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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67 인터뷰

It’s my prime, my time

2022.01.20 | PHUG 듀오 아미르 호사인, 소렌 해리슨 인터뷰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겠다고 다짐한 순간에는 N잡에 쫓겨 사는 인생이 그리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하기 싫은 일은 피할 수 없는 인생, 내가 좋아하는 것이 N개 중 하나라도 있으면 그만이었다. 물론 이런 자신만만함은 찔끔찔끔 들어오는 급여의 연속에 사라진 지 오래이다. 이 일을 얼마나 계속할 수 있을까?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할수록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은 줄어든다. 보고 따라 할 수 있는 롤 모델이라도 있으면 좋겠으나, 세대 차이 때문에 그런지 N잡을 성공적으로 해낸 인생 선배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 하지만 롤 모델이 인생 선배일 필요가 있는가? 요즘에는 본받을 만한 인생 후배들이 차고 넘친다.
나에게는 PHUG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이들이 그런 인생 후배이다. PHUG는 런던 출신, 2000년생, 죽마고우 아미르 호사인(Amir Hossain)과 소렌 해리슨(Soren Harrison)이 열세 살 때부터 함께 구상한 프로젝트로, 열일곱 살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겁도 없이 실행에 옮겨 탄생한 의류 브랜드이다. 각각 브랜드의 포토그래피와 디자인을 담당하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포토그래피, 애니메이션 작업을 끊임없이 하고, boy pablo, The 1975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것으로 주목을 받은 프로 N잡러들이다. 벌써 네 살이 된 브랜드의 크리에이터들과 팬데믹 시대의 업무 환경, N잡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나보다 어린 세대 친구들’에 대한 경이 관해 이야기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PHUG를 어떻게 소개하겠는가?
아미르 다른 데에서는 살 수 없는 옷을 만드는 브랜드로 소개할 것 같아요.
소렌 일러스트레이션과 포토그래피가 어우러진, 스토리가 있는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열일곱 살 때로 돌아가보자. PHUG라는 브랜드는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가?
아미르 처음에는 다른 작은 패션 브랜드들의 의뢰를 받아 룩북을 촬영해줬어요. 근데 옷을 보니 다들 로고 플레이만 하는 게 고루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우리라면 더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영상 촬영 보수를 받게 됐고, 그 돈으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시도를 했죠.
소렌 처음에는 친구들에게 줄 생각으로 티셔츠 다섯 장만 만들 생각이었는데, 주문하려면 최소 50장을 주문해야 하더라고요. 경찰에게 전기 충격을 당하는 스케이트보더가 그려진 ‘일렉트릭 레드(electric red)’라는 티셔츠였는데, 팔 수밖에 없어서 팔게 됐어요. 우리 집 다락방에서 룩북을 찍었고, 업로드한 날 밤에 품절됐어요.

[©PHUG]

그러면 옷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독창성인가?
소렌 그렇다고 할 수 있죠. 늘 무언가 새로운 것을 기획하려고 노력하고, 아미르가 찍은 사진에서 영감을 받기도 해요.
아미르 워낙 창의력이 주된 동기이다 보니 브랜드로 운영하기 힘들 때가 있죠.

브랜드를 경영하며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낀 적이 있나?
아미르 우리와 친한 사람들이나 뮤직비디오 촬영에 도움을 주는 비즈니스 멘토들에게 도움을 받곤 해요. 처음 해보는 일이라 멍청한 질문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괜찮다고, 편안하게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하죠. 근데 결국 우리 방식대로 하고 싶으면 우리가 먼저 부딪혀봐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우리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고 싶어서 설립한 브랜드잖아요.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보는 것도 우리가 해보면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더라고요.

주로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다. 런던에서 젊은 예술가로 사는 삶은 어떤가?
아미르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대학에 바로 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을 굳혔어요. 런던의 대학은 학비가 비싸기도 하고요. 그래서 갭 이어(gap year, 학교 진학 이전에 1년간 쉬는 과정)를 갖기로 결정하고, 그동안 영화 세트장에서도 일하고 행사 출장도 다녔어요. 이런 힘든 일을 하다 보니 갭 이어를 마칠 무렵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알게 되더라고요. 친구들 대부분이 이미 창의적인 일을 하고 있어서 우리가 택한 길이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소렌 저는 좀 달랐어요. 학교에 다닐 때 뭔가를 만드는 일,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가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서 외로웠죠. 학교뿐 아니라 런던에서도 외롭다고 느꼈어요. 근데 지난해쯤 되니까 어느새 주변 친구들이 모두 예술 분야에 종사하고 있더라고요. 그때부터 우리만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마음이 훨씬 편해졌어요.

[©PHUG]

대도시의 젊은 예술가는 N잡을 강요당하는 것 같다. 이런 삶을 살기 위한 조언이나 팁이 있다면?
소렌 저는 하도 정신이 없어서 아미르가 더 잘 대답할 것 같아요.(웃음)
아미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많은지 아는 게 중요해요. 사실 조금 신경만 쓰면 쉬는 시간, 자기다운 사람으로 성장할 시간은 얼마든지 낼 수 있어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브랜드의 목표, 혹은 개인적인 목표는 뭔가?
아미르 앞으로도 열여섯 살 때부터 꿈꿔온 궁극적 목표인 영화관 겸 카페 겸 스튜디오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더 전략적이고, 양보다 질을 우선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소렌 사실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면 최대한 신나는 마음을 억누르고 쿨하게 보이려 하기 쉬운 것 같아요. 근데 제가 세트장에서 뮤직비디오이나 룩북을 찍을 때, 디자인을 할 때, 바로 그 순간이 저의 전성기잖아요. 이럴 때 나답게 신나고 즐거워하기를 꺼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런 순간을 더 소중히 여기고 낭비하지 않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어쩌다 보니 신년 다짐 같은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소렌이 내게도 개인적인 목표가 있는지 물은 때문인데, 인터뷰를 하며 인터뷰이에게 질문을 받는 건 처음이었다. 서울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은 어떤지도 물었고, 자신보다 어린 세대가 얼마나 무서운지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인터뷰를 마쳤다. 경험이 많든 적든, 나이가 많든 적든,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기는 어렵고 다음 세대는 늘 신기한가 보다.

※ 더 많은 사진과 기사 전문은 매거진 '빅이슈'267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글. 문재연 | 사진제공.PH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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