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반지하 SOS ― 재난에 잠기지 않는 집에 살 권리 (1)'에서 이어집니다.
필요한 것은 ‘생색’ 아니고 ‘생존’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연립/다세대 주택(20~40㎡)의 평균 보증금은 지하 층이 7600만 원인 것에 비해 지상층은 1억 7800만 원으로 1억 원이나 비쌌다. 1억 원이라는 차이는 결코 가난한 개인이 자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차이가 아니다. 문제는 서울시가 이런 현실적 한계에 직면한 반지하 거주자들에게 월 20만 원을 2년 지원하는 주거지 대책만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 20만 원으로 지상으로 올라가기 어렵고, 올라간다 해도 2년 뒤에 다시 반지하나 고시원, 쪽방 등으로 가야 한다는 것인가. 반지하에 살던 사람들과 그와 같이 열악한 집에 살던 사람들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어 무례하기까지 한 대책이다. 반지하를 비롯해 열악한 주거지에 거주하고 있는 취약계층 전반이 겪는 주거 품질과 주거비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계속해서 부재하다. 재난불평등추모행동을 비롯하여, 주거시민단체에서는 주거취약계층의 재난 위험 근본적 해결을 위한 10대 정책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주거취약계층의 재난 위험 근본적 해결 위한 10대 정책과제'
하나. ‘종합부동산세법’과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을 통한 재원 확보로 중앙정부의 주거복지 예산을 대폭 증액하라.
둘. 정부는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분양전환주택, 전세임대 등 공공성이 낮은 주택을 공공임대 재고율에서 제외하고, 윤석열 정부 임기 내 20년 이상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을 10% 이상으로 확대하라.
셋. 부담 가능한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위해 중앙정부의 일반회계 지원 비율 확대하라.
넷. 주거빈곤·저소득 가구를 중심으로 공공임대주택 공급 우선순위 재설정하라.
다섯. 서울시는 SH공사 매입임대 공급 후퇴 계획을 철회하고, 주거취약계층 위한 생활권 내 매입임대 공급을 확대하라.
여섯. 용산정비창 등 도심 내 공공택지 민간 매각 중단하고 자치구별 의무공급 비율 목표 설정하여 도심 공공택지에서의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라.
일곱.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에서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비율을 상향하라.
여덟. 건강과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주거·안전에 대한 기준을 강행 규정화하고 주거품질을 제고하기 위한 관리·감독 법제화 및 관련 인력과 예산 지원에 나서라.
아홉. 주거급여 대상을 기준중위소득의 60%로 확대하고, 아동·청년 등 미래세대에 대한 주거비 지원을 강화하라.
열.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주거복지 전달체계 개선 위한 주거복지센터 설치를 전국으로 확대하라.

나는 여전히 반지하에 물이 차올랐던 여름밤에 갇혀 있다. 내가 마주하는 주거불평등의 무게가 버겁다. 불평등으로 인해 스러지는 삶의 크기에 비해, 나라는 개인은 몹시 힘없고 보잘것없음에 순간마다 슬픔이 차오른다. 고작 한 달 전의 참사마저 잊어버렸는지, 가난한 자들에게 안전하고 저렴한 집을 보장하기 위한 고민은커녕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30% 삭감하겠다는 정부, 반지하를 없애고 도시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서울시의 결정 하나하나가 개탄스럽다. 재난불평등 참사로 인해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모독이다. 그러나 이 모욕감을 이겨내고, 반드시 쟁취하고야 말 주거권을 그려본다. 분노와 슬픔을 느끼는 나 하나는 작지만, 이에 함께 공감하고 서로를 위로하는 시민들이 모인다면 함께 만들 수 있는 변화는 분명 다를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반지하를 몰살시키는 개발이 아니다. 개발주의를 내세우며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이 존재할 자리를 없애버리는 지금, 불평등이 곧 재난임을 잊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재난에 잠기지 않는 집에 살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가 필요하다. 집은 인권이다. 주거권은 생명권이다.
참고자료
“올라가고 싶지만”…지상으로 가는데 1억 원 (kbs.co.kr)
“반지하라고 다 같은 반지하 아냐, 차별화 필요” (kunews.ac.kr)
글. 지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