 여러모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장면이에요.
이서 처음에는 궁금증이 있었어요. ‘왜 꼭 흰옷을 입어야 할까?’, ‘사람을 죽이러 가는데 이렇게 튀는 옷을 입어도 되는 건가?’ 그러다가 누가 보면 어떡하지.(웃음) 이런 현실적인 생각이 들었거든요.

혜나 어쨌든 제가 정인이를 위해 모든 걸 준비해주는 거잖아요. 총도 구해주고 옷도 준비해주고, 우리 ‘이렇게 하자!’ 하는 건데. 근데 제가 이해를 못 하면 안 되잖아요. 감독님이 이 부분에 대해서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와 의도를 촬영하기 직전까지도 설명해주셨고, 결국 설득당했죠. 그다음부터는 흰옷을 입고 무슨 짓을 해도 아무렇지 않았어요. 결과적으로 영화를 보니까 이 여자들이 단순히 화가 나서 저지르는 행위가 아니라 어떻게 보면 악의 근원 같은 존재를 제거하는 의식을 치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좋았어요.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어떤 장면인가요?
이서 제가 나오는 장면은 아닌데요. 혜정이가 빈집에 들어가서 물건을 훔치는 장면이 있어요. 저는 그 장면을 보면 홀리는 느낌이 들어 좋아요.

혜나 제가 촬영할 때 감독님께 “혜정이는 취미가 절도인가요?”, “도대체 왜 그럴까요?” 막 그랬거든요.(웃음) 근데 어떻게 보면 혜정이가 사소한 물건을 훔치는 행위를 통해 정인이에 대한 소유욕을 드러낸 것 같아요. 이 여자의 소유욕이 결국 사람한테까지 뻗친 거죠. 정인이를 갖고 싶은데, 정인이는 쉽게 가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니까 계속 거리를 두고 다가가면서 옆에서 지켜본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건 모든 사람이 당연하게 좋아할 수도 있는 장면인데, 저는 영화 초반에 할머니랑 정인이가 나란히 누워 있는 장면을 좋아해요. “아무도 안 볼 때 확 꼬집어버려.” 하고 말하는 그 장면이요.


이서 마지막에 정인이가 창수(조정근) 아저씨한테 쏘아붙이는 장면도요. 속이 시원했거든요. 그 장면 찍으면서.

ⓒ 배우 정이서

힐링과 스릴러라는 말이 하나로 묶이기 쉽지 않은데, <그녀의 취미생활>힐링 스릴러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화면에 담긴 풍경과 자연이 참 아름답기도 하고요. 이처럼 <그녀의 취미생활> 앞에 붙기를 바라는 수식어가 있나요?
이서 정인과 혜정. 물론 수식어도 너무 감사하지만, 어떤 수식어보다 딱 그 인물이 생각나면 좋겠어요.

혜나 <델마와 루이스> 하면 영화의 내용이나 장면들이 하나하나 다 기억나진 않지만, 그 두 여인은 딱 떠오르잖아요. 저희 영화도 그런 느낌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관객들이 영화관에서 꼭 확인했으면 하는 <그녀의 취미생활> 관람 포인트가 있다면요?
이서 아주 많은데요.(웃음) 음악 감독님께서 음악을 참 잘 만들어주셔서 그것도 하나의 관람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가장 중요한 건 혜정이와 정인이요. 두 인물의 감정선에 공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혜나 혜정과 정인, 이 두 여자가 어딘가에서 떠나서 어딘가로 왔다가 또 어딘가로 떠나거든요. 두 시간 남짓 이어지는 이 여정에 함께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두 여자가 이다음에 또 어디로 향하는지를 궁금해하셨으면 해요.

"일단 저희는 리허설 때 서로 준비해 온 걸 거의 100프로로 보여줬어요.
그러고 숏 들어가면 서로 상대가 했던 걸 아니까 거기에 맞춰 본능적으로
연기한 것 같아요.”

“이 여자들이 단순히 화가 나서 저지르는 행위가 아니라 어떻게 보면 악의
근원 같은 존재를 제거하는 의식을 치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좋았어요.”


글. 김윤지 | 사진. 김슬기


1 2 3 4 5 6 

다른 매거진

No.328B

2027.05.02 발매


사주 보는 사람들, 셀프 캐릭터 해석의 시대

《빅이슈》 328호 사주 보는 사람들, 셀프 캐릭터 해석의 시대

No.328A

2022.12.02 발매


사주 보는 사람들, 셀프 캐릭터 해석의 시대

《빅이슈》328호 사주 보는 사람들, 셀프 캐릭터 해석의 시대

No.327

2024.09.02 발매


결심했다, 소비와 멀어지기로

빅이슈 327호 결심했다, 소비와 멀어지기로

No.326

2024.08.01 발매


다시 책으로: 텍스트힙의 흐름

빅이슈 326호 다시 책으로: 텍스트힙의 흐름

< 이전 다음 >
빅이슈의 뉴스레터를 구독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