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 파브리스 멜키오 글, 이자벨 프랄롱 그림, 목요일 펴냄

ⓒ <폴리> 책 표지
남들과 조금 다르게 태어난 주인공 폴리가 세상의 편견과 속박 속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과 자유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폴리는 특별한 성을 가지고 태어났다.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인터섹스다. “폴리는 결함이 있는 남자아이입니다. 우린 폴리를 고쳐야 해요. 이대로 그냥 둘 수는 없어요.” 의사는 이렇게 말하며 아이의 생물학적 성별을 정하려 든다. 의사의 조언에 따라 폴리는 남자아이로 정해진다. 그리고 목숨을 건 수술을 여러 번 받으며 세상의 기준에 맞는 ‘남자’가 된다. 하지만 자신이 남자로도, 그렇다고 여자로도 느껴지지 않는 폴리의 삶은 더욱 고통스러워진다.
UN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터섹스로 태어나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1%나 된다고 한다. 인터섹스는 피부색이나 키처럼 한 사람이 가지고 태어나는 신체 특징일 뿐이지 치료해야 할 질병이 아니다. 하지만 많은 인터섹스 아이들은 어릴 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성별이 정해지고, 수술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정체성 혼란이나 수술 후유증을 겪기도 한다. 폴리 같은 사람들이 겪는 아픔을 쉽게 가늠할 수는 없지만, 그 아픔을 덜어주는 일은 의외로 쉬울 수 있다.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 폴리를 괴롭히는 것은 인터섹스라는 사실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다.
<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천선란‧윤혜은‧윤소진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 <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책 표지
소설가 천선란, 에세이스트 윤혜은, 편집자 윤소진 이 세 여자의 ‘일기’를 표방한 에세이이자 ‘대담’집이다. 2021년 가을에 시작한 팟캐스트 <일기떨기>의 회차 중 보다 깊이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선별해 ‘나와 인생’, ‘우리와 관계’, ‘취미와 취향’을 주제로 묶고 팟캐스트에서는 미처 이야기하지 못한 내용을 덧붙여 새로운 대담으로 녹여냈다.
대개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시절이라고 말하는 20대가 본인에게는 최악이었다는 천선란 작가의 삶, 직장인에서 프리랜서로, 프리랜서에서 소상공인으로 고군분투하는 윤혜은 작가의 하루하루, 책 만드는 일의 달고 씀에 웃고 우는 윤소진 편집자의 생활까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여성들이 거리낌 없고 솔직하게 들려주는 말들이 참 귀하다. “진득하고 진중하고, 배려 깊게 만났고 이별도 그러했”던 오래전 연인과 연락을 주고받게 된 윤혜은 작가의 “그대로인 메시지 창을 보는 기분이 유쾌하지 않았다. 따끔거리지 않은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그때, 아무런 기대 않던 마음에도 서운함이 들 수 있다는 걸 느꼈다.”라는 구절을 읽을 때는 좋아하는 작가의 ‘일기를 훔쳐보고 수다를 엿듣는’ 짜릿함이 있다. 고될 때도, 서글플 때도, 유쾌할 때도, 상큼할 때도 있는 이들의 이야기에 자꾸 귀 기울이게 된다.
글. 안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