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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34 컬쳐

구움 과자의 매력

2020.09.21 | 인생이 늘 달콤하지 않기에

디저트는 사전적으로 ‘식사 끝에 나오는 과자나 과일 따위의 음식’을 뜻한다. 짭짤한 음식을 먹고 나면 자연스레 달달한 음식이 떠오르기 마련이니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꼭 식사를 한 뒤에만 생각나는 것은 아니다. 아침에 잠을 깨기 위해 커피를 마실 때, 오후 네 시쯤 한창 졸리거나 출출할 때, 즐거울 때, 우울할 때, 화가 날 때… 등등. 열 사람이 있으면 열 가지 생각이 존재하듯 달콤한 디저트가 필요한 순간은 각양각색이다. 디저트를 유난히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웬만한 때가 전부 그렇지만 말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어떻게 해서든 그 대상과의 연결고리, 이른바 핑곗거리를 만들어내도록 종용하지 않던가. 그렇다고 해서 하루 종일 디저트만 먹으러 다닐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게 살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디저트를 먹으려면 일단 돈이 있어야 하고, 돈을 벌려면 일을 해야 한다. 덕분에 평일의 대부분을 회사에 매여 있는 몸으로서, 불현듯 찾아오는 그 필요의 순간을 위해 구비해두는 아이템은 ‘구움 과자’다. 다른 것도 아닌 구움 과자를 저축(?)해두는 이유는 저장성과 편리성에 있다. 구움 과자는 버터와 설탕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보관성이 좋아서 아주 무더운 여름이 아니고서야 상온에서도 3일은 거뜬하고, 쿠키처럼 수분감이 거의 없는 과자는 일주일 이상 두고 먹을 수도 있다. 파운드케이크는 구워진 당일보다 하루나 이틀이 지난 뒤에 더 맛있어지기도 한다. 숙성이 된다고나 할까. 대체로 부스러기가 떨어지거나 크림이 묻어나는 일도 덜해서 앉은자리에서 간단히 먹기에도 좋다. 거기다 요즘처럼 코로나19로 인해 바깥에서 무언가를 먹기가 불안한 상황에서는 간단히 포장해서 들고 올 수 있다는 점도 꽤 이점으로 작용한다. 그러다 보니 어딘가를 갈 때 근처에 맛있는 구움 과자 가게가 있다면 꼭 들러 마들렌 두어 개, 쿠키 한 봉지라도 사들고 나오게 된다.

'간식의 시간’이 올 때
요즘은 이런 구움 과자 중에 마들렌이나 휘낭시에, 스콘 등이 워낙에 대중화되어 카페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기도 하고, 아예 구움 과자만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들도 더러 있다. 그중에서도 자주 들르게 되는 곳 중 한 곳을 꼽는다면 서울, 합정역 근처에 위치한 ‘오흐뒤구떼’다. 오흐뒤구떼(Heure de goûter)는 2019년에 오픈한 구움 과자 전문점이다. ‘구떼’(goûter)란 프랑스에서 학교나 직장 등 어디에서든 간편하게 가지고 다니며 먹을 수 있는 간식, 또는 그런 간식을 먹는 문화 자체를 의미한다. 프랑스 버전의 애프터눈 티타임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가게의 이름을 직역하자면 ‘간식의 시간’이라는 뜻으로, 일상에서 간식을 즐기는 여유와 행복의 시간을 선사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아담한 과자점은 작은 골목길에 위치해 있지만, 깊고 선명한 초록색과 노란색의 대비로 이루어진 인상적인 외관 덕에 일단 길만 제대로 들었다면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마치 이곳만 동떨어져 있는 것 같은 초록색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외관과 마찬가지로 차분한 컬러 톤과 미니멀한 디자인 요소가 돋보이는 공간에서 달콤하고 향긋한 버터 향이 가장 먼저 반겨준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옹기종기 진열된 구움 과자들이 시선을 잡아끈다. 오흐뒤구떼의 구움 과자는 마들렌, 휘낭시에, 쿠키, 파운드케이크 위주로 언뜻 익숙한 맛일 것 같으면서도 디저트가 저마다의 특색을 갖고 있다.

‘겉바속촉’과 ‘단짠’의 향연
통통한 가리비 모양의 마들렌은 귀여운 외양만큼이나 부드럽고 가볍다. 여기에 표면을 얇게 덮고 있는 글라세의 파삭하게 녹는 달콤함이 더해져 홍차와 함께 먹으면 언제나 즐거워지는 맛이다. 휘낭시에는 먹음직스러운 구움 색만큼이나 겉은 얇은 단단함을 가지면서도, 속은 부드럽게 쫀쫀해 ‘겉바속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좋아할 만한 맛이다. 파운드케이크는 어느 정도 밀도감을 가지고 있어 부스러지지 않으면서도 너무 꾸덕꾸덕하지 않아, 적당히 부드럽고 마음에 쏙 드는 식감이다. 그래서 오흐뒤구떼에 가면 항상 무엇을 사야 하나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한참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손이 자주 가는 것은 ‘사블레 피칸 쇼콜라’다. 피칸이 들어간 초코쿠키인데, 겉면 소금 알갱이의 은은한 짠맛이 달콤함을 강조해주고, 사블레 자체에도 피칸뿐만 아니라 카카오닙스가 들어가 있어 부드럽게 풀어지는 가운데 한 번씩 오독오독 씹히는 쌉싸름함이 맛에 즐거움을 더해준다. 늘어지는 오후에 커피와 함께 먹으면 피로 회복제가 따로 없다 싶을 정도다. 그렇게 구움 과자를 이것저것 골라 와서 야금야금 꺼내 먹고 있노라면 이만한 즐거움이 더 있을까 싶다. 그럴 때면 결국 내가 필요했던 것은 그저 이런 소소한 행복이었나 싶다. 그 말이나 그 말이나 같은 말이긴 하지만. 디저트가 주는 달콤함이 곧 행복이니까.


·사진 김여행
먼 타지의 여행이든, 동네 카페 투어든,
항상 어딘가로 떠날 궁리를 하는 가장 보통의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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