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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07 에세이

OTT로 홈쇼핑 보기

2023.09.28

OTT로 홈쇼핑을 보는 습관이 있다. 웨이브(wavve)를 구독하면 라이브 탭에서 다양한 홈쇼핑 채널을 볼 수 있는데, 모두 알고 있듯 식품, 화장품, 생활용품, 옷, 가전제품 등 종류가 다양하다. 처음에는 TV 채널을 돌리듯 홈쇼핑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가, 이제는 ASMR처럼 틀어놓거나 넋 놓고 구경하곤 한다.

홈쇼핑을 배경음악, 백색소음처럼 즐기게 만드는 요소는 단연 쇼호스트의 진행이다. 상품과 쇼호스트의 진행이 만나 재미있는 장면도 많이 만들어진다. 반려동물 사료를 판매할 때는 쇼호스트들이 강아지들과 함께 등장해 좌식 형태로 상품을 소개한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판매하는 쇼호스트들은 직접 노래를 부르면서 음악에 심취한 모습을 보여줬다. 얼마 전엔 두바이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장면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쇼호스트들이 아랍에미리트의 전통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물론 세상에 쉬운 일이 없겠지만 ‘극한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각종 명장면은 쇼호스트의 입담이 없다면 완성되지 않는다. 특히 상품과 느슨하게 연결된 사담이 나오는 타이밍이 재미있다. 화장품을 얼굴에 바르면서 “성북동에 사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에게 이 제품을 건네줬다. 너무 좋다고 하더라.”라고 말하거나, 효과를 언급하면서 주변에서 들은 칭찬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도 한다. 이목을 집중시키는 진행 능력과 목소리 톤에 늘 감탄하게 된다.

거의 예능처럼 즐기고 있는 홈쇼핑을 통해 새롭게 발견하게 된 인물이 있다. 방송인 최유라다. <지금은 라디오 시대> DJ로 오래 활동했고 지금은 자신의 이름을 딴 홈쇼핑 쇼를 진행하며, 유튜브 채널도 운영한다. ‘최유라쇼’를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든다. 그의 진행 포인트는 중요한 순간 잠깐 말을 멈춰서 자체적으로 ‘뮤트’ 효과를 주는 것. 다음엔 무슨 말을 할까 집중하게 된다. 물건을 안 사면 손해일 것 같은 느낌은 덤이다. 일상에 지쳤을 때 ‘홈쇼핑(을 보기만 하는) 테라피’를 시도해보길 추천한다.


글. 황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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