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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73 스페셜

우크라이나의 문화유산, 러시아의 공격으로 파괴 위기 직면

2022.04.26

[© unsplash]

우크라이나는 방대한 문화유산을 가진 나라다. 우크라이나 전역에는 키이우 성 소피아 대성당 같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유적지부터 매우 정교한 우크라이나 바로크 시대 건축물들까지 역사적예술적고고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군의 전쟁 무기가 우크라이나를 뒤덮으면서 우크라이나의 풍부한 문화유산이 위험에 처했다.

러시아의 전쟁 무기가 우크라이나 전역을 뒤덮으면서 우크라이나 군대를 무력으로 제압하려 하는 가운데, 러시아 군대가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더불어 우크라이나인의 항전 의지를 꺾을 의도로 배치한 무시무시한 대포와 로켓, 무차별 공습 등이 여러 도시와 우크라이나의 귀중한 역사적 건축물까지 파괴하는 중이다.

키이우의 박물관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는 대규모 폭발 공격을 당했다. 키이우의 자연사박물관(Museum of Natural History)은 인류가 어디서나 생존하고자 만든 초창기 건축물의 대표적인 몇 가지 예시를 보여준다. 먼저 1만5000년 전 구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포유류 뼈로 만든 오두막을 언급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문명화 초기에 제작한 대표적인 예술 작품은 스키타이족이 흉부에 착용한 갑옷이다. 흙을 쌓아 올린 고대 무덤인 ‘토우스타 모힐라(Tovsta Mohyla: 두툼한 고분)’에서 발견된 스키티아족의 흉부용 갑옷 제작 시기는 기원전 4세기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황금으로 제작한 무게 1.15kg의 갑옷은 일상과 동물들을 정교하고 섬세하게 조각한 장면들로 장식되어 있다. 이 갑옷은 현재 키이우 동굴 수도원에 있는 역사보물박물관(Museum of Historical Treasures of Ukraine)에 보관돼 있다. 폭격으로 수많은 우크라이나 고유문화의 고고학적‧시각적 기록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스키타이족의 예술적 유산은 소련 통치 시기에 우크라이나에서 사라졌으며, 현재 러시아 내 여러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종교 유적지도 키이우에
11세기에 만들어진 키이우 페체르스카 수도원(동굴 수도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유적지이자 동유럽에서 종교적으로 가장 신성한 유적지 중 한 곳이다. 키이우 페체르스카 수도원은 예배당과 기적적인 유적을 간직한 지하 동굴과 같은 특징을 지닌 곳이다. 수도원의 지상에는 중세부터 근세와 현대까지 등장한 건축양식과 예술 사조를 보여주는 여러 교회와 건물이 있다.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또 다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유적지이자 키이우의 보물은 11세기에 지어진 성 소피아 대성당이다. 이 성당은 수많은 황금 돔과 풍부한 색상의 모자이크 양식으로 제작한 성모마리아와 천사의 모습으로 방문객의 감탄을 자아낸다. 푸틴이 손에 넣고 싶어 탐낼 만한 우크라이나 유적이 있다면, 바로 그가 현대 러시아의 뿌리를 잘못 추적한 곳인 키이우 성 소피아 대성당이다.
우크라이나의 또 다른 보물은 12세기에 건축한 성 시릴 교회다. 성 시릴 교회는 독특한 중세시대의 벽화 기법과 19세기 상징주의 예술가 여럿이 주도해 그린 벽화 장식으로도 유명하다. 성 시릴 교회 바로 옆에는 유럽에서 나치가 저지른 잔혹 행위와 관련 있는 큰 묘지 중 한 곳인 바빈 야르(Babyn Yar)가 있다. 바빈 야르는 최근 러시아군의 미사일 폭격으로 피해를 입은 곳이다.
우크라이나의 최고 예술가와 문호 여러 명을 배출한 도시이기도 한 키이우 곳곳에는 타라스 셰브첸코(Taras Shevchenko) 등 당대 걸출한 예술계 주요 인물의 생가이기도 한 박물관이 있다. 우크라이나의 가장 유명한 시인이자 예술가인 셰우첸코는 19세기에 우크라이나어 금지 법률 규정에 저항하고 우크라이나 독립을 선동했다는 죄목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키이우에 있는 국립미술관(National Art Museum of Ukraine)은 중세시대와 바로크 시대의 종교 예술 작품 등 귀중한 문화유산, 울라디미르 보로비코우스키(Volodymyr Borovykovskyi) 같은 18세기 예술가가 주도해 그린 역사적 인물과 카자크(Kazak) 부대 대표의 희귀한 초상화, 우크라이나의 대표적인 아방가르드 작품 등을 소장하고 있다. 아방가르드 예술가의 상당수가 1930년대에 소련의 온갖 억압을 받으며 아방가르드 예술 작품이 파괴되었다. 따라서 현존하는 아방가르드 예술 작품 모두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키이우 이외 다른 지역
우크라이나의 문화유산은 키이우에만 있지 않다. 크림반도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도시 유적, 중세 제노바 요새를 보유했다. 한때 강력한 왕국이었던 크림칸국(Crimean Khanate)의 수도였던 크림반도 중부 도시 바흐치사라이(Bakhchysarai)의 왕실 건축물과 사원이 크림반도가 보유한 풍부한 타타르 문화를 잘 보여준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하면서 타타르인 원주민은 잔혹한 억압에 직면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과 중부 지역에서는 바로크 건축물과 신고전주의 양식 저택으로 1648년부터 1764년까지 존재한 왕국이자 종종 우크라이나로 언급하는 카자크 수장국의 유산을 볼 수 있다. 현재 서부 유럽의 건축물과 예술 사조를 우크라이나 현지 전통문화와 결합해 고유한 우크라이나 바로크 양식을 형성했다.
소련의 통치자였던 이오시프 스탈린이 우크라이나 바로크 양식을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와 연결 짓고 카자크 수장국 시대에 탄생한 모든 예술 작품과 건축물을 파괴하려 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바로크 양식으로 제작한 작품 자체가 매우 드물다. 중세시대와 우크라이나 바로크 건축물은 3월 3일(현지 시각), 러시아군의 대규모 폭발 공격이 자행된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Chernihiv)의 중심을 형성한다. 3월 15일(현지 시각), 체르니히우의 문화유적지가 폭발 공격으로 파괴되었다.
가파른 강둑과 시골 사유지, 왕실 건물을 따라 이어지며 장관을 이루는 요새는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 풍경의 일부분을 형성한다. 또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오토만제국, 아르메니아, 그리스 등 다양한 국가 출신 인구와 문화권의 융합을 이뤄낸다. 이곳에는 우크라이나의 또 다른 보물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간직한 역사의 중심 도시인 르비우가 있다.
원형을 상당 부분을 간직한 르비우의 중세 도시 지형은 르네상스 시대의 교외 지역을 형성하면서 바로크양식 건축물, 아르누보 건축양식의 구불구불한 곡선 형태를 정교하게 나타낸다. 현재 리비우 박물관 직원은 파괴를 우려해 예술 작품을 긴급하게 지하 저장고로 옮기고 있다.
이미 많은 문화유산이 손실되거나 파괴되었다.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우크라이나 민화와 민속 유산을 보존한 박물관을 찾아볼 수 있다. 키이우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반코(Ivanko) 마을의 민속 유산 박물관 한 곳이 화재가 발생해 파괴되었다. 이반코 마을의 박물관은 매우 유명하며 널리 사랑받은 민속 유산 예술가인 마리아 프리마첸코(Maria Pryimachenko)의 작품을 전시했다. 그러나 마리아 프리마첸코의 작품은 이제 영원히 사라졌다.
전쟁으로 심각한 수준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는 한때 매우 뛰어난 20세기 현대주의 건축물과 구성주의 건축물의 대표적인 사례를 보여준 곳이다. 하르키우는 여전히 우크라이나가 장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하르키우 도시 기반시설 상당수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파괴되었다. 하르키우 문화유산 파괴의 심각성은 아직 추산되지 않았다.
올렌카 Z. 페브니(Olenka Z Pevny)는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슬로바키아 및 우크라이나학 연구 부교수다.
빅이슈코리아는 INSP(International Network of Street Papers)의 회원으로서 전 세계의 뉴스를 전합니다.

※ 더 많은 사진과 기사 전문은 매거진 '빅이슈'273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글. Olenka Z. Pevny | 번역. 고다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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