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모든 일이 그러하듯 유튜브 시청에도 권태가 느껴질 때가 있다. 매번 나오는 사람들이 또 나와서 자기들끼리만 즐거운 이야기로 시시덕거리는 소리가 영 시끄럽기만 하고, 한때는 배를 잡고 웃게 하던 무례함과 엉뚱함이 어느 순간 피곤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때, 우리는 그것을 유태기(유튜브 권태기)라고 부른다.
관성처럼 유튜브를 떠돌고 있지만 손이 가는 콘텐츠가 없는 날, 백색소음이나 배경음악처럼 잔잔하게 틀어두기 좋은 힐링 유튜브 채널을 소개한다. 독한 자극으로 가득한 세상에 찌든 눈과 귀를 순한 맛으로 디톡스 해보길.
아제르바이잔의 전원일기, 컨트리 라이프 브이로그(Country Life Vlog)
ⓒ 컨트리 라이프 QR코드
여행 유튜버 곽튜브 채널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아제르바이잔. 다소 생소했던 이 나라에 무한한 호감을 품게 된 데에는 이 채널 공이 크다. 아제르바이잔의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서 자급자족하며 무해한 삶을 살아가는 노부부의 일상을 보여주는 이 채널은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순하게 만든다. 어떤 배경음악도 없고 말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는 영상은 간간이 우는 새소리나 부지런히 제 할 일을 하는 노부부의 생활음만으로 충분한 공간감을 만들어낸다.
ⓒ 아제르바이잔의 전원일기, 컨트리 라이프 브이로그(Country Life Vlog)
1년 내내 두고 먹을 토마토를 손질하고, 갓 짠 소젖으로 치즈를 만들고, 유기농 밀로 전통 빵을 굽는 일상. 정원에는 개와 고양이와 양과 닭이 느긋하게 늘어져 있고, 계절마다 형형색색 꽃이 피는 풍경. 특히 주황 당근, 빨강 토마토, 노랑 사프란, 초록 허브 등 자연이 뿜어내는 선명한 색감은 이 채널을 사랑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오두막 짓는 스웨덴 청년, 에리크 그랑크비스트(Erik Grankvist)
ⓒ 에리크 그랑크비스트(Erik Grankvist) QR코드
스웨덴 청년 에리크가 기계를 쓰지 않고 직접 통나무집을 짓는 과정을 보여주는 채널이다. 그는 숲속에 집터를 잡은 후, 전동 공구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톱과 도끼 같은 수공구만을 이용해 통나무집을 만들어간다. 프로젝트의 기간은 장장 3년. 영상 속 청년은 말 한 마디 없이 그저 나무를 자르고 다듬으며 묵묵히 집을 짓는다. 그런데 이때 작업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도끼질 소리, 톱질 소리 같은 것이 꽤 듣기 좋아서 ASMR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 오두막 짓는 스웨덴 청년, 에리크 그랑크비스트(Erik Grankvist)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집을 짓기 시작했다는 에리크. 영상이 거듭될수록 성장하는 청년의 모습과 완성되어가는 집의 형태, 덧붙여 강아지에서 성견으로 자라나는 반려견의 모습이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이들에게도 커다란 성취감을 전한다.
이 글은 '힐링이 필요할 때 꺼내 보는 유튜브 4 (2)'에서 이어집니다.
소개
김희진
글팔이 독거 젊은이.
글.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