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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49

식목일이 3월이 될 수도

2021.04.28 | 녹색빛

[녹색연합]

서울의 벚나무가 3월에 만개하더니 식목일도 되기 전 꽃잎을 떨구었다. 기상청은 3월에 벚꽃이 만개한 것이 100년 만의 일이라고 했다. 녹색연합 사무실이 있는 성북동의 어느 언덕엔 매화와 목련과 개나리와 벚꽃과 진달래가 다함께 피어있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꽃은 겨울이 끝나고 봄이 왔음을 알리는 나무들의 메시지지만, 2021년엔 뭔가 다른 말을 함께 걸어오고 있다. 너무 일찍 따뜻해졌다고, 기후가 이렇게 확연히 변해버렸다고, 우리의 봄이 달라졌다고 말한다.한 해 거슬러 올라 2020년 3월엔 다른 나무가 낯선 모습을 보였다. 전라남도 강진군에서 올리브 나무가 월동한 것이 확인됐다. 겨울에도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대에 서식하는 올리브나무가 한반도 남쪽의 노지에서 겨울을 난 것 역시 여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같은 해 6월엔 땅끝 해남에서 바나나가 주렁주렁 열렸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기후가 변하면서 농민들이 기존의 마늘이나 배추 농사를 포기하고 아열대 작물 농사를 시작했다고 했다. 이제 한반도 남쪽에선 애플망고, 체리, 바나나 같은 것들이 재배된다.

금강소나무는 왜 말라 죽었나
변화무쌍한 기후는 어떠한 종의 나무를 살 게 만드는 것만은 아니다. 한반도 동쪽에선 침엽수가 말라 죽는다. 경북 울진군, 국내 최대 금강소나무 군락지에서는 2010년을 전후로 금강소나무 집단 고사가 보고되기 시작했다. 이 현상은 2015년부터는 점점 북쪽으로 번져, 경북 봉화와 강원 삼척 등의 금강소나무 군락에서도 집단 고사가 진행되고 있다. 침엽수들이 말라 죽는 이유는 따뜻해진 겨울 때문이다. 예전만큼 눈이 내리지 않는 겨울을 나면서 수분 부족으로 뿌리부터 마르기 시작해 나무 전체가 하얗게 말라 죽는 것이다.

녹색연합은 금강소나무 집단 고사를 비롯해 구상나무, 가문비나무, 분비나무 등 침엽수의 집단 고사 현상을 모니터링해왔다. 처음 모니터링을 시작할 때엔 금강소나무의 소나무 재선충병 감염에 의한 집단 고사를 염두에 두고 금강소나무 고사목을 살펴봤으나 확인 결과 소나무 재선충병 감염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녹색연합은 나무들이 갑자기 말라 죽는 것이 기후의 급격한 변화 탓이라고 분석 중이다.

서울에서 3월에 만개한 벚꽃이나 전남에서 월동에 성공한 올리브나 백두대간에서 하얗게 말라 죽는 금강소나무가 던지는 메시지는 확실하다. 우리가 기후위기 속에서 살고 있음을, 우리가 그 위기의 가속 페달을 밟고 있음을 때아닌 꽃과 낯선 곳에서의 적응과 집단 죽음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무들의 이 경고 메시지를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 이 기후위기는 우리의 목을 조여오고 있기 때문이다.

3월엔 최악의 황사가 두 번이나 발생했다. 이는 몽골 초원의 급격한 사막화 탓이다. 초원이 사막으로 변한 탓에 바람이 불면 모래바람으로 변하고, 모래바람이 도시에 도달해 각종 유해물질과 만나 초미세먼지와 섞였다. 베이징에 불어닥친 이 황사는 한낮을 밤처럼 바꿔놓았다. 이 황사는 바람을 타고 한반도로 날아들었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고온 건조한 이상기온으로 호주, 미국, 시베리아 등지에서는 거대한 산불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수많은 야생 생물이 희생되기도 했다. 아프리카에서는 메뚜기 떼 창궐로 식량난이 가중되는가 하면 방글라데시, 중국, 일본, 호주에서는 심각한 폭우로 인해 피해가 속출했다. 한국도 54일간의 기록적인 장마로 폭우와 산사태 피해를 입었다. 우리는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 비상사태 속에 사는 것이다.

따뜻해진 봄 때문에 식목일을 3월로 옮기자는 주장에는 해가 거듭될수록 힘이 실리고 있다. 4월 5일인 식목일은 조만간 3월 어느 날로 바뀔지 모른다. 이렇게 식목일의 날짜를 앞당기는 것을 통해 우리는 위기의식을 느껴야만 한다. 나아가 우리는 기후위기의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더워진 지구를 식히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벚꽃의 개화 시기를 4월로 되돌리는 것이나 농부들의 작물을 아열대 작물에서 다시 원래 작물로 돌려놓는 것이나 침엽수림의 집단 고사를 막는 것,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해 인류가 직면한 과제다.


배선영
사진제공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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