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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93 스페셜

'밑미' 손하빈 대표 ― 색다른 나, 색다른 타인

2023.02.17


‘리추얼’로 나와 타인을 만나게 돕는 ‘밑미’는 ‘자아 성장 큐레이션 플랫폼’을 지향한다. 참가자들은 생각과 대화, 칭찬과 격려를 통해 성찰부터 운동, 음악 감상 등 다양한 리추얼을 소화한다. 밑미에서 준비한 리추얼은 결국 자신에게 충실한 삶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하는 과정 그 자체다.

손하빈 대표는 ‘진짜 나를 찾을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해 일상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밑미가 생각하는 나에게 충실한 삶은 낯선 나와 타인을 만나게 하는 커뮤니티가 있어야 가능하다.


ⓒ 사진제공. 손하빈

밑미는 자아 성장 큐레이션 플랫폼이에요. 뭔가 익히거나 숙련하는 플랫폼은 대체로 자기 계발과 성장 기치로 내겁니다. 자아 성장과 자기 계발의 차이는 뭘까요?
자기 계발은 ‘나를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까.’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 남들과 비교했을 때 어떻게 더 나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데 집중한 콘텐츠가 많아요. 밑미는 그게 문제라고 생각하고요. 개인마다 알맞은 속도가 있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건 사회에서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와 상관없는데, 계속 그걸 얘기하면 오히려 강박과 완벽주의가 생기죠. 내가 보지 못하던 잠재력을 발견하면서 ‘나 이런 사람이었네.’ 하고 알아가는 것이 자아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직급이나 연봉 상승 같은 ‘수직적 성장’을 많이 얘기하는 것 같아요. 밑미는 반대로 ‘수평적 성장’, 자아 성장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직장에서 번아웃을 경험한 일이 밑미 창업의 계기가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무너진 자신을 격려하는 과정이 타인과의 접점으로 이어진 것이 특별하게 느껴져요. 이런 마음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을까요?
사람이 뭔가를 극복하고 나아지면 다른 사람에게도 그 경험을 알리고 싶고, 도와주고 싶거든요. 가장 고차원적 욕구 중 하나죠. 왜 성공한 분들을 보면 사회 환원이나 사회 공헌에 나서잖아요. 물리적 성취를 하고 나면 그런 생각이 드나 싶기도 해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제가 느낀 성공이 끝을 향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제 안에 뭔가 충족되지 않는 욕구가 있어서 번아웃이 왔고요. 그걸 극복하는 과정에서 결국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어요. 심리 상담을 받았고, 친구들이 지지해줬어요. 무엇보다 번아웃이 오긴 했지만 제가 근무하던 에어비앤비는 나다움을 지지해주는 곳이거든요. 스스로를 드러내면 다들 자연스럽게 수용해주는 회사였고요. 거기서 많이 성장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후에는 저도 타인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또 그런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넌 왜 결혼 안 해?” “취직은 아직 못 했어?” 이런 사회적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이 많은 곳에 있으면 힘들어요. 그런데 커뮤니티가 바뀌면 나아지거든요. 밑미가 리추얼을 지행하는 ‘리추얼 메이커’들과 함께 “괜찮아.”라고 말해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모든 것을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싫었던 것 같아요.

ⓒ 사진제공. 손하빈

갓생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어요. 밑미가 보는 갓생 어떤 모습인지, 밑미 안에서 개념을 어떻게 다루는지 궁금합니다.
갓생은 되게 좋은데, 단지 무조건 열심히 해야 한다는 메시지라면 좋아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열심히 살고 있어요. 그 와중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려면 나를 관찰해야 하는데 그게 리추얼의 특징이기도 해요. 예를 들면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내 기분이 어떤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거죠. 일어나서 자기 전까지 거의 습관적으로 뭔가를 착착 수행하는 건 나를 기계화하는 것에 가깝다고 봐요. 밑미는 ‘내가 이걸 왜 하지?’ 하는 질문에 집중해요. 행위적인 면에서는 갓생과 리추얼이 닮아 있지만, 리추얼은 단순하게 반복하는 것을 벗어나 오히려 나를 매일매일 관찰하는 일에 가까워요.

리추얼을 진행하는 동안 리추얼 메이트들과 일상을 공유한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타인과 함께 때의 리추얼은 어떤 모습인지, 참가자들은 점을 어떻게 느끼는지 궁금해요.
“이렇게 따뜻하게 말해주는 사람을 처음 만났어요.”, “응원을 받으니까 더 꾸준히 하게 돼요.” 리추얼 참가자들이 많이 하는 말이에요. 아주 조금 실천하더라도 서로 응원이 오가고요. 서로 환대하고 환대받는 문화가 밑미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어요. 예를 들면 밑미는 고객을 대할 때도 날씨 이야기보다는 “오늘 기분이 어떠세요?” 같은 말로 대화를 시작해요. 따뜻하고 긍정적인 말을 하는 나 자신을 좀 더 드러낼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인간관계에서 효율을 추구하는 흐름도 갓생 트렌드에서 더욱 부각되는 같아요. 이런 흐름 속에서 커뮤니티의 중요도에 기반을 밑미의 리추얼은 어떤 의미일까요?
인간관계가 일종의 거래처럼 되어버리면 사람이 점점 강박에 휩싸이죠. 밑미는 서로 대가 없는 응원을 주고받는 리추얼을 지향해요. 이 과정에서 얻는 선물 같은 경험을 통해 그 강박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리추얼 메이커들도 누군가를 응원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큰 심리적 이익이라고 생각하고요. 사실 쓸모를 계속 따지다 보면 자신을 갉아먹게 되거든요. 글을 쓰는 리추얼을 한다고 생각해볼까요? ‘내가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왜 자꾸 글을 써야 해?’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 그냥 매일매일 나를 기록하면서 삶을 돌아보는 것, 이 과정 자체에 기쁨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죠. 나를 위한 요리를 하고 음식을 먹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 사진제공. 손하빈

인문학 & 감정일기 리추얼 메이커로 활동하시는데, 리추얼의 장점을 추천할 있을까요?
리추얼에 참가하면서 그동안 몰랐던 자신의 감정을 처음으로 바라봤다는 소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다들 매일 자신의 감정을 적어보는 경험을 살면서 한 번도 못 해본 거예요. 사실 되게 슬픈 일이죠. 감정은 내가 뭘 원하는지와 연결돼 있거든요. 일기는 감정을 들여다보지 않고도 쓸 수 있어요. 그냥 오늘 있었던 사건만 나열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감정을 쓰는 건 달라요. 독서를 예로 들자면 저는 한 페이지를 읽어도 된다고 말씀드리거든요. 참여자들이 책을 천천히 읽으면서 감정과 연결되는 경험을 하시는 것 같아요.

자신에게 관심을 쏟는 일이 어색하고 멀게 느껴지는 경우도 많은 같은데, 원인은 뭘까요?
SNS가 우리를 둘러싼 지금의 환경은 그야말로 ‘관종 경제’라고 생각해요. 무서운 건 이 모든 것이 돈과 연결되어 있다는 거죠. 관심을 끄는 행위가 타인에게 달려 있고, 계속해서 타인이 원하는 나를 만들어가기 때문에 스스로를 관찰하기가 무척 힘든 시대예요.

어머니의 팝업 식당인 금자씨 부엌 오픈을 총괄하셨어요. 이를 계기로 누군가 자신을 찾아가는 것을 돕는 일의 기쁨을 알게 되셨다고 했는데, 당시의 깨달음이나 기억에 대해 조금 듣고 싶어요.
우리 어머니 세대는 ‘엄마’라는 역할이 자신과 동일시되곤 했잖아요. 엄마가 뭘 좋아하는지 찾아가다 보니 요리를 좋아하시고, 음식을 대접받은 사람들이 맛있다고 말해줄 때 가장 행복해하신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때 사람이 작은 것이라도 성취했을 때 얼마나 용기를 낼 수 있는지 깨달았고요. 이런 경험을 발전시키고 싶었어요. 누구나 나를 드러낼 기회가 오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사진제공. 손하빈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리추얼이 있나요?
제일 좋은 것은 멈춰서 생각을 좀 해보는 거예요. 뭔가 잘 안 될 때, ‘왜 안 되지? 왜 힘들지?’ 하고요.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부족한 나를 마주할 자신이 없는 거죠. 이 모든 것이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아요. 힘들면 쉴 수 있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마음으로요.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계속 보다 보면, 잠깐 멈췄다가 다시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예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냥 하기 싫어져요. 그래서 다시는 안 하죠. 자책하기보다 내 앞에 놓인 컵을 보듯, 나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자세가 가장 크게 도움이 돼요. ‘아무것도 안 하는 나는 무기력한 인간이야’ 하고 생각하는 것과 ‘내가 지금 무기력한 상태구나’ 하고 깨닫는 건 차이가 크거든요.

다양한 리추얼로 진짜 찾은 다음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진짜 나를 찾는 여정은 끝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매일 나의 낯선 모습이 기다리고 있을 테고, 새로운 것을 만나게 될 거예요. 내가 가장 원하는 삶의 모양을 알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이 과정이 끊임없이 지속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거죠. 저희 리추얼은 과정에 익숙해지고 기쁨을 느끼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요. 그러다 보면 조바심 날 일이 없어요. ‘진짜 나는 언제 찾아지는 거야?’ 하고 초조해하기보다 ‘하루하루 나를 알아가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더 재미있게 살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요.


글. 황소연
사진제공. 손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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