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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25 커버스토리

파괴적 아름다움 - 〈러브 라이즈 블리딩〉 로즈 글래스 감독

2024.07.15

로즈 글래스 감독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압도적인 서스펜스와 광기를 담아낸 장편 데뷔작 〈세인트 모드〉로 유수의 영화제에 노미네이트되며 신예 감독의 탄생을 알렸던 로즈 글래스 감독이 두 번째 장편영화 〈러브 라이즈 블리딩〉으로 돌아왔다. 할리우드의 세대교체를 알리는 90년대생 감독으로 주목받고 있는 로즈 글래스는 익숙하고도 낯선 1980년대의 광활한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여자의 미친 사랑과 파괴적인 욕망 그리고 피비린내 나는 복수를 그만의 반항적이고 섬세한 시선으로 탐구한다. 북미 개봉 전 진행된 로즈 글래스 감독의 공식 인터뷰를 아래에 옮긴다.


정리. 김윤지

〈러브 라이즈 블리딩〉을 구상하게 계기가 있나요?

데뷔작 〈세인트 모드〉를 완성하고 나니, 뭔가 다른 것을 시도해보고 싶었어요. 명확한 스토리를 떠올린 건 아니었지만, 이전에 해본 적 없는 장르나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위험부담이 있는 이야기를 시도해보고 싶었죠. 멜로드라마 같지만 폭력적이고, 폭탄 같으면서도 정말 재밌는 이야기를요. 〈세인트 모드〉는 제가 혼자 썼는데, 이번에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 싶어서 영화 학교 동기인 작가 겸 감독 베로니카 토필스카와 팀을 만들었어요. 평소에 서로의 각본을 읽는 친한 친구 사이라, 재미있는 작업이 될 거라 생각했거든요.

보디빌딩의 세계를 배경으로 설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일단 보디빌딩이라는 소재 자체가 매력적이었고, 여성 보디빌더의 이야기를 쓰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몸을 가지기 위해 갖춰야 하는 자질이나 해야 하는 훈련, 가지고 있는 강박들이 심리적으로 흥미로워 보였어요. 이들의 이런 특성이 결국 타인의 삶과 어떻게 충돌하는지, 혹은 흘러넘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에 관심이 있었죠. 보디빌딩은 무질서하면서도 아름다워요. 운동이면서 공연 예술이기도 하죠. 엄청난 육체 훈련이 필요한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찰나 같은 짧은 시합을 위해 탈수증에 시달리고 육체적으로 허약해져 있거든요. 힘과 근육을 키우는데 사실 아름다움이 목적이고요. 이 모순이 흥미로웠어요.

잭키 역의 케이티 오브라이언은 보디빌딩과 연기 경력을 모두 갖춘 배우죠. 흔치 않은 경력의 배우를 찾았을 때의 소감이 궁금한데요.

케이티는 경이로운 배우예요. 처음 해보는 장르이고, 연기 경험치가 엄청난 크리스틴과의 극적인 장면이 많은데도 정말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죠. 강도 높은 촬영을 하면서 실제 보디빌딩 대회를 준비하는 것처럼 훈련도 병행했고요. 실제로 잭키처럼 할리우드가 아닌 곳에서 열정을 가지고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왔던 사람이라 잭키를 더 완벽하게 표현해낸 것 같아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가 케이티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강인함뿐만이 아니라, 이면의 부드러움과 연약함, 섬세함을 표현해낼 줄 아는 배우이기 때문이에요. 영화의 두 캐릭터 모두 이런 모순적인 요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러브 라이즈 블리딩> 스틸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역할로 점찍었다고 하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언제나 크리스틴이 누아르물 속 과거에 쫓기는 골초 안티히어로를 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각본을 집필하는 굉장히 이른 단계부터 루는 크리스틴이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정말 잘 어울려서 그동안 이런 역할을 더 많이 맡지 않은 게 놀라울 정도예요.

영화 곳곳에서 1980년대 미국의 흔적들이 엿보이기도 하던데요.

이야기가 조금씩 구체화되면서부터는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엔 사실 겁도 나고, 주저하기도 했죠. 두 번째 영화는 미국에서 찍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게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베로니카와 제가 만든 스토리와 캐릭터를 생각해보니, 이게 맞겠다 싶었어요. 미국을 배경으로 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다양한 장르의 1980년대 미국 영화를 응용했는데, 80년대 미국이라는 시공간이 신화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 시대 영화는 수많은 작품들에 영향을 줘서 우리의 집단의식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그곳 출신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친숙하게 느껴지죠. 이런 장르의 몇 가지 특성을 취해 진부함을 향해 달려가는 동시에 흥미로운 방식으로 그걸 뛰어넘거나 전복하는 데 큰 재미를 느꼈어요.

〈러브 라이즈 블리딩〉을 퀴어 러브스토리라고 정의할 있을까요?

저는 절대 이 영화를 두 주인공이 퀴어라는 사실을 다루는 영화로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그들은 그냥 그렇게 타고난 사람들이에요. 커밍아웃이나 우리에게 좀 더 익숙한 퀴어들의 이야기를 다룬 훌륭한 영화들은 많지만,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그런 게 아니었어요. 루와 루의 아버지의 역학 관계를 쓸 때, 이미 그 안에 퀴어성은 자연스레 들어가 있었어요. 그냥 제 캐릭터들이 퀴어일 뿐인 거죠. 루는 아버지와 사이가 나쁘고, 아버지를 미워하지만, 그건 루가 아버지로부터 자신의 성정체성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에요. 로맨스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여러 측면에서 익숙한 것은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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