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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82 에세이

홈리스가 겪는 진정한 두려움 (2) ― 우리는 유령이지만, 무섭지 않습니다

2022.09.12

'이 글은 《빅이슈》 215호에 실려 있습니다.'

우리는 유령이지만, 무섭지 않습니다 (By Stefani Echeverría-Fenn)

ⓒ unsplash

트라우마가 세대를 거쳐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뱃속에 있을 때 엄마가 물로 인한 공포를 느꼈다면, 아이도 후생유전학적으로 물을 무서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과학적인 접근 전에, 지구상의 거의 모든 문화에는 유령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저는 10년 전, 오랜 홈리스 생활에서 가까스로 벗어났어요. 2010년의 오클랜드 주변은 1인실을 임대할 때 신용조회가 필요 없었고, 임대료도 800달러로 저렴했습니다. 저는 여전히 그곳에 살고 있고, 제가 만약 열 살만 어렸더라면 여전히 홈리스로 살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포스트-젠트리피케이션(구도심이 번성하여 근로자층 주거지가 중산층에 의해 대체되는 현상)으로 인해, 지금은 제가 사는 집과 똑같은 집들이 무려 2500달러 이상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 돈은 집 없는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금액입니다. 우리 같은 장기 세입자를 내보내고 임대료를 올리려는 집주인들의 속셈인 거죠.

ⓒ unsplash

홈리스로 지냈던 몇 년 동안, 저는 제 자신을 유령으로 느꼈습니다. 길을 걷다가 제 옆을 서둘러 지나가는 이들에게 제 자신은 ‘보이지 않는 유령’이었던 거죠. 그들은 저를 사람으로 본 것이 아니라, 문제를 일으킬지도 모를 위협으로 본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부유한 집주인이 절대 추방할 수 없는 유령 같은 존재들입니다. 우리 지역사회에서 떠나기를 거부하고 계속 머무르며, 폭력의 역사를 잊지 않고 있죠. 흑인들을 ‘유령’이라고 칭하던 백인 우월주의의 잔재 역시 폭력입니다. 그리고 부동산 산업이 흑인들이 거주하던 이 지역을 ‘특정 경계지역’으로 제한했던 인종 차별적인 기록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부도덕한 집주인들이 우리를 쫓아낸 건물 주위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선조의 영혼이 여전히 머무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상류사회에서라면 잊힐지도 모를 역사를 보여주는 공동체입니다. 만약 우리가 유령이라면, 우리는 신성한 존재일 것입니다.

빅이슈코리아는 INSP(International Network of Street Papers)의 회원으로서 전 세계의 뉴스를 전합니다.


글 Andy Pope, Stefani Echeverría-Fenn
일러스트 Enera Wilson
번역 최수연
기사제공 INSP.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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