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잘 살 줄 알았다> 김멋지‧위선임 지음, 핀드 펴냄
ⓒ <우린 잘 살 줄 알았다> 책 표지
재개발을 앞둔, 매우 낡고 세가 아주 싼 다가구주택에서 살아가는 두 여자가 쓴 에세이다. 전작 <서른, 결혼 대신 야반도주>로 두터운 팬층을 쌓은 두 작가는 이번 신간에서 한집에 살며 겪은 좌충우돌 생활기를 유쾌하게 풀어놓는다. 스무 살에 같은 학교, 같은 과에서 만나 ‘절친’이 된 이래, 서른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718일간 세계 여행을 하고 돌아온 저자들에겐 돈도 집도 없었다. 자의 반, 타의 반 함께 집을 구해 살기로 한다.
서로를 잘 안다고, 잘 맞는다고 생각했었지만, 막상 살림을 합치니 상대방의 전혀 몰랐던 모습이 툭툭 튀어나오고 잘 살 거라는 확신은 얼마 못 가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의심으로 바뀌고 만다. 하지만 이런 의심이 무색하게 함께할수록 둘의 공감과 연대는 커져간다. 심한 우울증과 번아웃을 친구와 함께 이겨내고, ‘11000원에 네 캔’ 하는 편의점 맥주를 심사숙고해 고르고, ‘누룽지통닭’ 일곱 마리 값을 에어컨 수리비로 쓰면서 울먹이는, 이들의 짠한 생활밀착형 에피소드에 독자들도 격하게 공감하고 위로받게 된다. 호쾌하지만 가볍지 않은 필치로, 독자에게 자신이 머문 장소와 현재를, 내 곁을 지키고 있는 사람을 둘러보게 만드는 책이다.
<작은 수집, 스몰컬렉팅> 영민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 <작은 수집, 스몰컬렉팅> 책 표지
차를 마시고 남은 티백 봉지, 옷에 붙어 있던 태그, 스탬프를 다 찍은 커피 쿠폰, 나무 이파리, 포장 끈 등 자신에게 의미를 지닌 것들을 모은다. 일상이나 여행에서 작은 조각을 수집해 나만의 아름다운 기록으로 만드는 ‘스몰 컬렉팅’으로 유튜브, 독립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영민이 제안하는 삶을 기록하는 법이다.
책에서는 다양한 수집품 예시와 사진을 보여주고, 수집을 잘하기 위한 팁, 수집품을 잘 간직하기 위한 제본법이나 콜라주 기법 등 스몰 컬렉팅을 위한 방법과 기술을 자세히 알려준다. 스몰 컬렉팅은 누군가에게는 쓸모없지만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삶의 조각이 되어줄 귀중품이자 세상을 관찰한 기록이 되어줄 것이다. 내가 모은 것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 취향이 보이고, 그리하여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게 된다. 더불어 나만의 작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감각도 키울 수 있다.
글. 안덕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