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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8 컬쳐

BOOK - <오늘도 당신이 궁금합니다>, <순한 먼지들의 책방>

2024.05.08

<오늘도 당신이 궁금합니다>
장은교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17년간 수많은 현장에서 뉴스와 이야기를 전해온 장은교 기자의 산문집이다. 전작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 했냐>에서 노인 세대 여성들의 삶을 일의 관점에서 기록하며 평범한 할머니들의 돌봄, 육아, 살림에서 완벽한 프로페셔널의 세계를 조명했던 저자는 이 책에서도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보통 사람들을 부지런히 만난다.
그는 세상과 나를, 나와 내 옆의 사람을 이어주고 일으키는 것은 ‘당신을 궁금해하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책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삼성 백혈병 피해 사건, 각종 산업재해 등 사회적 절망에 꺾이지 않고 다른 이들을 돕는 사람들부터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마트 노동자, 잠든 아이를 깨우지 않으면서도 청소하고 밥과 반찬을 만들어 산모에게 좋은 밥상을 차려주는 산후도우미까지, 우리 곁의 ‘흔한 슈퍼히어로’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준비한 질문지를 들고 간다. 당신도 어쩌면 준비한 대답을 품고 올 것이다. 준비한 질문과 답은 다 잊기를 바란다. 다 소용없어지기를 바란다. 우리는 지금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할 것이므로.” 이 문장에서 인터뷰에 임하는 저자의 마음가짐이 잘 드러난다. 나 역시 바란다. 이 책을 통해 당신이 당신의 미약해 보이지만 위대한 가치를 깨닫기를.


<순한 먼지들의 책방>
정우영 지음, 창비 펴냄

올해로 등단 35주년을 맞은 정우영 시인의 신작이다. 오래된 시인의 새로운 시들은 매우 질박하고 노련하다. 삶을 바라보는 선한 마음과 애틋한 눈길, 그리고 깊은 성찰에서 나온 사람과 자연에 대한 연민이 서린 시편들은 읽는 이에게 긴 잔상을 남긴다. 그의 시에는 ‘햅쌀밥’보다 맛있는 ‘햇살밥’이 있고, 창백한 낯빛으로 새벽 1시에 꾸물꾸물 일어나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뒷방 고모가 있으며, 과자를 먹다 스님에게 들켜 볼이 발그레해진 동자승도, 술병 베고 오수에 빠진 할아버지도 있다. 그리고 “찢긴 얼룩은 닦아내고 추앙보다 벅찬 평범을 맘껏 누리자.”라고 말하는 시인이 있다.
시가 곧 삶이라 믿으며 시와 삶과 세상을 떠받드는 시인의 겸손하고 따스한 성정이 밴 시들을 읽다 보면 독자들의 눈과 귀도 순해질 것이다. 시인 진은영은 정우영이란 “시인은 해진 삶의 옷을 걸치고 가는 모든 이를 쫓아가서 그 옷들을 대신 걸치고 갓 지은 시의 옷을 벗어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서둘러 ‘순한 먼지들의 책방’에 들러보자. 거기에서는 당신의 낙담이나 상처에 순한 먼지들이 내려앉아 그것들을 흔적 없이 덮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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