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큐 인사이트> 이태원
파라마운트사의 <크러시>를 한국에서 시청할 수 없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당황했다. <크러시>는 파라마운트사의 OTT 플랫폼으로 공개된 다큐멘터리로, 지난해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다룬다. 한국에서 발생한 참사를 다룬, 1500시간 분량의 휴대폰, 보디캠 영상에 기반한 이 기록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은 불과 1년 전 이태원 참사를 경험하고 지켜본 우리에게 막다른 길 앞에 선 듯한 답답함을 준다. 그 와중, 한국의 공영방송인 KBS에서 <다큐 인사이트>를 통해 이태원 참사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말하는 콘텐츠를 공개했다.
<다큐 인사이트> 이태원 편이 유지하는 태도가 있다. 유가족과 참사 생존자, 희생자의 주변인들, 구조자에게 소위 피해자다운 태도를 요구하거나 부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큐는 이들이 느낀 슬픔과 혼란스러움, 떠난 사람을 기억할 때 짓는 미소를 그대로 담는다. 남은 사람들은 떠난 사람을 추억하고 떠나보내는 과정을 감내할 뿐 아니라 왜 참사가 발생해야만 했었냐고, 국가에 그 책임을 묻는다. 그리고 자책한다. 혹시 내가 심폐소생술을 잘못한 건 아닌지, 내가 친구를 데리고 빨리 그곳을 빠져 나왔어야 하는 건 아니었는지. 다큐는 함부로 묻지 않고, 섣불리 참사에 대한 논의의 장을 닫으려 하지 않는 신중한 태도로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는 우리가 <크러시>의 한국 공개를 기다리면서 할 일은 무엇일까. OTT플랫폼뿐 아니라 유튜브에는 각 언론사에서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목적으로 제작한 콘텐츠들이 있다. 참사 1주기를 맞아 열린 추모대회 생중계와 참사의 책임 소재를 따져 묻는 탐사 보도, 현장에서 시민들을 구한 ‘의인’을 인터뷰하는 영상들이다. 포맷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하나의 주제가 남는다. 참사는 왜 발생했고, 책임자들은 무엇을 했는가.
“추모제보다 설명을 해주세요. 설명이 추모입니다.” 2005년 4월 25일 발생한 서일본 JR 후쿠치야마선 탈선 사고를 다룬 <궤도 이탈>에 인용된 한 유가족의 요구다. 약 여섯 시간 분량의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대회 영상을 보면서, 그곳에 모인 유가족의 마음을 감히 상상한다. 국가는 참사 피해자들에게,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어떤 설명을 할 것인가? 그것을 함께 묻는 것이 지금 우리가 유가족과 생존자, 희생자 주변인들에게 건넬 수 있는 위로일 것이다.
<다큐 인사이트> 이태원
KBS 홈페이지, 유튜브에서 시청 가능
글. 황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