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녀사냥 2022> 티빙 방송화면
다른 사람의 연애 고민을 한 번쯤 듣게 되는 일상적인 공감대를 가져오는 게 <마녀사냥 2022>의 장점이다. 대신 과제도 생겼다. 시즌 1이 방영된 7년 전과 달리 연애 관계에 기반 한 관찰 프로그램이 여럿 생겼다는 점이다. 이번 시즌에서 김이나, 비비, 신동엽, 코드 쿤스트까지 MC들의 성비와 연령대를 고르게 맞춘 건 여타 예능 사이에서 분명한 경쟁력을 가진다.
<마녀사냥 2022>는 3회까지 ‘누구나 처음은 있다’, ‘FOX 주의보’, ‘애인이 아닌 사람들’과 같은 주제를 다뤘다. 플러팅, FWB(Friends with benefits)처럼 최근 몇 년간 SNS나 데이팅 어플을 통해 확산된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첫 섹스나 자위에 대한 MC와 게스트들의 솔직한 의견과 경험, 질문이 오간다. 출연자들은 각각의 사연에 진지한 조언을 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 <마녀사냥 2022> 티빙 방송화면
연애 예능에서 이런 깊이도 가능했나, 다시 보게 되는 장면들도 있다. 시그니처인 ‘그린라이트를 켜줘’와 관계 개선과 진전을 위한 조언 코너 ‘로멘트를 써줘’에선 로맨스를 위한 코칭과 상대방의 플러팅을 거절할 수 있는 방법, 연인에게 섹슈얼함이 느껴지지 않을 때의 대처법 등,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경우와 의견이 나온다. 일례로 ‘원나잇’은 마음이 없는 사이에서만 가능한 것이고, ‘커플’이 되는 건 사랑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인식에 갇히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데이팅 어플로 만난 상대에게 섹스 파트너 이상의 관계를 기대하는 상황 등도 이야기된다. 호감이나 관심은 결국 연애로 연결된다는 보편적인 고정관념은 관계와 심리에 대한 논의 안에서 힘을 잃는다. 이런 순간들은 <마녀사냥 2022>가 애정의 정도를 판단하는 장을 넘어 인간관계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는 공간으로 보이게 하고, 촘촘한 킬링 포인트를 만든다.
또 다른 의의가 있다. 섹스나 자위, 콘돔, 러브젤, 피임약, 가다실, ‘선섹후사(선 섹스 후 사귐)’ 같은 말들이 비유나 CG 등의 방식 대신 단어 그 자체로 자유롭게 통용된다는 점이다. ‘섹스’를 큼지막한 자막으로 보는 건 깻잎논쟁의 지리멸렬함보다 통쾌하다.
티빙에서 시청 가능
글. 황소연
사진. 티빙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