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황소연 | 사진. MBC·KBS 방송화면
<멱살 한번 잡힙시다>와 <원더풀 월드>는 모두 불륜과 살인 사건이 극 중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프로멱살러’라는 수식어로 알려진 기자 정원(김하늘), 유명 작가이자 심리학 교수인 수현(김남주)이 이 사건의 중심에 있고, 이들이 가진 사회적 지위와 행복, 안정이 무너지게 된다.
특히 이들이 가진 사연은 인간관계 사이에서 벌어지는 개인적 갈등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의미를 갖는다. 정원은 기자라는 직업적 활동 안에서 국회의원, 언론인들의 유착관계를 비롯한 사회의 부패를 고발한다. ‘나쁜 놈’의 멱살을 잡는 게 그의 일이다. 작가와 교수로서의 명예를 갖고 있던 수현은 아들의 사망에 연관한 남자를 살해하고 교도소 복역을 마친다. 두 사람 모두 대중의 인기를 얻지만, 한 인간으로서는 위험에 빠진다.
두 드라마 모두 추적과 스릴러라는 장르적 특성을 공유한다. 드라마 진행 초반인 아직까진 사적 응징과 공적 보도가 주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두 드라마 모두 ‘사이다’ 서사에 필요한 조건이 겹친다. ‘세컨폰’이나 외도를 촬영한 사진을 통해 배우자의 불륜을 알게 되는 것, 주인공뿐 아니라 다른 인물들에게도 미행과 해킹이 일상이라는 것, 이것이 결국 복수와 함께 기업, 정치인 같은 거대 ‘빌런’과 연결됨을 암시한다는 점이 그렇다.
‘나쁜 놈’들을 응징한다는 점에서 두 드라마는 비슷하다. 앞으로의 남은 회차에서 <원더풀 월드>는 법이 아닌 사적 응징을 한 수현이 법의 심판이 아닌 또 다른 영향을 받게 될 것인지, 공식적인 방법으로 ‘나쁜 놈’의 멱살을 잡아온 정원이 사적 응징에 손을 뻗게 될지 지켜보는 것이 한국 드라마의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