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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307 인터뷰

<한동일의 공부법 수업> 작가 한동일 (2)

2023.09.26

이 글은 '<한동일의 공부법 수업> 작가 한동일 (1)'에서 이어집니다.

<한동일의 공부법 수업> 작가 한동일

타인이 나보다 행복할 것이라는 짐작은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요?
저는 무의식에서 비롯되는 행동은 거의 없다고 봐요. 무의식에서 출발한 행동은 다른 말로 ‘습관’이죠. 전 또한 우발적인 범죄는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물리적인 반응을 한다는 건 내면에서 스스로 끊임없이 생각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판사님들을 만나면 전 항상 말해요. 우발적인 범죄는 없다고요. 우리 일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의식이 모여서 행동이 돼요. 그럼 나의 무의식을 어떻게 잘 만들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죠.

쉬운 선택을 하지 말라고 말씀하셨고, 아픔을 마주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하셨지요. 그러기 위해선 우리에게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어려운 선택을 시도할 수 있을까요?
많은 이들이 이미 어려운 선택을 하고 있어요. 퇴근 후 힘들어서 누워 있다가도 다음 날 출근을 하잖아요. 쉬운 선택은 별로 하지 않아요. 근데 거기에서 한 번 더 어떤 것이 나의 삶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이득이 될지 생각해보면 돼요.

어려운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늘 나는 한 게 없어.라고 자학하기도 합니다.
저도 그런 면이 있긴 한데요. 현대의 문제인 것 같아요. 우리에게 멈춤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고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저도 그게 잘되지는 않아요.(웃음)

잘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절대적 한계를 많이 느껴요. 다른 사람들은 제가 무언가를 이뤘다고 말하지만 저는 그게 이룬 거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늘 목말라하고,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 <지능의 역설>, <천재에 대하여> 같은 책을 읽고 있어요.

최근 작가님의 기도 주제 중 평소와 다른 것이 있으셨나요?
어떤 날은 너무 마음이 아플 때가 있어요. 그 우울한 마음을 분석하는데요. 사람 사이에서 문제가 있지도 않았고 신경정신과에서 검사를 받아도 특별한 결과가 나오진 않았어요. 그러다 알게 된 건데, 우리가 요즘 ‘연결된 고통’이라는 표현을 쓰잖아요. 어떤 행위나 사회적 사건을 내가 직접적으로 경험한 건 아니지만, 그들과 내가 연결되었다고 느끼는 거죠. 연결된 고통은 또한 연결된 기도를 요구해요. 연결된 연대와 사랑을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식이 내가 그분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일이에요. 누군가 힘든 상황에 있다면 거기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 그 힘듦을 우리가 같이 공유하고 인식하려고 하고 있다는 게 필요해요.

오차 범위를 넓히기 위해 공부한다고 하셨는데, 그 안에서 작가님께서 시도하고 싶으신 일이 뭔지 궁금합니다.
깊은 공부를 하다 보면 오차 범위가 넓어지는데, 그럼 좀 더 인정할 수 있는 게 많아져요. 그래서 한편으로 나이를 먹는 건 반드시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근데 지금 우리 사회는 오차 범위가 너무 협소하니까 힘든 거죠.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이 들 때 빨리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저는 기본적으로 모든 선택은 옳다고 생각해요. 뉴스를 보면 미혼모나 젊은 친구들이 아이를 낳고 살해하거나 유기하는 사건이 나오잖아요. 사람들은 지탄하죠. 저는 그들이 알고 있는 선택의 기준에선 그게 최선이었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루트나 정보망을 통해서 그게 제일 나았을 거라는 선택이잖아요. 대신 사회는 그들에게 진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어요. 쉬운 선택을 하지 말라는 건, 내가 선택한 수많은 습관이 태도가 되기 때문에 훈련이 필요하다는 뜻이에요. 2~30년 뒤 후회할 선택을 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많은 책을 쓰시면서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요?
무척 아픈 질문이에요. 저는 그렇게 사교적인 사람은 아니거든요. 진공관 같은 데에 스스로를 가두고 공부하는 사람이었어요. 근데 이제 책을 통해서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세상 사람들에게로 나를 드러내고 끄집어내지는 경험을 해요. 저는 제 정체성을 동네 아저씨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요. 그 동네 아저씨가 세상에 나오는 듯한 기분은 들어요. 그 상황에서 어떻게 내 스탠스를 유지할 것인지가 숙제죠.

동네 아저씨로서 같이 살아가는 이웃 시민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사람들이 저에게 성공했다고 말하는 게 무서웠어요. 저는 행복하지 않고 외롭거든요. 성공이라는 개념이 바뀌어야 해요. 지금 한국 사회가 어려운 숙제를 맞이했다고 보는데, 무엇이 성공인가를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 온 것 같아요. 먹고사는 것보다 더 어려운 숙제를 해야 하는 거죠. 한편으론 기뻐해야 해요. 우리가 그 숙제를 맞이할 만큼 한 단계 올라선 거니까요.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달고 맛있죠. 그런데 그 후엔 갈증이 나서 반드시 물을 마셔야 해요. 지금 우리가 그 상태예요. 전 가끔 그런 비유를 해요. 우리가 원래 금을 갖고 있었어요. 근데 금을 팔아서 은을 샀고, 그 은을 또 팔아서 동을 샀다고요. 한 가지 조심해야 할 건 있어요. 과거가 지금보다 더 인간적이고 도덕적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늘 그렇지만은 않거든요. 우리 뇌가 과거를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물론 과거가 가난하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인간적인 어떤 면은 있었을 거라는 건 맞을 거라고 봐요. 우리가 잃은 게 뭔지를 생각해야 하고, 동시에 우리가 무엇을 지향점으로 삼고 싶은지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글. 황소연 | 사진. 김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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