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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34 스페셜

목소리라는 기쁨

2020.09.17 | 성우 김보민

“제 말을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배우의 대사와 숨소리는 성우 김보민을 통과해 재탄생된다. 유튜브에서 성대모사와 패러디로 ‘쓰복만’이라는 이름이 널리 알려졌지만, 그는 EBS 성우 25기 출신이며, <애니 몬카트>, <고양이를 부탁해>, 라디오 <EBS 북카페> 등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에 참여해왔다. “먼 훗날 인간의 목소리가 기계음으로 대체될 수도 있지만, 마음을 울릴 순 없지 않을까요?”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이 문장도, ‘성우’ 김보민의 목소리로 들으면 새로워진다.


<SKY 캐슬>, <부부의 세계> 등장인물 성대모사는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콘텐츠였습니다. 높아진 인기를 실감하나요?
여기저기서 알아봐주시니 작년보다 더 실감이 나는 거 같아요. 특히 제가 성우라는 게 알려져서 너무 뿌듯하고 감사해요. 그 영상은 드라마를 본 사람으로서 제가 느낀 걸 표현한 결과거든요. 배우로부터 느껴지는 특유의 분위기나 연기 스타일 같은 게 있잖아요. 직접 관찰한 특징을 표현한 건데, 그런 점에서 드라마를 안 보신 분들께도 공감이 됐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상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개그 코드도 포인트죠.

목소리로 하는 연기에 애착을 갖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어렸을 때부터 예능, 코미디 등을 재밌어했어요. 그걸 따라 하는 것도 좋아했고요. <웃찾사>나 <개그 콘서트> 같은 프로그램의 대사를 일일이 적어놓고, 친구들에게 그 연기를 보여주고 그랬거든요. 일상에서 기분이 좋지 않다가도, 재미있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 힘듦이나 우울을 잊게 되는 순간이 있잖아요. 저 역시 위로받았고요. “김보민 너무 웃기다!” 이런 말을 많이 들어서, 학교 가는 게 즐거웠어요. TV 애니메이션을 봐도, 자연스레 혼자서 따라 하고, 직접 연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성우가 저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게 돼서 이 직업을 선택했어요.

요즘 콘텐츠를 만들면서 드는 고민이 있다면요?
유튜브엔 주로 인물 성대모사를 업로드 해왔는데,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구독자분들의 요청이 보이더라고요. 제 스스로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유튜브를 시작했지만, 성우로서의 하루 일과, 사연이나 책을 읽어주는 영상을 원하기도 하시더라고요. 제 입장에선 성우로서 하는 일이라 새롭지 않을 거라고 봤는데, 그런 반응을 보면 성우로서 더 전문적인 콘텐츠를 시도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성대모사를 할 때 ‘싱크로율’에 대한 부담이 있지는 않나요? 성우로서의 개성과, 똑같이 묘사하는 것 사이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 같아요.
원래는 없었는데, 조금 생겼어요. 제가 재밌어서 시작한 거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제 콘텐츠에 대한 댓글의 일부 평가들은, 짐작하지 못한 일이었어요. 예전엔 ‘다시, 다시’ 그러면서 계속 재촬영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역시 어떤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보단 즐겁게 해야겠더라고요. 원래의 인물과 비슷했을 때의 희열도 있지만, 저만의 코드, 개성이 있으니까요. 저와 같이 웃어주시는 것도 좋고요. 가끔 영상에서 “제가 성대모사 같지만 개그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하거든요. 혹은 패러디라고 말하기도 해요. 자신이 없을 땐, “똑같지 않아도 재미로 봐 달라.”는 말씀도 드리고요.

스타일이나 표정으로 인물과 흡사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하잖아요. 패러디를 할 때 캐릭터의 어떤 점을 부각하고자 하나요?
극 안에 전체적인 이야기, 인물의 성격이 있잖아요. 성우들도 배역이 주어지면 인물의 연령대, 과거와 현재, “이런 성격의 소유자는 어떻게 말할까?” 등을 분석하거든요. 연기 공부를 하면서 세세한 캐치를 위해 노력해요. 또, 배우들이 늘 짓는 표정이 있거든요. 그런 고유의 느낌을 부각하려고 해요. 스타일링 한 옷은 모두 제 건데, 버리려고 했던 옷을 <부부의 세계> 지선우 캐릭터 성대모사를 할 때 활용한 적이 있어요. <SKY 캐슬>의 노승혜 캐릭터를 패러디 할 때 입었던 ‘털’은, 패딩에 달린 퍼를 활용했어요.(웃음)

성우로서 일하는 것과 크리에이터로 적극 내용을 기획하는 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방송은 제작진들의 요구뿐 아니라,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살려야 하는 가이드라인이 있어요. 반면 유튜브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다 준비해야 하거든요. 아무래도 규칙적으로 유튜브 콘텐츠를 업로드 하기는 조금 어려워요. 성우가 너무 되고 싶었고, 청춘을 다 바쳤기 때문에….(웃음) 그래도 유튜브 활동이 성우로서 이름을 알리는 데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성별이나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묘사할 수 있다는 점도 ‘목소리 연기’의 매력인 듯해요.

성우로서 일하는 것의 가장 큰 기쁨은 무엇인가요?
제 목소리, 연기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을 볼 때 기쁨이 크고요. “성우님 목소리 들으면 힐링 돼요.” 같은 말도 좋아요. 사실 시각장애인 분들께도 성우의 역할이 크거든요. 어린이들이나, 자막을 읽기 힘든 노약자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명감도 있어요. 재밌어서 시작한 일인데 사람들이 나로 인해 도움을 얻고, 좋아해주셔서 더 기쁜 거예요. 창작의 과정에선 고통이 따를 때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만족도가 높아요.

새로운 캐릭터나 내레이션 작업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지는 않나요?
만화로 치면 주인공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웃음) 어렸을 때 <세일러 문>, <웨딩피치>, <드래곤볼> 등을 재미있게 봤거든요. 서포트 해주는 역할로서의 의미도 크지만, 극의 중심이 되는 역할을 맡아봐도 좋겠단 생각이 들어요. 특히 ‘디즈니’ 작품을 정말 해보고 싶어요. 노래와 연기를 함께 하는 그런 캐릭터요. 디즈니 작품이라면 뭐든 좋을 것 같아요.(웃음)

평소 성우로서 좋아하는, 영감을 받거나 창작 욕구가 생기는 콘텐츠가 있다면요?
‘임한올’ 님 콘텐츠를 재밌게 봤어요. 크로마키로 배경과 영상을 조합해서, 승무원이 된 연기를 하셨는데요. 성우의 입장에서 그런 가상의 설정과 연기가 정말 흥미로웠어요. 눈과 귀 모두가 즐거운, ‘와, 새롭다.이런 거지!’ 하는 느낌이요. 영상을 보고, 나중에 여행 사진이나 영상에 제 내레이션을 입혀 콘텐츠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듣는 행위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기를 지나고 있어요. 성우로서 보는 ‘목소리의 미래’는 어떤가요.
태아일 때, 뱃속에서 엄마와 아빠의 음성을 듣고 자라잖아요. 듣는 행위부터 삶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지금은 AI 시대이지만, 인간의 미묘한 감성은 기술이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에 버스를 타고 집에 가면서, 라디오 드라마를 많이 들었는데요. 효과음 등 모든 것을 성우가 표현하는데, 그 감성이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런 감성을 더 많은 분들에게, 새로운 세대에도 알리고 싶어요.

어떤 성우로 기억되고 싶은지, 성우로서 다음 목표는 뭔지 궁금해요.
뭔가가 되기보다는, 행복한 게 제 목표거든요. 성우의 목소리를 듣고 “이 목소리 알아!” 하는 분들도 있는데, 누군가에게 목소리로 기억되고 싶어요. 감동도 주고, 고단함을 잠시 잊게 해주는, 그런 사람으로요. 또 하고 싶은 말은, 사실 많은 분들이 “저는 그런 재능이 없는데, 멋있고 부러워요.” 같은 질문을 남겨주시는데요. 전 사실 제가 특출 나지 않다고 생각하고, 사람마다 갖고 있는 재능이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못하는 게 되게 많고, 직장 다니면서 ‘깨진’ 적도 많거든요. 자책하기보다, 자신을 들여다보면 좋겠고요. 무엇보다, 당신이 가치가 있는 사람이란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황소연
사진제공 샌드박스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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