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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30 커버스토리

궁금해서 아껴둔 얼굴

2020.07.14 | 배우 임시완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과거 임시완을 보면 우연히 연예인이 되었는데(될 수밖에 없는 얼굴이니까), 노력 없이도 시키면 뭐든지 곧잘 해내는 천재형으로 보였다. 할 수 있으니까 하고는 있지만 여기에 특별히 미련은 없는, 이를 악물지 않아도 노래든 연기든 쉽게 잘해내서 어디서든 사랑받는 사람. 물론 이건 순전히 멀리서 바라보며 가졌던 단상에 불과하다. 온순한 눈빛을 하고는 종잡을 수 없는 연기를 보여주던 그는 어느덧 다음 행보가 궁금한 배우로 성장했다. 그리고 제대 후 임시완의 눈빛에는 더 잘하고 싶고, 더 많이 보여주고 싶다는 열렬한 바람이 깃든 것도 같다. 보호받는 유약한 역할들을 거쳐 이제 소중한 사람을 지켜내는 인물에 가닿은 임시완의 얼굴은 더 견고해졌다. 그와 잠시 시간을 보내면서 임시완이 자신에게 무심한 것은 실은 곁에 있는 사람을 살피고 배려하는 성품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개구진 질문에도 한참을 고민하고 내어놓는 답변은 깨끗하고 선명하다. 2020년 기대작 여러 편에 ‘주연 임시완’ 이름을 올려두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가 지난해 10월 종영한 후 공식적인 활동이 드물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영화 <비상선언>의 촬영이 지연됐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요리하고 운동하고 심심해서 기타 치고 레고 블록 쌓고 그러면서 지냈다. 여행을 좋아하는데 오랫동안 못 가고 있어서 아쉽다. 취미가 요리라고 말해왔는데, 잘하는 편인가. 잘하진 않는다. 워낙 레시피가 잘 나와 있어서 따라 하는 정도다. 최근엔 오리주물럭 만들기에 성공했는데 되게 맛있었다. 만들어서 혼자 만족하면서 먹는다.(웃음)

임시완이 만든 요리를 임시완 혼자 먹는 건가. 지나친 재능 낭비인데, 요리 과정을 팬들에게 보여준다거나 먹방을 한다거나 하는 식의 ‘라방’이라도 하는 게 어떤가.
하하. 그럼 좋은데, 아직 준비 중이다.

<타인은 지옥이다>는 군 제대 후 첫 작품이다. 고시원에 사는 청년을 연기했고 극한의 상황에서 감정에 기복이 심한 인물이었다. 하나의 감정선을 가져가는 인물이 아니라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영상으로 보면 어둡고 무서운 작품인데, 현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고 즐거웠다. 지금도 같이 작품 했던 사람들과 꾸준히 연락할 정도로 친하다. 물론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땐 고어 장르 같다고 생각했는데, 촬영하면서는 내가 찍는 게 고어 장르라는 걸 나중에야 상기했을 만큼 현장 분위기는 밝았다. 감독님이 워낙 결과물만큼 과정을 중시하는 분이다. 우리가 힘들 게 결과물을 만들지라도 현장에서는 다 같이 즐겁게 드라마를 만들 수 있게 해주시는 분이다.

작품 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
(이)정은 누나가 특히 인상 깊었다. 내 대기실 옆 누나 대기실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들리면서 고성이 나기에 무슨 일이 났나 싶어 놀랐는데, 누나가 대본 연습을 하는 소리였다. 연기를 너무나 잘하는 선배님인데도 그렇게 연습을 많이 하시더라. 꾸준히 연습해서 놀랍도록 안정적인 연기가 나오는 거구나 싶어 감탄했고 많이 배웠다.


군 제대 후 한 인터뷰 내용을 보면 ‘얼른 연기하고 싶다. 사람들에게 임시완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갈망이 강하게 느껴진다. 연기를 못하고 있던 시간 동안 빨리 무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은데.
확실히 있었다. 한창 연기에 재미가 붙었을 때 군대에 가게 됐다. 재미를 알아갈 때 입대해서 그런지 연기를 하고 싶다는 갈망이 컸다.

<타인은 지옥이다> 같은 작품은 끝나고 여운이 많이 남을 것 같다. 계속 밀폐된 고시원에서 감정을 폭발시키는 연기를 해야 했을 테니까.
작품이 끝나면 작품 속 인물에서 잘 빠져나오는 편이다. 거의 바로? 오래 그걸 붙들고 있지 않아서 마음이 힘들진 않다. 안 그래도 작품 들어갈 때 상담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괜찮았다. 아마도 <타인은 지옥이다>는 현장 분위기가 워낙 좋아서 그럴 수 있었던 것 같다. 휴식 시간에 배우들끼리 막 웃고 떠들고 그러다가 슛 들어가면 다들 확 바뀌어서 연기하고, 카메라 꺼지면 또 다 같이 바로 빠져나와서 웃고 그랬다. 감독님이 워낙 현장을 재미있게 만들어주셨다.

2020년 기대작인 두 편의 영화에 모두 이름이 올라 있다. <보스턴 1947>에서는 마라톤 선수 역을 맡았다. 하정우 배우가 연기하는 손기정 선수는 유명한 인물이지만 임시완이 맡은 서윤복이라는 인물은 알려진 정보가 별로 없다. 어떻게 인물을 만들어갔나.
<보스턴 1947>은 얼마 전에 촬영이 끝났다. 나도 대본을 받기 전까지는 서윤복 선수에 대해 전혀 몰랐고 대본을 받은 후 찾아봐도 정보가 많지 않더라. 검색도 많이 해보고 제작 부서에 요청하고 그랬는데 정보가 워낙 없었다. 실존 인물인데 확보할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아서 오히려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제약이 없었다. 지켜야 하는 규칙이 없는 거다. 사람들이 그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없다시피 하니 나는 그저 대본에서 느껴지는 감정대로 연기하면 되겠다 싶었다.

그간 몸을 혹사하는 인물도 많이 연기했다. <보스턴 1947>을 위해 마라톤 대회에도 직접 참여하지 않았나.
글쎄, <타인은 지옥이다>를 보고 많은 분이 고생했겠다고 말하는데 많이 고생하진 않았다. 분량은 많았지만 크게 고생했다는 느낌은 없고, <보스턴 1947> 역시 마라톤을 배우면서 물리적으로 할 게 많았지만 고생은 아니었다. 보이는 게 큰 것 같다.(웃음) 마라톤은 원래 운동을 하려고 했기 때문에 기회가 돼 겸사겸사 도전해봤다. 계속 배우고 뛰면서 덕분에 건강한 생활을 하게 되겠구나 싶었다.

영화를 함께하는 하정우 배우나 강제규 감독의 경력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선배님들이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셨고 나를 막내로 인정해주셨다. 감독님 역시 나를 한 명의 배우로 대해주셔서 같이 만들어가는 느낌이 컸다. 물론 ‘아, 여기서 나만 잘하면 되겠구나.’ 싶었지만.(웃음) 그리고 마라톤이 주된 이야기다 보니 연기보다 마라톤에 대한 부담이 더 컸다. 마라톤 분량이 많아서 마라토너들이 보고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까 싶어서 더 신경 썼다. 뛸 때 몸의 움직임 같은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트레이닝도 계속 받았다. 반면 항공 재난 영화 <비상선언>은 알려진 게 별로 없다.

<변호인> 이후 송강호 배우와 오랜만에 만났다.
<변호인>은 연기에 첫발을 디딘 때에 선배님과 만난 작품인데, 오랜만에 다시 뵙게 되니 기대가 되더라. 그런데 선배님과 마주치는 신이 없다.(웃음) 만났더라면 정신없던 신인 때와 연기하는 재미를 알아가는 지금 발전한 모습의 차이를 알아봐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반면 옛날의 순수함을 잃은 게
아니냐는 핀잔을 들을까 봐 불안한 마음도 교차했다.

2020년 1월에 한 인터뷰에서 영어와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올해도 벌써 반절이 갔는데, 그동안 계획대로 해낸 것과 포기한 것을 하나씩 꼽는다면.
원래 중국어 공부를 계획했었다. 해외여행을 좋아하고 다른 나라 언어에 호기심이 많아서 꼭 배워야겠다고 다짐했다. 영어는 계속 배우고 있었으니까 중국어도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학원을 다니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포기하게 됐다. 혼자 공부하기엔 중국어가 너무 어렵더라.(웃음) 영어만이라도 꾸준하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하고 있는데, 중국어도 다시 공부하고 싶다. 기타 연주는 한 곡씩 배우고 있다. 중국어를 포기한 대신 기타를 열심히 하게 됐다.

<미생> 때문인지 한국 청년의 대표적인 얼굴이라는 인상이 있었다. 앞으로 임시완 하면 떠오르는 어떤 이미지를 만들고 싶은가.
예전엔 <미생>의 장그래로 많이 인식됐을 거라고 생각해서 마냥 그것이 내 전부라 생각되지 않도록 변수가 있는 작품을 고르려고 했다. 장그래뿐 아니라 다른 얼굴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어떻게 하면 배우 임시완보다는 작품 속 캐릭터로 보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그런 건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는다. 앞으로 개봉할 영화와 드라마에 집중하고 피드백을 지켜보면서 고민해보고 싶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회사 사람들과 같이 고민 중이다.(웃음)

임시완이라는 배우는 멜로 영역에서 아직도 개발되지 않은 영역이 많다. <왕은 사랑한다>에서 그 미완의 로맨스를 보여주길 기대했는데 짝사랑을 하는 역할이라 아쉬웠다. 앞으로 멜로드라마를 하게 된다면 어떤 역할, 어떤 연기를 하고 싶나.
로맨스 장르를 일부러 선택하지 않는 게 아닌데, 어쩌다 보니 피해가게 됐다. 멜로, 너무 하고 싶다. 하게 된다면 그 역할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쨌든 잘하고 싶다.(웃음)

좋아하는 로맨스 영화 속 인물이 있다면?
영화 <어바웃 타임>을 좋아한다. 도널 글리슨이 연기한 남자 주인공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그 배우가 화려하게 멋지지 않고 주변에 있을 법한, 영국에 실제로 있을 법한 사람의 이미지로 느껴졌다. 평범한 얼굴을 가졌지만 자연스럽게 매력이 드러나는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흔한 얼굴. 그건 어려울 것 같다. 임시완 같은 사람은 흔치 않으니까.
아니다. 평범한 역할, 정말 잘할 수 있다.(웃음)

제대하면서 군대에서 받은 월급 전액과 사비를 한 초등학교에 기부했다. 입대 당시부터 계획했던 일인가.
계획한 건 아니고 많은 동료, 선배, 후배 들이 이미 기부를 많이 하고 계시지 않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고액을 기부하는 분도 많은데 아직 많이 하지는 못해서 부끄럽다. 기회가 되면, 꾸준히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앞으로 인생에서 설정한 목표가 있는지 궁금하다.
사람들이 미래를 궁금해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이 배우의 다음 연기가 궁금한 사람. 이 사람이 다음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다음에 어떤 그림을 그릴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사람이고 싶다.

※인터뷰 전문과 임시완 배우의 더 많은 화보는 매거진 '빅이슈' 230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진행 김송희·양수복
사진 알버트
스타일리스트 최윤걸
비주얼 디렉터 박지현
헤어 이재선(이경민 포레)
메이크업 이지선(이경민 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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