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빛 꽃잎들이 하늘과 멀어지는 날.
살랑이는 꼬리와 함께 기분 좋게 휘날리던 벚꽃 잎들은
차마 회색 아스팔트 길 위에 잠들기가 아쉬워
세상의 모든 내음이 묻어 있는 개들의
작고 검은 콧잔등 위에 올라앉는다.
봄이 왔나?
꽃잎 묻은 콧잔등을 한 그들의 설레는 발걸음에서
우리는 미처 맡지 못한 봄을 본다.
봄이 왔구나!
하나의 거리 위에 두 개의 봄이 있다.
하나의 봄엔 코가 없고
하나의 봄엔 눈이 없다.
그러나 함께라면,
맡지 못할 봄 냄새란 없다.
보지 못할 아름다움이란 없다.
함께라면,
모든 것이 봄이 된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은 문명화되는 과정에서 후각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반면 개들은 후각은 지켰으나 인간처럼 세상을 다채롭게 보지는 못한다.
글|사진. 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