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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5 컬쳐

오후의 리뷰회 - 패드와 함께하는 즐거운 게임 생활

2024.07.25

글. 오후

초등학교 5학년 때에 첫 컴퓨터가 생긴 이후부터 스무 살이 되기 전까지 내 인생의 상당 부분은 게임이 함께했다. 특히 고등학교 1, 2학년 때는 밤새 게임을 하고 학교에서는 숙면을 취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 그 열정으로 운동이나 악기 같은 취미 생활을 했다면 지금의 삶이 훨씬 더 윤택해졌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그 시절로 돌아간다 한들 또 게임을 할 것 같기 때문에 그런 후회는 하지 않기로 했다.

대학에 들어간 뒤에는 거짓말처럼 게임을 잊고 살았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게임을 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자 이 생각은 일종의 죄책감으로 변했다. 게임을 안 한다고 죄책감을 느낄 것까지 있나 싶겠지만 나름 이유가 있다. 일전에 한번 이야기했듯이 세계 게임 시장의 한 해 규모는 200조가 훌쩍 넘는다. 참고로 전 세계 음악 시장과 영화 시장을 합쳐도 100조가 채 되지 않는다. 물론 시장 규모가 작다고 영향력이 작다는 의미는 아니다. 세계적인 영향력을 따지자면야 게임보다는 여전히 영화나 음악이 여전히 더 크겠지. 하지만 어쨌든 게임 시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며 누군가의 삶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게임 불안증

그리고 시장에 돈이 돈다는 것은 그만큼 재능 있는 사람들이 몰린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당대의 재능 있는 사람들 중 많은 수가 (그게 예술적인 부분이든 기술적인 부분이든) 게임을 만들고 있다. 그러니 콘텐츠를 업으로 삼은 나 같은 사람에게 게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언가 시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주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만 하다가 1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게임을 다시 시작했다. 모든 취미 생활이 그렇듯이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장비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으로도 많은 게임을 할 수 있지만, 작은 화면은 적성에 맞지 않아서 다른 게임들을 찾았다.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 닌텐도 같은 게임 전용 콘솔을 살까 했지만 무얼 살지 고르지 못해 일단 컴퓨터로 하기로 했다. 다행히 영상 편집용으로 사용하는 적당한 성능의 컴퓨터가 한 대 있었기 때문에 돈은 들지 않았다. 물론 칼을 뽑은 김에 무라도 썰기 위해 게임패드를 하나 구입했다. 손에 패드 정도는 쥐어야 주변에서도 게임 좀 한다고 하겠지.

오늘 추천할 작품, 아니 제품은 바로 이 ‘게임패드’다. 컨트롤러나 조이스틱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게임을 사용할 때 쓰는 전용 입력장치를 뜻한다. 빅이슈에서 적당히 사진을 넣어줄 테니 바로 알겠지. 내가 구입한 제품은 ‘X‒box 4세대 컨트롤러’지만, 컴퓨터와 호환된다면 어떤 회사의 제품이든 크게 상관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게임을 패드로 하든 키보드 & 마우스로 하든 게임 자체가 달라지진 않는다. 어차피 게임은 똑같고 입력 방식만 다르다. 하지만 이 작은 차이가 게임 몰입에 극적인 차이를 만들어낸다. 게임을 한번 각 잡고 해보겠다는 내 태도의 변화가 가장 큰 이유겠지만, 어쨌든 패드로 게임을 한 이후 게임에 대한 몰입이 한층 높아졌다. 처음에는 하고 싶은 게임이 우선이고 패드 지원 여부는 부차적인 것이었는데, 이제는 패드를 지원하지 않는 게임은 시작을 하지 않을 정도로 패드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새로운 체험의 탄생

모든 콘텐츠가 그렇듯이 게임은 새로운 체험을 제공한다. 단순히 대체해준다는 의미가 아니다. 우리는 전쟁을 할 수도 없고 마피아가 될 수도 없다. 스파이더맨이 되어서 줄을 탈 수도 없고 도굴꾼이 되어서 숨겨진 보물을 찾을 수도 없다. 하지만 게임에서는 가능하다. 그리고 같은 체험을 하더라도 실제로 하는 것과 게임으로 하는 것은 또 다른 상황을 제공한다. 그래서 축구 선수도 축구 게임을 하고, 레이싱 선수도 레이싱 게임을 한다. 그 둘은 전혀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게임을 하자. 게임을 끊고 싶지만 중독되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 진취적으로 해보자. 물론 이러나저러나 게임을 하며 시간을 죽이는 결과는 같겠지. 하지만 태도가 달라지면 게임도 단순히 시간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이해하는 창이자 인생의 스승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당대 최전선의 문화예술을 즐기지 않는 것은 적어도 문화인을 자부하는 이에게는 직무유기가 아닐까?

… 하는 얄팍한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다시 게임을 하러 가보겠다.

추천: 게임패드

가격: 3~10만 원

접근성: ★★★

체험: ★★★★

주위에서 한심하게 보는 정도: ★★★


오후(ohoo)

비정규 작가. 세상 모든 게 궁금하지만 대부분은 방구석에 앉아 콘텐츠를 소비하며 시간을 보낸다. 〈가장 사적인 연애사〉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등 여섯 권의 책을 썼고 몇몇 잡지에 글을 기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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