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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49 인터뷰

원룸 생활 - 스쳐가는 집에 대하여 2

2021.04.28 |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 이번 기사는 <원룸 생활 - 스쳐가는 집에 대하여>에서 이어집니다.

집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한 본인만의 방식이 있어?
독서를 좋아하는데 책을 사들이는 게 부담이 되니까 도서관에서 자주 빌려 읽어. 또, 항상 임시 거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구나 장식품에 돈을 쓰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그래도 이 집을 좀 집처럼 느끼고 싶어서 큰맘 먹고 모빌을 샀어. 인테리어용으로 물건을 산 건 초록 모빌이 처음이야.

초록색을 좋아하는구나.
산과 바다 중 고르라고 하면 산을 꼽는 사람이야. 초록색을 좋아하는데 집에 해가 잘 들지 않아서 식물을 못 키우니까 이렇게라도 초록색을 보겠다는 욕구를 충족하는 거야.(웃음) 초록 계열을 좋아하기 때문인지 봄이나 여름에는 활기가 넘치고 겨울에는 지치는 것 같아. 서울살이를 하면서 지하철 창밖을 바라보는 순간을 좋아했는데, 봄이면 곧 싹이 돋아난다는 생각에 들뜨곤 했어. 나중에 지하철 1호선 초록 할머니 되는 거 아닌가 몰라.(웃음)

과거의 조각들로 이루어진 집
네게 집은 어떤 의미야?
집은 사람의 몸과 마음이 가장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 집이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생활이 가능하잖아. 그리고 친구 집을 구경하거나 집과 관련한 영상을 보면 각자의 집에는 각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 같아.

소희의 집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궁금해.
좋아하는 건축가가 지은 작품 사진과 직접 뜬 모자 등 모든 물건에 저마다 추억이 담겨 있어. 추억을 꾸역꾸역 보관하는 피곤한 인간이다 싶다가도 그거라도 없으면 안 되겠다 싶기도 해. 뉴욕으로 여행을 갔을 때 들고 온 브로슈어는 펼치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나와. 워낙 오래되어서 해졌는데, 그걸 들고 겨울의 칼바람을 맞으며 야경을 본 기억이 생생해. 비싸게 주고 샀지만 촉감이 참 좋은 곰 인형 또한 미국에서 지낸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그리고 프랑스 팔레 드 도쿄 박물관에서 가져온 ‘모험을 떠나라.’라는 글귀가 있는 브로슈어와 그때 친구가 보내준 우리나라의 사계절이 담긴 사진도 무척 소중해.

추억이 아주 많은 집이네! 이 집에서만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순간도 있다고 했잖아.
창문 너머 옆집 지붕 틈새로 들꽃이 피는데 무리 지어 피지 않았는데도 참 예뻐. 자주 오는 고양이 가족이랑 꽃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귀엽다는 생각이 들면서 행복하더라고. 아기 고양이가 다 큰 고양이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괜히 혼자 뿌듯하기도 했어.(웃음)

앞으로 이 집에 얼마나 더 있을 예정이야?
취업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내년에는 다른 곳으로 갈 것 같아. 돌이켜보니 과거의 조각들이 많은 집인 것 같네. 그 파편들이 모여서 다른 곳으로 나아가려는 디딤판 역할을 하는 집이라는 생각도 들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올해엔 정이 들어서 접시를 괜찮은 걸로 바꾸거나 모빌을 사기도 했어. 집에서 만족을 느끼는 순간이 소비로 이어지는 것 말고, 정신적으로 만족하며 지낼 수 있도록 집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며 잘 지내고 싶어. 집과 동네에 정을 붙여서 이제 조금은 내 집처럼 느껴지지만 여전히 계약 기간에 따라 주거지가 계속 바뀌는 건 큰 스트레스야. 집은 누구에게나 당연히 있는 것이어야 하는데 왜 이리도 가지기 힘든 걸까? 5년이나 10년쯤 정착해서 살 곳을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그때는 그곳을 내 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어떤 도시에서 내 집을 얻어서 살아간다는 건 너무나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


손유희
좋아하는 것들을 기록하다가 기록 자체를 좋아하게 된 사람.
주로 글을 쓰고 가끔 영상도 만드는 블로거이자 유튜버.

사진 이규연
바쁜 일상 속 반짝이는 찰나를 담는 사진작가. 편안하고 차분한
사진을 좋아하고, 시선이 오랫동안 머무르는 사진을 찍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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