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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49 인터뷰

취향이라는 재능 2

2021.04.21 | 관객의 취향 by 박소예

※ 이번 기사는 <취향이라는 재능>에서 이어집니다.

책방 주인이 왜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생각하세요?
책이 주는 낭만적인 분위기 때문인 것 같아요. 사람들은 다들 저마다의 서사가 있고 다양한 삶을 사는데 왜 책방 주인에게 특히 낭만을 부여하는지 생각해보면 책이 가진 낭만성 때문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비결이 있다면요?
무언가를 오랫동안 좋아하는 편이에요. 좋아하는 게 잘 바뀌지 않죠. 끈기가 비결이라면 비결이지 않을까 해요. 좋아하는 것에 흥미가 떨어지거나 새로운 신기한 무언가가 나와도 끝까지 놓지 않는 편이에요.
그게 어느 순간 취향이 된 것 같아요.

책방을 운영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게 있다면요?
저에 대해 더 잘 알게 됐어요. 전에도 스스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상대방의 감정에 이토록 영향을 많이 받는 성격인지 처음 알았어요. 다정한 손님이 오면 그날 하루가 행복하고 즐겁게 책을 팔 수 있는데, 무례한 사람이 오면 그날 하루 장사를 망친 것만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럼, 더 모르게 된 건요?
사람의 마음을 정말 모르겠어요.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세상엔 다양한 유형의 사람이 있고 새로운 상황이 끊임없이 펼쳐져요. 책방을 하기 전에는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만 만났어요. 관심사나 나이대가 비슷하다 보니 시야가 좁아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세상에 나와 보니 알 수 없는 사람투성이고요. 전에도 넓은 세상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장사를 해보니 그곳은 그야말로 우물 안이었어요.

30대 자영업자로 사는 건 어떤가요?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서른 살에 책방을 시작했는데 진짜 어른이 된 기분이었어요. 30대가
되니까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고요. 또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도 30대가 되니까 할 수 있었어요. 사실 지난해에 가게를 그만두려고 마음먹었는데 그것도 일종의 용기인 것 같아요. 그리고 다시 계속 운영해야겠다고 결심하기까지 에너지가 많이 들었어요. 새로 시작하고, 포기하고, 다시 포기하지 않을 용기. 자영업자들에게는 이런 게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포기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해요.
‘관객의 취향’이 저만의 것이 아니니까요. 처음에는 작업실 겸 돈도 벌 겸 하다가 만약 잘 안 되더라도 작품 하나 엎어졌다고 생각하려고 했어요.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접는 것도 제게 달렸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3년이 지나고 보니 제가 이름만 책방 주인이지 여기 있는 모든 건 다 손님들이 만들어준 거예요. 책방에 앉아 바라보던, 행복했던 풍경과 기억들까지요. 제 맘대로 접는다는 건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순히 돈으로만 계산할 수 없는 소중한 걸 얻었어요.

20대는 낭만, 30대는 현실이라고 하셨는데 그다음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삶인 것 같아요. 어떤 일이든 계속 반복되면 삶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언젠가 책방 주인이 되면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미친 듯이 글을 쓰는 상상을 했는데. 현실은 음료를 만드느라 바쁘고 월세를 내기 위해 책을 한 권이라도 더 팔아야 하니까요.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어도 결국엔 제 삶이라서 그냥 이렇게 살면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관객의 취향’이 변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변한다고 생각해요. 딱 1년만 해보자는 마음이 손님들 때문에 포기하지 못하는 마음으로 변했어요. 영화 책밖에 없었는데 일반 도서와 손님들이 쓴 독립 출판물도 들어와 있고요. 처음에는 커피만 있다가 지금은 맥주와 와인도 팔고 한때 브런치 메뉴 배달도 했어요. 끊임없이 변화하는 공간이에요.

관객(손님)의 취향이 변할 때 서운한 감정이 들기도 하나요?
오히려 좋아요. 무언가를 바꾸기는 쉽지 않잖아요. 자극을 계속 받아야만 변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관객(손님)들의 취향을 통해 많은 자극을 받았어요. ‘관객의 취향’ 역시 손님들의 자극을 통해서만 계속 변화할 수 있어요. 만약 손님들의 자극이 없으면 저도 변화하지 않을 거고 ‘관객의 취향’도 변화하지 않을 것
같아요.


관객(손님)의 취향이 변하면서 ‘관객의 취향’은 어떻게 변할 것 같아요?
몇 년 사이 독립 책방이 많이 생기고, 독립영화도 OTT를 통해 접근성이 높아졌잖아요.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해요. 그에 맞게 ‘관객의 취향’도 새로운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싶어요. 독립 책방이 아래로부터의 독서 운동을 일으키는 최전선처럼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독립 책방의 존재 자체가 책 읽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증명하길 바라요.

이 인터뷰의 공통 질문인데요. ‘여기서 뭐 하세요?’
여기서 책을 팔고, 음료를 만들고 있습니다.(웃음)

영화와 책으로 취향을 향유하는 공간
관객의 취향
서울시 관악구 관악로 204 3F
@your_taste_film


정규환
영화 마케터로 일하다 지금은 다양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kh.inspiration

사진 김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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