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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95 커버스토리

코미디언 김경욱 (1)

2023.03.17


'이 재미있는 걸 왜 몰라주느냐고 하늘에 대고 외친 적도 있지만 그는 기다렸다. 때가 오기를. 2018년부터 밀어온 ‘다나카’부터 ‘나일론 머스크’, ‘김건욱’, ‘김홍남’까지, 김경욱이 세상에 내보인 캐릭터들은 그간의 ‘존버’를 보상하듯 현재 대한민국 코미디의 중심에 서 있다. 굴곡진 인생에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할 때마다 그가 놓치지 않은 것은 단 하나, 자신에 대한 신뢰. 격변하는 세상은 오늘과 다른 내일, 내일과 다른 모레를 그에게 퀘스트처럼 던질 테지만, 괜찮다. 신념이라는 최고의 패를 쥐고서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김경욱은 자기 자신을 믿고 더블로 간다.'


《빅이슈》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들었어요. 화보 촬영 소감이 궁금합니다.
길에서 빅판분들을 만나면 잡지를 자주 샀거든요. 무척 의미 있는 잡지잖아요. 그래서 오늘 촬영에도 진심으로 임했어요. 이번 호 잡지 나오면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 줘야겠어요.(웃음)

다나카가 끈기의 아이콘이 되었어요. 지난 4년간 꾸준히 캐릭터였죠. 답답했지만 한편으로 다나카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고요?
저는 제가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이건 재밌는데 사람들이 몰라주는 거다.’(웃음) 물론 극소수지만 알아주는 분도 있었고, 그래서 그분들을 믿었죠. 그분들이 저희와 같이 답답해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재밌다고, 한번 보라고 설득해주기도 하셨고요. 그 마음에 보답하는 길은 콘텐츠를 꾸준히, 계속 만드는 방법밖에 없었어요.

나만 알고 싶었는데 유명해져 슬프다는 분들도 있어요.
저도 그 마음이 뭔지 알아요. 나만 알던 아티스트가 유명해지면 애정이 덜 가는 면도 있고요. 저도 그런 적이 있기 때문에 이해돼요. 힘든 시기를 함께 거쳐온 분들이 가지는 서운한 마음이잖아요. 그래서 이해는 가지만, 덜 유명했던 때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을까요.(웃음)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시리즈 남친은 열반 업데이트되길 기다리는 구독자가 많아요.
마지막 에피소드를 올린 지 8개월이 넘어가네요. 사실 제 창의력의 원천은 조회 수거든요.(웃음) 아무래도 조회 수가 나와야 이야기를 다양하게 뻗어나갈 의지가 생기는데, ‘내 남친은 열반 중’이 조회 수가 그리 높지 않아요. 마니아가 많기는 하지만요.

다른 캐릭터들이 워낙 바쁘다 보니 뒷전에 밀릴 수밖에 없군요.
그런데 그 사실을 ‘열반 오빠’가 알면 서운해할 수 있어서 어디 가서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얘기하지 못해요.(웃음) 언젠가는 재개해야죠. 저는 봤잖아요. 4년 만에 캐릭터가 빛을 보는 걸. 그래서 누구 하나 등한시할 수 없어요. 어느 순간 열반 오빠가 인기를 견인해 저희 채널을 끌고 갈 수도 있는 거죠. 그러니 구독자분들,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22 코미디언이시죠. 코미디도 트렌드를 타잖아요. 유행이 빠르게 바뀌는 흐름 속에서 개그감 잃지 않기 위해 기울이는 노력이 있다면요?
강산이 두 번 바뀌었죠. 그런데 저는 그대로예요. 저의 감이나 저의 코미디 지론은 그대로인데, 그냥 세대가 바뀌었을 뿐이에요. 대중이 뭘 좋아할지 고민은 하지만 그들에게 맞추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콘텐츠를 공개했는데 반응이 썩 좋지 않으면 순간적으로 ‘아, 내가 바뀌어야 하나?’ 싶다가도 그렇게 대중에게 맞추다 보면 제 정체성이 사라질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남들이 하는 건 안 하려고 해요. 내가 재밌는 걸 하다 보면 나와 대중의 교차점이 생길 거라는 믿음이 있었죠. 약간 거만하게 말하면 내가 계속 트렌디했구나 싶고요.(웃음) 저도 무너질 것 같은 때가 오긴 해요. 너무 반응이 없으면요. 그래도 쓰러질 것 같을 때 한 번씩 힘내게 해주는 반응 타이밍이 있어요. 어떤 변곡점처럼 인생의 굴곡에서 한 번씩 이런 타이밍이 오는 걸 경험하니까,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할 때 이것도 하다 보면 잘되겠지 하는 마음이 있어요.

너무 늦지도, 이르지도 않은 좋은 타이밍에 주목받았다고 말씀하셨어요. 내공이 느껴지는 말이에요. 오래 코미디 연기를 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은 뭘까요?
확실히 자기 것에 대한 신념이 있어야 해요. 없으면 들켜요. 대중도 분명히 알거든요. 이 사람이 신념이 있는지 없는지, 자신감이 있는지 없는지. 그래서 나를 믿고 밀어붙이는 자세도 필요해요. 그러면 남도 설득되더라고요.

<피식대학>, <숏박스> 요즘 핫한 크리에이터가 모인 메타코미디 소속되어 있는데, 후배들과 함께하는 소속사 생활은 어때요?
항상 영감을 받아요. 2021년과 2022년은 오롯이 그 친구들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잖아요. 그런데 자신들의 위치에 비해 너무 겸손하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으려고 계속 노력해요. 그 모습을 보면서 늘 영감을 얻고 자극도 받아요. 집단 안에 파이팅 넘치는 기운이 있어서 지쳐 있을 때 거기 가서 후배들이랑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의지가 생겨요. 그 기운에 저도 더 잘되는 것 같고요.

공개 코미디에 대한 그리움은 없나요?
그 그리움을 ‘다나카 콘서트’를 통해 풀고 있어요. 물론 제가 주체가 되는 건 아니고 게스트로 나가지만, 사람들 앞에서 뭔가를 할 수 있어 그나마 갈증이 풀리거든요. 콘서트가 ‘핫쇼’보다 더 좋은 점이, 노래는 며칠 반복해 불러도 그때그때 컨디션에 따라 관객도 다 다르게 들어주시는데, 코미디는 기승전결이 있다 보니 한 번 보면 마지막에 나오는 웃음 포인트를 알게 되잖아요. 그래서 여러 번 보기 힘든 면이 있어요. 콘서트도 중간중간에 넣는 멘트 같은 부분에 변화를 줘야 하지만, ‘핫쇼’보다는 부담이 덜해요. 저희가 ‘핫쇼’ 공연을 거의 매일 했거든요. 그래서 항상 다른 걸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이 글은 '코미디언 김경욱 (2)'로 이어집니다.


글. 원혜윤
사진. 영배
헤어. 조은혜
메이크업. 김민지
스타일리스트. 현국선·정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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