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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62 컬쳐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2021.11.28 | 이곳이 나의 프랑스, 나의 파리

내가 프랑스 파리에 다녀온 것은 딱 한 번, 그것도 벌써 6년 전의 일이다. 때는 1월의 겨울이었으나 비슷한 시기의 한국만큼 맹렬하게 춥다기보다는 체감상 11월, 늦가을쯤의 쌀쌀한 정도였다. 그것까지는 좋았지만, 문제는 파리에 머무는 일주일 내내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의연속이었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내 안의 파리는 쌀쌀하고 흐린 날씨 속에서 먹먹한 채도를 가진 회색 도시로 자리 잡았다. 무채색의 파리를 만난 건 당시만 해도 그렇게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여행을 가게 되면 대개 맑은 날의 화창한 풍경을 바라지, 비 오는 축축한 풍경을 바라지는 않으니까. 하루 이틀이라면 몰라도 그런 날이 일주일 내내 계속되니 아쉬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억이란 미화되기 마련이어서, 몇 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는 그런 날씨 속에서 공원에 앉아 질긴 바게트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고 갑자기 떨어지는 빗방울을 피해 길거리에 보이는 아무 카페에 들어가 카푸치노 한 잔으로 추운 몸을 녹이던 기억마저도 그때가 아니었다면 하지 못했을 추억이 되었다.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을 맞을 때면 문득 그 짧았던 일주일의 기억이 한 조각씩 떠오르고는 한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빵에갸또’(Pains et Gâteaux)를 가게 된 날도 비 오고 흐린 날의 늦가을, 이미 단풍도 거의 다 지고 추워질 일만남은 11월의 어느 날이었다. 남양주시, 별내 카페거리에 위치한 빵에갸또는 몇 년 전 서울에 있었던 ‘갸토 드 보야주’(Gâteaux de Voyage)가 남양주에 새로이 문을 연 프렌치 블랑제리 & 파티세리다. 빵에갸또는 불어로 ‘빵과 케이크’라는 의미인데, 한국인 제빵사 아내가 빵을 만들고 프랑스인 파티시에 남편이 디저트를 만들어 운영하는 가게이기에 이렇게 지은 것이라고. 빵과 케이크를 모두 판매하는 블랑제리 & 파티세리라는 것이 간결하고도 직관적으로 와 닿는 이름이기도 하다.

그렇게 파리 여행을 떠올리게 하는 날씨에 만난 빵에갸또는 정말로 남양주 속의 작은 프랑스였다. 파란색 어닝과 아줄레주를 연상케 하는 타일 벽화의 외관, 어느 유럽 카페처럼 꾸며진 내부와 작은 정원 속에 와 있는 듯한 야외 테라스까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건 아닌가 하는 행복한 착각에 휩싸일 정도였다. 프랑스 현지에서 만나볼 수 있을 법한 클래식한 스타일의 바게트, 크루아상, 샌드위치, 마카롱, 케이크, 구움과자… 맛있는 빵과 달콤한 디저트가 가득 진열된 쇼케이스를 보고 있으려니 점점 더 착각이 현실처럼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여행 도중에 카페를 가게 될 때면 되도록 테라스에 앉고 싶어진다. 잠시라도 더 내가 일상과는 다른 먼 타지에 와 있다는 것을 만끽하기위해서. 그럴 때와 같은 기분으로 탁 트인 야외 테라스에 앉아 커피와 함께 먹는 샌드위치와 크루아상, 그리고 디저트는 나를 수년 전, 그때 그 파리로 돌려 보내주기에 충분했다. 덕분에 요즘도 파리 생각이 날 때면 빵에갸또를 찾곤 한다. 운 좋게 흐린 날이 아닌 화창한날씨 속에 찾아가게 될 때면, 내가 미처 경험하지 못하고 왔던 맑은 날의 파리가 이런 느낌이었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으로 그때의 추억위에 또 다른 색을 덧입혀보기도 하면서.

빵에갸또(Pains et Gâteaux)
매일 9:00~22:00
남양주시 두물로 39번길 25
031.528.6424
인스타그램 @painsetgateaux


글 사진 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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