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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14 에세이

운동에 진심인 편입니다

2024.01.14

학력인정 위탁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오디세이학교’를 경험한 네 명의 청소년이 지금의 관심사에 대한 글을 보내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보통교과 시수를 최소화한 1년의 교육과정을 함께 경험한 이들은 지금 어떻게 세상을 알아가고 있을까요?


오디세이학교를 마치고 일반고로 돌아가는 선택을 했다. 하지만 당장 대학 진학을 원하지 않는 나에게 일반고의 수업은 답답하고 숨이 막혔다. 그런 나를 유일하게 숨 쉴 수 있게 해준 것은 학교가 끝나고 남아서 하는 체육 방과후 활동이었다.

운동을 좋아하는 이유
어렸을 때부터 활발한 성격에 몸을 움직이는 운동을 좋아했다. 학교가 끝나면 비가 오는 날에도 눈이 오는 날에도 친구들과 피구를 하고 놀이터에서 뛰어놀았고, 체육 시간만 되면 눈빛이 달라지고 두 눈이 반짝이는 그런 사람이었다.

체육관은 나를 살아나게 해준다. 학교에서 지쳐 있다가도 체육관에만 들어가면 모든 것이 회복되고, 순식간에 내가 다른 사람이 된다. 체육관의 온도, 습도 등 많은 요소가 편안하고 안정적이다. 특히 체육관 바닥은 차갑지만 누우면 무언가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이 있다.

게다가 운동에 몰입하면 걱정과 근심을 모두 잊을 수 있다. 내 몸의 움직임에 집중하면 다른 잡념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운동할 때 느껴지는 시원함을 좋아한다. 아무리 더운 날이라도 땀을 뻘뻘 흘릴 때 느껴지는 찰나의 시원함이 너무 좋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 뛰는 심장이 내가 살아 있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운동을 함께 하고 나면 어색했던 사이의 친구라도 순식간에 가까워진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는 순간들을 공유하며 함께 웃고, 울고, 싸우고, 이기고, 지고, 도전하고, 실패하는 그 모든 순간을 나는 좋아한다.

운동을 하며 배운 것
이렇게 좋아하는 운동을 하다가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온다. 그 무엇도 내 뜻대로 되지 않아 연습도 그만하고 그냥 다 놓고 누워버리고 싶은 순간. 평소보다 세 배 이상 강한 중력이 날 끌어내리는 듯한 느낌과 몸에 힘이 쭉 빠지는 느낌. 계속해서 한계에 부딪히고 자꾸만 더 나빠지는 것 같은 날에는 무조건 달려들고는 했다. 더 많이 움직이고 더 많은 경기를 하며 쉬지 않으려 했다. 지금 포기하면 다른 일들도 포기해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일어나 다시 공을 던지고 라켓을 들었다.

운동을 좋아하는 만큼, 잘 해내지 못하는 나의 모습에 대한 실망감과 나 때문에 지고 있다는 죄책감이 커졌다. 운동이 잘되지 않은 날에는 하루 종일 기분이 나쁘고 계속해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읽은 책에서 깨달았다. 나는 서둘렀다. 한 번의 훈련으로, 단시간에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더 빨리 실력을 키우고 싶어서 몸에 버거운 훈련을 하는 선수들은 다치기 쉽고 번아웃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나는 내 속도에 맞게 천천히 꾸준하게 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오늘 해야 할 것을 명확히 하고 그 목표를 차근차근 해내는 것이 내가 원하는 기량을 얻는, 가장 나를 위한 방법이다.

나는 운동을 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잘되지 않을 때의 기분을 감당하고 다시 도전하는 마음가짐을 배웠다. 또 경기 중 상대에게 끌려가지 않고 나의 멘탈을 꽉 붙잡는 것을 연습했다. 멘탈 관리는 여전히 어렵지만 그래도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의 길을 가는 것을 배워나가는 중이다.

나에게 운동이란
운동을 잘하고 좋아하는 것 같다고 느껴지면 사람들은 “그럼 너 체대 가면 되겠다.”라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지금은 운동을 전공으로 할 생각이 없다. 나도 한때 내가 운동과 관련된 일을 하면 어떨지 생각해본 적이 있다. 초‧중학교까지는 나름 남들에게 잘한다고 인정받았고, 그것 말고는 잘하는 것이 없다고 느껴졌다.

나는 운동을 잘하는 것을 증명하고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남을 의식하면서 운동을 했다. 내가 지금 어떻게 보이고 있는지 계속 신경 쓰면서 운동하니 망설여지고 점점 덜 하게 되었다. 실력이 더디게 늘고 운동이 재미없어지기까지 했다. 이후론 내가 운동을 왜 좋아했는지에 대해 잊지 않으려 한다. 나는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그 무엇을 할 때보다 즐겁고 시간이 빨리 가는 그런 운동을 좋아한다. 내가 좋아했던 운동의 본질에 집중하면 다시 즐겁게 운동을 할 수 있다.

살면서 한 번씩은 가슴 뛰는 순간이 오지 않는가. 나에게 그 순간은 운동을 할 때다. 아무리 힘들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이유는 확실한 ‘나의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운동을 하며 수없이 무너지고 다시 일어났으며 나에 대해 고민하고 알아갔다. 지금처럼 계속 운동하며 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할 것 같다. 운동은 내 평생의 취미이자 친구이자 스승이다.

소개

라온(서수연)
불확실한 미래에도 일단 가슴이 뛰는 일을 따라가보는 중인 열여덟 살입니다. 내가 미래에 무엇을 할 것인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아서 불안하고 막막하지만 그래도 일단은 GO!


글 | 그림. 라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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