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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49 커버스토리

사랑의 형태 2

2021.04.26 | 이웃집의 백호랑이 인터뷰

※ 이번 기사는 <사랑의 형태>에서 이어집니다.

‘개냥이’ 스타일의 호랑이, 상대적으로 승연 씨와 오랜 시간 함께한 백호의 가장 큰 공통점과 차이점은 뭔가요? 초반과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두 아이 모두 사람을 좋아해요. 제 친구들이 다 고양이를 키우는데, 놀러 가도 고양이들 얼굴을 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호랑이는 사람 무릎에도 앉아요. 예뻐해달라고 머리도 들이밀고요. 그 모습이 백호 같다고 생각했어요. 백호가 처음엔 호랑이를 ‘얜 뭐지?’ 식으로 대했거든요. 궁금증 가득한 표정으로요. 그러다 시간이 가면서 ‘나랑 사는 애구나, 어디 안 가는구나.’(웃음) 하고 깨달은 것 같아요. 호랑이는 양치질이나 귀 청소를 할 때 백호를 보고 배워서, 도망가거나 할퀴지 않아요. 그런데 그럴 때 백호가 저한테 뭐라고 해요. 자기가 하기 싫으니까 동생도 시키지 말라는 거죠.

고양이와 강아지는 체형이 다르고, 건강관리 등 돌보는 방법도 다른데, 호랑이와 함께하면서 배운 점이나 고민하게 된 점이 있나요?
강아지보다 고양이를 키우기 쉽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아요. 둘 다 똑같이 외로움을 타고요. 호랑이는 백호를 좋아하니까 백호가 산책한다는 걸 알아요. 창틀에서 내려다보다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이면 현관 앞에서 기다리곤 해요. 백호가 맸던 하네스를 풀어두면 밖에서 묻혀 온 냄새를 맡더라고요. 백호는 그걸 기다려줘요.

업무를 하면서 SNS를 관리하고, 백호랑이를 돌보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바쁜 일상에서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들과의 교감 포인트나 습관 같은 게 혹시 있나요?
일단 백호 생식을 제가 직접 만들어요. 밤마다 양치질과 눈 마사지를 해주고 귀와 발톱 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한 뒤 하루를 마무리하지요. 일이 많을 땐 그 시간을 가지려고 집에 왔다가 다시 나간 적도 있어요. 많이 바쁠 때는 며칠씩 집에 못 들어오는데, 가족들이 제가 하듯이 돌봐줘요. 생식을 어떻게 해동해서 영양제를 넣어주는지도 알고 모든 규칙을 공유하거든요. 두 아이와 살아가는 데에 가족의 협조가 필수적이고,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셨어요. 협의 없이 동물을 데려왔는데 가족 모두 환영해주는 사례가 SNS에 종종 있는데, 아주 특별한 경우예요.

유튜브를 통해 많은 정보를 알리고, 팬들이 많아지니 책임감도 느낄 것 같습니다.
백호를 보고 웰시코기가 귀여워서 데려왔는데, 별로라 파양하겠다는 식의 메시지를 많이 받았어요. 본인 집에 특정 품종의 고양이가 있는데, 호랑이 같은 코숏은 밖에서도 살 수 있으니 내보내거나 자기 집 고양이를 데려가라는 경우도 있었고요. 사람들이 잔인하다고 생각했죠. 저는 호랑이와 가족이 되고 싶어 데려왔을 뿐이거든요. 호랑이 엄마에게 분유 같은 걸 후원하다 보니 입양을 가지 못하는 호랑이에게 마음이 간 거고요. 사실 유튜브 콘텐츠에 특정 품종 개나 고양이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 역시 특정 품종 개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백호가 받은 사랑을 더 많은 동물들에게 돌려주고 싶어요. 저는 유튜브에서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아요. 백호랑이가 주인공이지 제가 아니니까요. 제가 유튜브를 늦게 시작한 게 동물을 이용해 인위적이고 설정한 모습을 담는 게 싫었기 때문이에요. 동물을 이용한 챌린지 같은 거요. 왜 그렇게까지 해서 카메라를 들이밀어야 하는지 생각이 많아져요.

귀여운 새끼들의 모습이 많이 재생산되는 것 같아요.
그 부분이 매우 심각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인스타그램에도 백호의 어릴 적 모습을 거의 안 올렸는데, 많이 궁금해하셔서 얼마 전에야 유튜브에 한 번 올렸어요. 키우는 사람에겐 정이 쌓이고 교감하는 지금의 모습이 가장 예쁘거든요. 저한테도 아이들이 어릴 때 너무 귀엽지 않으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있는데, 전 굳이 어릴 때 사진을 보면서 ‘이때 참 예뻤지!’ 하진 않거든요. 저는 백호와 호랑이의 지금이 제일 예뻐요. 내일이면 내일의 백호랑이 모습이 제일 예쁠 거고요. 물론 지금의 기억을 가지고 아이들이 어리던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더 긴 시간을 함께하니 좋겠지만, 그걸 제외하곤 굳이 백호랑이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진 않아요. 지금이 제일 좋아요.

펫로스를 겪은 승연 씨를 가족들이 많이 걱정했다고 들었어요.
스무 살 때였죠.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좁은 집에 살 때 함께해준 형제 같은 아이였어요. 큰 집에 이사 오기 2주 전에 그 아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는데, 큰 집으로 이사를 와도 기쁘지 않았어요. 1층을 선택한 것도 강아지 때문이었거든요. 그로부터 7년 뒤 백호를 데려온 거죠. 이별은 당연한 것이니 그걸 겁내지 말고 최선을 다해 잘해주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백호랑 할 수 있는 걸 다 하고, 얘랑 나랑 진짜 좋은 파트너였다고 기억할 수 있게, 같이 건강하게 늙어가고, 재밌게 살아보자고 생각하게 됐어요.

유튜브 ‘군산 유기동물 보호소 방문기’ 편에서 동물에게 보낸 메시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었습니다. 유기동물 입양 활성화를 위한 고민이 많으실 것 같아요.
후원을 어려워하는 분이 많으세요. 그분들을 위해 백호랑이를 캐릭터로 한 MD 상품을 판매하게 되었고요. 제작비, 인건비를 뺀 수익금 전액으로 유기동물 보호소에 필요한 물품 등을 구매해 기부하거든요. 유기동물들이 더 나은 생활을 영위하게 하고 싶었어요. 잠깐 머무르는 곳인데, 보호소에서 지낸 기억이 너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팬데믹 상황을 겪으며 환경문제도 고민하게 됐는데, 꼭 필요한 양만 만들어 남기지 않기 위한 제로웨이스트 상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사실 보호소에서는 배변 패드 등 일회용품을 많이 쓰는데, 동물을 위해 사람들이 노력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나눔과 기부가 승연 씨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집안 형편이 무척 어려울 때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했거든요. 대기업 마케팅팀에서 여러 고객을 만났는데, 어떤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이번에 본인이 후원한 아이가 대학에 갔다고요. 무척 기뻐하고 행복해하셨어요. 마음의 여유라는 건 이런 거구나 하고 느꼈죠. 그때부터 ‘지금은 어렵지만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반드시 수익의 일정 부분을 기부하면서 살겠다.’고 다짐했어요. 백호 덕분에 뜻하지 않은 수입이 생겼는데, 지난해엔 그 기부액이 1억 원이 넘었어요. 나누는 게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됐죠. 그러다 보니 삶이 엄청 바뀌었어요. 조금 비싸더라도 수익금이 기부되는 상품을 사는 게 좋고요. 세상을 이전과 다른 눈으로 보게 된 것 같아요. 기부가 좀 중독적이더라고요.(웃음) 저는 아주 기쁜 일이 있거나, 아주 슬픈 일이 있으면 기부해요. 기분 때문에 뭘 먹거나 술을 마시는 것처럼 기부를 하게 되더라고요. 친구들끼리도 “모인 돈으로 기부 한번 할까?” 하고 얘기하는 게 당연해졌어요.

올해 백호랑이와 함께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팬데믹 상황이 풀리면 백호 데리고 산책회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백호가 뛰어놀 수 있도록 잔디밭을 만드는 중이거든요. 올해 완성하고 싶어요. 사람 많은 곳에서 관심받는 걸 좋아하는 백호를 위해 아무 걱정 없이 나가서 놀고 산책하는 때가 어서 오면 좋겠어요. 창밖 보길 즐기는 호랑이를 위해서는 또 다른 캣타워를 놓을 예정이에요. 호랑이가 보는 세상이 넓어지길 바라요.

《빅이슈》 독자로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여성 홈리스와 미혼모분들의 생활에 관심이 많아서 여러 형태로 기부를 해왔어요. 서울로 출퇴근을 할 때 여기저기 이동하다 보니 《빅이슈》 같은 호를 각각 다른 판매원분들에게 구매하게 되더라고요. 친구들에게 나눠 주거나 일로 만난 분들께 선물해요. 아주 큰 가방 안에 《빅이슈》가 늘 들어 있었어요. 그래서 빅이슈에서 연락이 왔을 때, 잘못 본 줄 알았어요. 영향력 있는 분들이 표지 모델이 되는 걸로 아는데, ‘우리 아이들이…?’(웃음) 싶기도 했고요. 큰 영광이에요. 저는 그냥 우연찮게 백호랑이가 엄청 큰 사랑을 받게 됐고, 그 사랑을 감당하지 못해서 기부라는 방법을 찾게 된 사람일 뿐이거든요. 백호랑이에게 모인 한 분 한 분의 사랑이 이렇게 커졌잖아요. 《빅이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커피 한 잔 값이지만, 그게 모이면 어마어마한 파급력이 생기는 거잖아요. 삶을 포기했던 한 사람이 사회 구성원으로 재기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니까요. 백호와 호랑이가 사랑받듯이 기적 같은 일이죠. 그렇게 사회에 복귀한 분이 훗날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잖아요. 그저 사회의 일원으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거니까요. 《빅이슈》를 구매하는 마음은, 제가 백호랑이와 함께하면서 기부하는, 유기동물이 한 끼 배불리 먹고, 간식을 맛있게 먹길 바라는 마음과 같은 것이 아닐까 싶어요.


황소연
사진 김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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