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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28 커버스토리

담대하게, 따뜻한 조민수

2020.06.12 | 영화 <초미의 관심사> 배우 조민수 인터뷰

영화 <초미의 관심사>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대본도 안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 기존 영화인과 새로운 얼굴들이 모여서 만드는 영화라는 사실이 신선해서 좋았다. 그리고 배급을 하는 레진엔터테인먼트의 변승민 대표가 영화 <마녀>에 나를 추천한 사람이다. 그분이 워너브라더스코리아에서 한국 영화 담당으로 있을 때, <마녀>의 박훈정 감독에게 닥터 백 역할로 나를 추천했다. 이번에도 변승민 대표가 ‘이런 아이템이 있는데 같이 하자.’고 하길래 대본도 안 보고 결정한 거다. 가끔은 그런 결정을 해도 좋지 않나. 내가 좋아하고 믿는 사람한테 ‘그래, 당신 믿고 같이 할게.’ 하는.

<초미의 관심사>에 인상적인 대사가 나온다. 딸 유리를 찾으러 간 엄마에게 고시원 총무가 “유리는 여성스러운데 아줌마는 전혀 아닌데, 엄마 맞냐?”라고 묻자 “여성스러운 게 뭔데? 가족이 다 똑같냐!” 하고 일갈한다. 속 시원하면서도 시대성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녀>에서도 아주 센 역할을 했지만, 지금 시대적으로 그런 역할이 많아지는 것 같다. <초미의 관심사>의 엄마 역할은 고민이 많았다. 이 엄마는 기존의 엄마답다고 생각하는 이미지가 없다. 촬영이 끝나고 이렇게 인터뷰하는 게 두렵다는 생각도 든다. 영화 찍으면서 나는 재미있었는데 돈을 내고 영화관을 찾는 관객은 내 생각과 다를 수도 있는 거다. 그래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완성본을 보면서 내 호흡이 가쁜 거 보니 관객도 지루하진 않겠구나 싶어 좀 안심이 됐다.

엄마 이미지가 별로 없는 배우다. 이 영화에서도 딸 순덕(치타)에게 “엄마라고 부르지 마.”라고 말한다. 그런데 또 타투 숍에서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을 만나자 동병상련을 느껴 안아주고 등을 두드려주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사랑스럽고 따뜻한 인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영화를 소개할 때 ‘<킬 빌>은 칼로 다 죽이는데 이 엄마는 입으로 다 죽인다.’라고 표현했다. 영화에는 안 나오지만 연기할 때 담배 피는 장면에서 재떨이를 가지고 다녔다. 거칠어 보이지만 길에 꽁초 하나 안 버리는 여자라고 생각해서 전용 재떨이를 소품으로 가지고 다녔다. 나름대로 아픈 사연도 있는데 그 부분을 관객이 느꼈으면 좋겠다.

언제부턴가 독립영화계에 배우 조민수의 이름이 자주 보인다. 디아스포라 영화제나 인디포럼 개막식의 사회를 본다거나 작은 지방 영화제 개막식에서도 볼 수 있다. 제안을 받으면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도 꼭 참석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영화가 점점 한쪽으로 편향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립영화라는 구조를 아예 모르고 살다가 세월호 이야기를 그린 단편영화 <미행>에 참여하게 됐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작게 하는 영화가 있다는 걸 그때 알게 됐고, 이런 영화가 늘어나야 나도 연기를 오래할 수 있겠구나 싶어서 참여하게 됐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그 중간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이런 고민이 <초미의 관심사>에 참여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예고편이 공개되고 “헐, 누가 저 두 사람(조민수와 치타) 돈을 떼먹고 도망가, 걔 큰일 났다.”는 반응이 많았다. 센 언니라는 대중의 반응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어릴 때에는 극에 나오는 여자의 직업군이 뻔했다. 일하는 여자라고 하면 기자나 의사가 전부였다. 이 시기가 지나니까 의상 디자이너도 나오고. 사회가 받아들이는 여자의 직업군에 일련의 변화가 있었다. 센 역할들을 연기하는 것도 재미있고, 여성 캐릭터가 이 정도는 확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많은 역할이 나오길 바라고. 일단 사람들이 날 안 건드리니까 편하다.(웃음)

<방법>과 <마녀>에서 맡은 인물이 비슷한 인물이지만 외형은 전혀 다르다.
<마녀>의 닥터 백이 무채색 옷에 흰머리를 드러낸 고학력의 캐릭터라면, <방법>의 진경은 화려한 옷차림에 짙은 화장을 한 무당이다. 두 캐릭터의 의상 아이디어는 직접 낸 건가. 아이디어를 먼저 내는 편이다. 닥터 백은 상류층이고 아픔을 모르는 사람이다. 그래서 마지막에 고민한 게 총 맞는 장면에서 어떻게 연기할까 하는 점이었다. 이 여자는 총을 맞으면 어떨까. 닥터 백은 남한테는 막 상처 내면서 자기 몸엔 바늘 하나 꽂혀도 난리 치는, 그런 사람일 거라고 상상했다. 그런 상류층의 세태를 보여주고 싶었다. 관객이 거기에 갑질 하는 상류층을 이입해서 막 욕을 하고 스트레스를 풀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막 욕하세요, 나한테’. 그래서 <마녀>에선 일부러 주근깨도 막 그리고 머리도 하얗게 했다. 나는 그 영화를 히어로물이라고 봤고, 악당 캐릭터가 선명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히어로물도 한국에 오면 보수적으로 바뀐다. 사람들이 외형을 무리하게 바꾸는 걸 싫어한다. 분장해서 보여줘야 제작진을 설득할 수 있다. 주근깨도 그려 넣고 컬러 렌즈를 끼고, 이렇게 하는 게 괜찮다는 걸 눈으로 보여줘야 설득되는 거다. <방법> 때도 무당 진경이라는 인물은 화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초록색 모피 코트 입고 빨간 립스틱 칠하고. 이런 부분도 볼거리의 하나로 얼마든지 시청자를 자극할 수 있는 요소다. 그래서 막 화려하게 입고 갔더니 제작진은 좀 두려워하더라. 그래서 “왜 이렇게 보수적이야? 내가 책임질게. 욕을 먹어도 내가 먹을게.” 그랬더니 감독님이 그렇게 가자고 하더라.(웃음) 나중에 감독님이 그러더라. “선배님이 ‘제가 책임질게요’ 해서 맡겼다고.” <초미의 관심사> 때도 아주 센 컬러의 옷을 입으니까 처음엔 다 안 된다고 했다.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막상 자기 일로 닥치면 보수적이 된다. 그래서 나는 컬러든 뭐든 보여줘서 설득한다. 욕을 먹어도 내가 먹어. 내가 책임질게. 그러는 거다.

※인터뷰 전문은 매거진 '빅이슈' 228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김송희
사진 김영배
비주얼 디렉터 박지현
스타일리스트 박선용, 이지현
헤어 조은혜
메이크업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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