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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39 스페셜

이상한 나라의 이벤트

2020.11.27 | 스튜디오 ‘글래머샷’

지나치게 사람 가까이에 있는 구름과 태양, 드라마 속 인물의 상상처럼 뿌연 느낌, 파도를 타는 강아지와 양탄자를 탄 사람들. 글래머샷의 사진들은 시트콤이나 SF 만화의 한 장면 같다. 사진 속 인물들은 글래머샷이 재현한 가상의 공간에서 자신의 반려동물과 대결을 벌이고, 친구들과 함께 도시를 지배하는 마피아가 되기도 한다. 글래머샷의 어떤 사진은 레트로한 무드의 90년대를 떠올리게 하고, 또 어떤 사진은 지나치게 미래적이라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사진은 결과물일 뿐 아니라, 온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라고 말하는 글래머샷의 두 명의 운영자, 한대웅과 이보라를 만났다.

글래머샷의 사진 작업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대웅 재작년 말 즈음이었다. 처음엔 친구들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원하는 이미지를 재현해보려고 했다. 조금은 어이없게 느껴지는, 부분적으로 합성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우리가 촬영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SNS를 통해 촬영을 의뢰했다. 그러다 우리가 작업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려서 기록을 남기면 좋을 것 같아 아카이브를 만들게 됐다.

촬영 대상이 된 친구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대웅 재밌어했다. 특히 음악을 하거나 ‘재밌게 생긴’ 친구들, 반려동물을 키우는 친구들이 많이 좋아했다.
보라 늘 가족사진을 촬영해보고 싶었다. 주변의 결혼한 친구들과 그들의 자녀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대가족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주니 아주 즐거워했다. 글래머샷의 가족사진이 여느 스튜디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진은 아니니까.

배경 등 다른 요소를 합성하는 것이 인물 촬영에서 널리 쓰이는 기술인가. 이 아이디어를 도입한 이유는.
대웅 크게 어려운 기법은 아닌 것 같다. 보통 세트로 활용하는데, 우리는 누가 봐도 합성이다.(웃음)
보라 미국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는데, 이와 관련한 이미지 중 재밌는 사진들이 많았다. 구글에서 ‘awkward family photo’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배경이 합성되어 있거나 얼굴이 둥둥 떠 있는 사진들이 많이 나온다. 취미로 찾아서 보다가 우리 사진 작업으로 이어지게 됐다.

‘글래머샷’이라는 스튜디오 이름은 무슨 의미인가.
보라 얼굴들을 여기저기 크게 배치하고 다양한 요소를 합성한 이미지를 ‘글래머샷’이라고 하더라. 담백하게 그 용어를 스튜디오 이름으로 가져왔다.

촬영하는 분들은 글래머샷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껴 의뢰할까.
대웅 이런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는 걸 알아서 와주시는 것 같다.
보라 이런 경험 자체를 좋아하시는 것 같다. 촬영 콘셉트에 맞춰 1990년대 아이돌 느낌이 나는 소품을 챙겨 오시기도 한다. 요즘은 특히 그렇고, 평소에도 일상에서 즐길 거리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요즘 젊은 세대는 자신을 표현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찍히는 것도 좋아하지만 참여하는 느낌을 즐기는 분들이 많다. 이곳에서 브이로그를 찍는 분들도 많다.
대웅 사진을 촬영할 때 인물들이 어느 정도 연기를 해야 하는데, 그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데 매력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진을 촬영하기 전에 콘셉트 상담은 어떤 식으로 진행하나.
대웅 촬영을 예약하면 사진의 분위기에 대한 상담을 시작한다. 우리 포트폴리오에서 원하는 콘셉트를 선택해 제작할 수 있다. 콘셉트를 새로 구성하는 커스텀 포토 촬영의 경우에는 이미지 레퍼런스를 주고받으며 의견을 조율한다. 이때는 어떤 부분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상세히 이야기한다.

기억에 남는 콘셉트나 준비물, 옷차림이 있다면.
보라 친구 사이인 남성 네 분이 바비 인형을 가지고 오신 적이 있다. 찍다 보니 그 인형을 사람 크기로 키워서 인물 뒤에 배치해 커플 사진처럼 합성한 적이 있다. 처음부터 그렇게 찍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결과물이 재미있었다.

시간을 되돌린 듯한 1980~90년대 느낌의 분위기가 독특하다. 레트로 무드 재현을 위해 중요하게 여기는 건 무엇인가.
대웅 포즈와 조명이 중요하다. 의상을 잘 준비해 오시면 좋긴 하지만 모두 전문가는 아니지 않은가. 의상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사진의 질감으로 레트로 무드를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포즈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이 본인의 몸이 사진으로 어떻게 나오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반려동물이나 아기가 등장하는 사진도 많은데, 이들과 함께 촬영하는 건 사진작가에게 어떤 경험인지 궁금하다.
대웅 힘든 경험이다.(웃음) 말도 통하지 않고. 어린이는 수줍음을 많이 탄다. 동물 중엔 고양이가 특히 어려운데, 그래서 ‘고양이를 데려가지 않아도 합성이 가능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반려동물 상태는 주인이 잘 알기 때문에 무조건 데려오라고 하지는 않지만, 사실 그러면 이미지 퀄리티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보다 먼저 동물을 촬영하고, 남은 시간에는 케이지에 들어가 있게 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사진의 구성원으로 촬영하려고 노력한다.
보라 요즘은 1인 가구가 많고, 반려동물이 가족인 경우도 많지 않나. 하지만 동물과 사진을 남기기는 쉽지 않다. 일방적으로 동물을 찍거나 겨우 각도를 만들어 함께 셀피를 촬영하는 정도다. 동물과 함께 가족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은 의도도 있었다.

친구들끼리 모여 찍는 경우와 가족사진 촬영의 분위기는 어떻게 다른가.
대웅 친구들끼리 오면 주로 서로 웃기려고 노력하는 분위기다. 가족사진을 촬영하는 경우에는 보통 자녀들이 예약해 부모님을 모시고 온다. “왜 이상한 사진을 찍으러 여기까지 오느냐.” 하시며 불만을 표시하는 전형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는 분도 있다. 우리 스튜디오가 5층이라 걸어 올라오는 것도 힘든데.(웃음) 사실 아버지들은 자녀들과 시간을 보내는 데 의미를 두시는 듯하다. 본인의 부정적인 모습을 표출하는 대신, 웃으라는 가족의 요구에도 적극 호응하신다.
보라 양가 사돈이 함께 사진을 촬영한 적도 있다.

앞으로 더 시도해보고 싶은 콘셉트나 하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대웅 사진만 고집하고 싶진 않다. 올해 안에 보라가 디자인한 옷이 나온다. 친구들과 협업해서 홈웨어 같은, 귀엽고 편안한 느낌의 옷을 만들었다. 생각해보면 사진 외의 다른 작업에도 늘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어떻게 실현해야 하는지 모르지만, 해보고 싶은 것들이다. 우리에게 아주 생소한 미지의 분야인 놀이터 같은 걸 만들고 싶은 소망도 있다.
보라 평상시 어른들이 정신줄을 놓고 있을 시간이 없는 점이 안타까웠다. 일상에서 늘 생각에 매여 있는데, 고민을 잊은 채 넋 놓고 즐길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데서 출발했다. 시각과 촉각을 통해 편안하고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놀이터 같은 환경을 조성해보고 싶다.
대웅 예를 들면 놀이터에 있는 트램펄린에서 사람이 뛰어올랐을 때 그 모습을 촬영하고, 우리가 우주 이미지를 배경으로 합성하면 재미있겠다는 상상도 한다.
보라 이 기사를 보고 협업하자는 연락이 오면 좋겠다.(웃음)

어떤 마음가짐으로 ‘글래머샷’을 촬영하러 오면 좋을까.
대웅 이미 정해진 이미지를 선택한다기보다는 어떤 것을 선택하면 좋을지 생각하면서 함께 사진을 만들어간다는 마음으로 와주시면 좋을 것 같다.
보라 삶에서 ‘글래머샷’ 같은, 재미있는 무언가를 하나하나 늘려가는 건 분명 의미 있을 것이다. 즐거운 경험으로 생각해주시면 좋겠다.

" 평상시 어른들이 정신줄을 놓고 있을 시간이 없는 점이 안타까웠다. 일상에서 늘 생각에 매여 있는데, 고민을 잊은 채 넋 놓고 즐길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데서 출발했다. "


황소연
사진 김화경
사진제공 글래머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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