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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8 컬쳐

YOU IN TUBE - 유튜브로 들여다본 타인의 삶 4

2024.05.08

유튜브만큼 타인의 삶을 가깝게 느끼게 하는 매체가 또 있을까. 만난 적도,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는 이들의 삶에 깊은 친밀감을 키우며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은 레거시 미디어에서는 경험한 적 없는 새로운 차원의 감정이다. 잘 짜인 극 속의 배우나 완벽한 무대 위의 아이돌보다는 나와 가깝지만, 보통의 일상에서는 쉽사리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은 특별함을 지닌 사람들. 그들과 완벽한 타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는 사이도 아닌 정도로 관계를 맺는 구독의 경험은 친교에 대한 정의의 뉴노멀은 아닐까.


글. 김희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최선의 삶, SHIBA and KOJI

<카모메 식당>, <안경>, <리틀 포레스트: 사계절> 같은 일본식 힐링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채널에도 금세 빠져들지 않을까 싶다. 동성 커플 시바와 코지의 사랑의 역사를 묵묵히 기록해온 이 채널은 두 사람이 대리모를 통해 얻은 아들 아라이가 등장하며 훨씬 더 풍성해졌다.
잡지 <킨포크>의 한 페이지를 찢어놓은 듯, 세간의 소란스러움으로부터 한참 벗어난 듯한 자연 속에서 두 명의 아빠와 귀여운 아들이 함께하는 삶. 소박하고 느린 그들의 일상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평화롭게 만든다. ‘Ordinary is Extraordinary’. 채널 설명에 쓰인 이 표현처럼 빛나는 일상의 순간들을 담아낸 이 가족의 영상은 사진 촬영과 영상 제작을 전문적으로 하는 둘의 직업적 전문성을 마음껏 뽐내며, 마치 수준 높은 미장센의 단편영화를 보는 듯한 시각적 만족감까지 전해준다.


그들 각자의 삶의 기록, 씨리얼–이렇게 사는 것도 방법이다

다양한 사회문제를 주제로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을 주로 제작하는 채널 <씨리얼>. 그중에서 ‘이렇게 사는 것도 방법이다’ 시리즈는 모두가 좋은 삶이라고 여기는 뻔한 프레임을 벗어나 스스로 선택한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평균 나이 68세 섬마을에서 이장을 맡은 스물여섯 살 포토그래퍼, 수능 대신 호미 만들기를 택한 열일곱 살 대장장이, 야쿠르트 언니가 된 철학과 4학년생 등의 사연은 별다른 의식 없이 받아들이던 삶에 대한 통념을 고찰해보게 만든다.
만약 지금의 나의 삶, 내가 한 선택들, 진로를 두고 하는 고민들이 온전히 나의 것이었는지 헷갈린다면 다른 시선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가 담긴 이 영상을 찾아서 보는 것은 어떨까. 어쩌면 알지 못한다는 것 자체를 알지 못하던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이상하고 신비한 사투리의 세계, [하말넘많] heavytalker: 강의의 신

여성주의 아트 크루, ‘하말넘많’이 운영하는 이 채널은 최근 업로드한 대구 경북 사투리 특강이 연이어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오르며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네이티브 스피커라 할 수 있는 대구 출신 멤버 강민지의 TK 사투리 비법 강의는 여느 일타 강사의 강의 영상에 뒤지지 않는 뛰어난 몰입감으로 주목하게 만든다.
몸이 쑤실 때는 ‘우리하다’, 좋다는 표현은 ‘희한하다’, 말귀를 못 알아들을 때는 ‘티미하노’ 등 상황별로 쓸 수 있는 실전 사투리 표현을 배우다 보면 이 작은 나라에서 이토록 서로 다른 말을 쓰고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댓글에는 진짜 현실 고증이 잘된 사투리 강의라는 현지인의 증언부터 그간 경상도 출신 지인들과 대화하며 쌓여온 오해가 이 강의를 듣고 풀렸다는 타지인의 간증 글까지 만족도 높은 후기가 수두룩하다.
특히 경상도 사람인 시아버지가 집에 오실 때마다 ‘희한하다’라고 말하기에 어딘가 마음에 드시지 않나 싶었는데 이 영상을 보고 그게 좋다는 뜻이라는 걸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댓글을 읽고 나니 결국 서로의 언어를 제대로 알게 된다는 건 서로의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는 첫걸음이란 생각이 든다. 더불어 해묵은 지역 갈등 해결을 위해서라도 일단 전국 사투리 교환이 시급한 것 아닌가, 이런 원대한 의미 부여까지 해보게 된다.


네덜란드 사람의 한국 유람기, iGoBart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네덜란드인, 바트 반 그늑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국의 모습을 담아내는 채널이다. 단, 유튜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외국인이 한국을 여행하는 콘텐츠의 스타일을 기대하면 오산. 이 채널에는 한식을 먹으며 감탄하거나 PC방을 체험하며 한국의 인터넷 속도에 놀란다거나 하는 소위 국뽕에 취하게 하는 외국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굳이 분류하자면 다크 투어리즘에 가깝다고 할까. 김일성 별장, 아바이마을 같은 북한과 관련된 지점을 찾아가거나, 배를 타고 표류하다가 조선에 들어온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의 흔적을 추적하거나, 네덜란드 현지에서 6·25전쟁의 참전 용사와 그 후손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역사, 사회, 문화적 측면의 여행이 주를 이룬다.
특히 2022년부터 시작된 서울의 동을 돌아보는 시리즈를 보면, 그가 이 나라에 대해 얼마나 깊이 통찰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각 동네가 가진 역사와 사회·문화적 특징을 찬찬히 짚어내는 그의 여행을 통해 우리조차 잘 알지 못하는 한국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


김희진
글팔이 독거 젊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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