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홍춤영’ 개최기 (1)'에서 이어집니다.

<탱고 다이어리>(2020) | 11월 1일

ⓒ 영화 <탱고 다이어리> 스틸

영화의 감독 ‘사브리나’는 탱고에 푹 빠졌다. 탱고 대회에 출전할 정도이다. 그러나 대회에서 예선 탈락의 쓴맛을 보고, 패인을 분석하며 스스로의 내면과 탱고가 자신에게 준 것들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탱고를 통해 자신을 드러낼 용기를 채워가는 감독의 성장기를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만약 지금 탱고를 추고 있는 관객이라면 지금보다 젊은 얼굴로 등장하는, 지금도 활발히 홍대 탱고 신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보는 일 또한 재미 요소일 것이다.

<공작새>(2022) | 11월 8일

ⓒ 영화 <공작새> 스틸

댄스대회 상금으로 성전환수술 비용을 마련하려 한 왁킹댄서 신명. 하지만 자신만의 컬러가 없다는 이유로 수상에 실패한다. 바로 그날 자신을 인정하지 않아 연을 끊고 살았던 아버지 덕길의 부고 전화를 받게 되고, 장례식장을 찾은 명은 덕길의 유언을 전해 듣는다. 바로 호창농악 전수자인 덕길의 49재 농악 추모굿에 참여하면 유산을 물려주겠다는 것. 하지만 호창농악 보존회와 마을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를 들며 명의 참여를 반대하는데… 명은 추모굿을 올리고 성전환수술 비용을 마련할 수 있을까?

보너스

아쉽게도 이번 영화제에 함께 하지 못하는 작품 세 편도 함께 소개한다. 배급사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든지(꿀팁: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웹사이트 kobis.or.kr에서 영화 제목을 검색하면 배급사 정보를 알 수 있다) 상영료를 너무 높게 부른다든지 해서… 그렇게 됐다. 홍대의 대표적인 소셜댄스 장르로 스윙, 살사, 탱고가 꼽히기에 세 장르와 관계된 영화가 각각 한 편 이상 포함되길 바랐는데, 결국 스윙에 대한 영화는 소개하지 못하게 돼 특히 아쉽다.

<탱고 레슨>(1997)

ⓒ 영화 <탱고 레슨> 스틸

파리의 극장에서 탱고 공연을 보고 매료된 샐리(샐리 포터)는 공연이 끝난 뒤 남성 댄서 파블로(파블로 베론)에게 찬사를 건넨다. 대화를 나누던 그들은 ‘탱고 레슨’을 진행하기로 하는데, 레슨이 진행될 때마다 샐리의 춤 실력도 둘의 관계도 달라진다. 어떨 때는 연인같이 다정하다가 뚜렷한 이유 없이 차갑게 멀어지는, 특히 무대에서 혹독하고 이기적인 파블로에 휘둘리며 샐리는 혼란스럽다. 그러던 중 샐리가 대자본의 투자를 받기 위해 작업하던 시나리오를 접고 탱고에 관한 영화를 만들기로 하며 관계의 역학이 바뀌는데…. 파리와 부에노스아이레스, 런던을 넘나들며 다양한 탱고 음악과 춤을 보여주는 영화는 눈과 귀를 즐겁게 할뿐만 아니라 탱고의 본질과 ‘리드와 팔로우’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인 더 하이츠>(2021)

ⓒ 영화 <인 더 하이츠> 스틸

미국 속 작은 도미니칸 리퍼블릭이라 불리우는 뉴욕의 워싱턴 하이츠. 그곳에 사는 우스나비(안토니 라모스)에겐 꿈이 있다. 바로 도미니카 해변에 아버지의 상점을 다시 여는 것. 고민도 있다. 어린 시절부터 좋아한 친구 바네사(멜리사 바레사)가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다운타운으로 터전을 옮기려는데, 아직 데이트 한 번 제대로 못 해본 것. 보다 못한 그의 사촌이 나서고, 바네사는 우스나비에게 파티의 동행을 권하는데…. 파티에서 펼쳐지는 춤의 향연을 보고 나면 당장 살사, 바차타 강습을 신청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스윙 랑데뷰>(2023)

ⓒ 영화 <스윙 랑데뷰> 스틸

파리에 사는 테오도르(제롬 베리)는 아망딘에게 첫눈에 반한다. 마음을 얻고 싶던 차 두 사람이 동시에 들으면 즉시 서로 사랑에 빠진다는 마법의 곡의 존재를 알게 된다. 하지만 뉴욕의 1920년대 재즈 음악가가 작곡했다는 정보뿐, 행방은 묘연하다. 무작정 악보를 찾아 뉴욕으로 떠나는 테오도르. 그렇게 영화는 재즈 음악과 스윙댄스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제19회 제천국제영화제 ‘시네 페스타’ 섹션에서 상영됐다.

소개

최서윤
재미있고 의미도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게임 <수저게임>, 영화 <망치>를 만들었다. 저서로 <불만의 품격>, <미운청년새끼>(공저) 등이 있다. 인스타그램 @monthlying

글. 최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