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동네에서 정치를 움직이는 젊은 정치인들이 있다. 빅이슈는 젊은 정치인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젊치인 에이전시’ 뉴웨이즈와 함께, 기초의회에서 활동하는 젊은 정치인들을 만나 그들의 활동과 전망을 듣고 독자들에게 전하는 기획 연재를 진행한다. 그들의 정치에는 지역구와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민과 시행착오가 있어 값지다.

노원구의회 도시환경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노연수 의원의 일상은 ‘육각형’을 지향한다. 현장에서의 경청, 설득과 타협, 주민들과 가까워지기 위한 애쓰는 것까지. “힘들지만 보람이나 행복이 더 커서 고통스럽지 않다.”는 노 의원에게 어릴 때부터 자라온 동네에서의 정치와 삶은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 아이가 뛰노는 놀이터에서 영감을 얻어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뛰놀 수 있는 ‘통합놀이터’를 조성하고, 예술학도로서의 경험으로 예술인들을 지원할 방법을 찾는다. 무엇보다 ‘해왔던 대로가 아닌 해야 하는 대로 하겠습니다.’라는 선거 홍보문구가 현장으로 달려 나가는 동력이 되는 듯 보였다.


지난해 11월 통합놀이터가 노해체육공원에 개장되었다.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우선 부모님들이 굉장히 좋아해주셨다. 아이들은 사실 새로운 놀이터가 생기면 다 좋아한다.(웃음) 누워서 타는 시소, 마주 보고 타는 그네 등을 구민들이 더 반기시더라. 어린이들은 통합놀이터 구상 과정에 참여했었기에 친구들에게 “내가 이렇게 만들었다” 이야기도 하고, 지역에서 사랑받는 놀이터로 자리 잡아가는 듯하다.
구민들 사이에 공감대는 어떻게 형성했나.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아들이 어릴 때부터 놀이터를 너무 사랑했는데, 어느 날 제가 놀이터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둘러보니 장애아동이 없더라. ‘그 아이들은 어디서 놀까.’ 생각했다. 기초의원을 하면서 통합놀이환경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함께 살아가는 게 당연하다는 걸 구민들이 이해하시리라 생각했다. 노원에는 기존에 통합놀이터가 한 곳 있었고, 이번에는 어린이, 학부모님, 세이브더칠드런이 함께 놀이환경 전수조사단을 만들어 함께 시작했다. 같은 놀이터를 열 번 이상 가야 할 정도로 품이 많이 갔는데 기꺼이 시간을 내셨다.
어린이들과 함께하길 잘했다고 느낀 순간은?
발달장애 아동의 경우 본인의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고, 소통하는 어른은 대체로 부모님인 경우가 많다. 처음 전수조사단을 꾸릴 때 장애 당사자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어떤 놀이터가 되면 좋을지 스티커를 붙여 표현하는 워크숍 등을 진행했다. 부모님들께서 ‘정치가 직접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점을 의미 있게 보신 것 같다. 시민으로서 내 권리를 행사했다는 점, 그런 기회의 장을 연 것은 한국 사회에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이들이 놀이터를 직접 이용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기뻤다.
통합놀이터에 배치되는 놀이활동가는 어떤 일을 하나.
기존에 노원에 있는 통합놀이터에 광폭 미끄럼틀이 있다. 장애아동이 미끄럼틀을 타려면 보호자가 안고 타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놀기 위해서 인력이 필요한 것이다. 맞벌이 부모 같은 경우, “엄마, 나 놀이터에서 놀아도 돼?”라고 했을 때는 안 된다고 말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실외까지 돌봄을 확장하고, 아이들이 서로 어울려 놀 수 있는 콘텐츠를 제안하는 놀이활동가를 배치하고자 한다.
소속된 도시환경위원회에선 주로 어떤 안건을 다루나.
탄소중립, 재건축·재개발, 건축과 교통 등을 전반적으로 다룬다. ‘힐링 도시국’이라고 해서 공원 및 산과도 관련해 있어, 상임위 중 큰 예산을 다루기도 한다. 용적률, 행위허가 등 관련한 여러 공부를 하고 있다.
노원구가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탄소중립 선도도시로 선정됐다. 노원구의 주요 사업 계획은.
재건축·재개발도 탄소중립 차원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건축 분야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어떻게 감축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2025년은 환경부와 함께 1년간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게 되고, 실행은 2026년에 이루어진다. 건축 분야에서의 탄소배출을 줄이고 노원구에 있는 소각장에 대해서도 어떻게 탄소를 줄이고 에너지를 재생할 것인지도 같이 고민해보려 한다.
2022년 노원병 선거구의 ‘지방의원 출마자 공개 모집’ 현수막을 보고 정치인에 도전했다고.
처음 현수막을 봤을 때는 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노원구에 네다섯 살부터 살았고, 지역 활동을 열심히 해서 그런지 주변에서 추천을 받았다. 가족에게 허락을 받고(웃음) 도전하게 됐다. 의정활동 첫해에는 어려운 점도 많았다. 왜 그럴까 생각하니, 정무 감각이 전혀 없는 상태로 사안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미숙했던 것 같다.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점을 이제는 안다. 일이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사명감으로 바뀐 것도 큰 변화다.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고 공사 구분 없이 모든 걸 던져야 하는 일이 정치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현수막을 보기 전에는 정치를 어떻게 생각했나.
고2 때 정치가 꿈이었다. 복음자리마을을 조성한 고(故) 제정구 의원의 이야기를 접했고, 정치가 직접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후 노원구의 ‘청년 정치 아카데미’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조례가 무엇인지, 예산안은 어떻게 보는지를 익혔다. 지방자치가 피부로 느껴질 때쯤 기회가 주어졌던 것 같다.
노원구에 특화된 의정 전개를 위해 지키는 루틴은?
‘현장 민원실’에 거의 매주 참여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장소를 옮기면서 구민들을 뵙는데, 생각지도 못한 민원이 많다. 당장 해결될 수 있는 민원도 있고 긴 호흡이 필요하기도 하다. 간담회 등으로 소통도 하고. 노원구의 의원들이 꾸준히 해온 일이다. 구민분들은 민원을 언제든 얘기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시다. 더불어 노원구는 생활 체육 인프라가 잘되어 있다. 스포츠 클럽도 활성화되어 있어 자주 찾아뵙고 있다. 주말에 더 바쁘다. 배드민턴 초심자로 활동하고 있고, 무장애 길(보도환경) 조성을 위한 전수조사는 대학생들과 함께했다. 문화예술 활동 및 여성봉사단의 자원봉사에도 참여한다.
소액 대출, 예술인 복지 증진법 발의 등 경제적으로 빈곤층을 지원하는 정책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고도화된 다툼의 방식이 정치라 생각한다. 폭력적으로 싸우는 방식은 옳지 않지만, 싸움이 정치의 본질인 것이다. 여기에 자본주의라는 체제가 있고, 공동체 안에서도 약자들의 사각지대가 생겼다. 공동체를 이루어서 산다는 건 그게 우리에게 유리하기 때문인데, 그 약자들의 상황을 무능함, 개인의 잘못으로 탓하면서 보살펴주지 않는 것이 공동체가 지향할 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치가 다툼인 이유는 이들까지 대신해 싸우기 위함이다. 그런 사각지대에 대한 목소리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분들을 위해 싸울 사람은 없지 않나.
12월 3일 계엄 이후 민주주의를 어떻게 체감하나.
계엄포고령을 보면 지방의회까지도 다 중지시키는 내용이 있었다. 고민이 깊어졌는데, 〈민주주의의 정원〉(에릭 리우 ‧ 닉 하나우어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2017)을 다시 읽으면서 우리는 서로를 보살피고, 울타리가 되어주어야 함을 깨달았다. 거의 매주, 긴급한 상황에는 매일 나갔고 국민들께 깊은 감사를 느꼈다. ‘우리는 이런 세상을 원하지 않는다.’는 마음을 국민들이 보여주셨기 때문에 같이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은 귀가 얇은 게 좋을까?
그게 진짜 고민이다. 예를 들면 환경보호를 위해선 모두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지 않나. 텀블러를 사용하는 ‘제로 청사’를 만들자는 피켓을 들었던 적이 있는데, 한 분이 규제보다 인센티브가 더 나은 방식이라고 하셨다. 물론 저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혼자 내달리는 게 아니라 다른 의견도 포용하면서 균형을 잡을 수 있다고 본다. 어려운 지점이다.
젊은 정치인들이 현장에 있을 때 얻는 이점은?
젊다는 게 나이만을 뜻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민주당이 지역에서의 청년 공천을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권장하면서, 기대하는 키워드가 있다고 봤다.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혁신적일 것, 청렴할 것. 그런데 연령대가 높아도 혁신적인 분들은 충분히 혁신적이다. 키워드를 핵심으로 가져가야 할 것 같다.
2030은 동네의 정치에 관심이 덜하다. 어떻게 해야 내가 사는 동네의 정치를 재미있게 바라볼 수 있을까?
제가 반성해야 할 일이다. 기초의원들이 많이 뛰어야 한다. 대학생들과 활동할 때 대화해보면 구의원이라는 단어도 몰랐다는 분들이 많다. 당연하다. 저 역시 그랬고. 기초의원들이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더불어 정치를 하고 싶은 청년들이 내가 사는 동네에 대한 애정을 토대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봐야지’, ‘더 살기 좋은 공동체를 만들어봐야지’ 하는 욕심을 갖고 시작하면 좋겠다.
의원에 도전하는 후배들에게 ‘지덕체’가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추가되어야 할 것이 있다면?
정치를 시작하면서 제일 어색했던 게 악수 문화다. 악수하고 눈을 맞추는 일은 시간이 든다. 결국 발로 뛰어야 하고, 겸손해야 한다. 인사할 때 구민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그게 듣기 좋은 얘기가 아닐 수도 있다. 시민들과 친근하게 지낼 수도 있어야 하고, 진지할 줄도 알아야 한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 차별적 언동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표출되고 있다.
파시즘이 대두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제가 한강진에서 극우 집회를 바라보니,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고 분위기도 격했다. 전에는 그분들이 밉기도 했는데, 실제로 보니 그 마음이 사라지더라. 제가 더 나은 존재라서가 아니라, 모두 숨을 쉬고 있는 인간이라서다. 추운 날 고생하시는데 핫팩이라도 하나 더 드리고 자리도 양보하자 싶었다. “얼마나 고생이 많으세요.”라고 한마디 더 건네고. 그래야 혐오가 없어질 것 같다. 그럴 힘이 우리에게 분명히 있다. 응원봉을 든 분들이 혐오의 힘으로 광장에 나온 게 아니지 않나. 저도 만나는 당원들께 조금 참고 혐오의 말은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린다.
올해 집중하고 싶은 현안이 있다면.
지난해 ‘노원형 마이크로 크레딧’을 예산상의 이유로 실행하지 못했다. 50만 원, 더 이하의 소액도 못 갚는 분들이 많다는 기사가 계속 나온다. 소액을 무이자로 대출하는 것에 대한 복지를 우선하고 있다. 더불어 지역의 예술인을 육성하는 일과 탄소중립 선도도시 관련, 소각장의 에너지를 재생산하는 방법을 논의하고자 한다. 전기 생산을 하거나 열분해로 기름을 만드는 방법 등 어떻게 접목할지가 관건이다. 마지막으로 창동차량기지 일대에 ‘서울 디지털바이오시티’를 조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 왜 노원이 그 거점이 되어야 하는지 알리는 데 주력하고자 한다.
노원구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을 소개한다면?
수락산의 무장애숲길을 소개하고 싶다. 자연은 힐링과 재충전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장애 당사자에게는 문턱이 높게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다. 무장애숲길은 유아차로도, 휠체어로도 이동이 가능하다. 조성 예정인 ‘서울어울림체육센터’는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이 된다. 인권에 특화된 공간으로 알려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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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소연 | 사진. 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