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신사역 석재천 빅판 (1)'에서 이어집니다.
신사역 석재천 빅판
빅판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어느 날 TV를 보는데 KBS2 <다큐멘터리 3일>에 빅이슈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그거 보고 알게 돼서 도전했지요. 판매 시작할 때 남산에 가서 빅이슈 판매 멘트 외치는 걸 연습했어요. 한창 연습하는데 어떤 분이 오셔서 책 한 권 달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깜짝 놀랐지요. ‘아, 이거 내가 팔아도 팔리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내가 빅이슈 파는 거 연습하러 왔다고 그랬더니, 판매를 시작하면 연락해달라고 전화번호를 주고 가시더라고요. 건대입구역에서 팔 땐데, 아 근데 그분이 진짜 사러 오셨어요. 그때 연습할 때랑 목소리가 똑같다고 하면서 사 가셨어요.(웃음) 처음에는 길에 서서 잡지를 파는 게 괜히 창피한 거 같고 그래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더라고요. 창피한 거 없애려고 남산 가서 열심히 연습했어요. 하루에 100권씩 팔고 그랬어요. 하루하루 신났었지요. 내가 그때 최고 많이 팔았을 거예요.
네, 한때 빅이슈의 ‘영업왕’이셨다고 들었습니다. “내가 서 있기만 해도 잡지를 팔았”다는 빅판계의 전설이시지요.(웃음)
그때는 ‘난 이거 아니면 죽는다.’ 하는 각오로 비장했어요. 지금은 그때 마음의 10분의 1도 안 돼요.(웃음) 그때는 한 시간만 ‘빅이슈’를 외치면 목이 쉬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어요. 근데 지금은 백날을 해도 목이 안 쉬어.(웃음) 아니, 워낙 많이 외쳐 목이 적응을 해서 그런가. 그래서 ‘내가 지금은 간절함이 덜하구나.’ 하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책 팔다가 앉아 있는 건 상상도 못 했는데 요즘은 다리가 아파서 견디지 못하겠어요. 열 시간씩 서 있어도 다리 아픈 줄 몰랐는데 지금은 한 시간만 서 있어도 앉을 데부터 찾을 때가 많다니까요. 돈을 어느 정도 모아놓으니 초심을 잃었나 봐요. 예전처럼 목숨 걸고 팔게 되지 않네요.(웃음)
처음 판매를 시작한 때가 8년 전이니 건강과 체력도 많이 나빠지셨겠지요. 그래서 더 그러신 것 같습니다.
네, 그런 점도 있을 거예요. 마음이 변해서가 아니라.
다시 빅이슈로 돌아오셨는데, 이제 건강은 많이 회복하신 건가요?
사실 내가 이 인터뷰에 응한 이유가 있어요. 이 말을 독자님들에게 꼭 전하고 싶거든요. 내가 지금 일주일째 판매지에 못 나갔어요. 독자님들이 그러실 거예요. ‘이 아저씨는 자기가 팔고 싶은 날만 팔고, 자기 맘대로 판매도 안 하는구나.’ 근데 그게 아니에요. 제가 지금은 입원할 정도로 아프지는 않지만 판매지에 나가지 못할 만큼 아픈 날이 많아요. 몸이 원수예요, 원수.(웃음) 당뇨가 있으면 남들 보기에 멀쩡해 보여도 온몸이 다 아파요. 여기가 괜찮아지면 저기가 탈 나고… 당뇨 환자들은 온몸이 병이에요. 정말 무서운 병이 당뇨 같아요. 아프지만 않으면 빅판 일 쉴 일이 없지요. 빅판으로 복귀한 뒤에는 몸이 우선이다 하고 쉬엄쉬엄 해요. 그러다가 단골 독자님들 다 놓쳤지만요. 독자님들이 제가 판매지에 없는 날은 ‘이 아저씨가 어디가 또 아프시구나.’ 이렇게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파서 못 나온 거라고요. 절대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당뇨는 식단 관리가 굉장히 중요한데, 식사는 어떻게 하세요?
시장에 가서 반찬 사다가 밥만 해서 먹어요. 병원에서 현미밥 먹으라고 해서 꼭 현미밥 해요. 병원에서 고기 먹지 말고 채소를 많이 먹으라고 하니 반찬도 주로 채소로 만든 거 사요. 국도 짜게 먹지 말라 하고 뭐도 안 된다, 뭐도 먹지 마라 하고… 못 먹게 하는 게 너무 많아요. 내가 그래요. 이렇게 먹을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웃음) 먹어야 때깔도 좋든가 하지요.
밝고 호탕한 성격을 가지신 것 같습니다. 독자들한테도 그렇게 밝게 대하세요?
독자님들은 나를 지원하고 응원해주는 분들이니 내가 잘 대해드려야 해요. 어떤 독자님들은 술을 조금 마시고, 담배 많이 피우지 마라, 뭐 이런 잔소리도 하세요. 이런 분이 진짜 독자예요. 너무 감사한 분들이지요. 더러 손 편지를 써주시는 독자님이 계시는데 소중히 간직해요.
건강관리를 더욱 잘하셔서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나고 소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쎄 말이에요. 아프지 말아야 하는데.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몸이 맨날 이러니까 자신한테 막 화가 날 정도예요. 독자님들이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내가 게을러서, 팔기 싫어서 판매지에 안 나가는 게 아니라, 너무 아파서 그래서 못 나가는 거라고요. 양해 좀 해주세요. 사실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어서 이 인터뷰에 응한 거예요.(웃음)
글. 안덕희 | 사진. 김화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