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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80

농사가 불가능한 땅이 늘어나는 이유 ― 인도 카슈미르가 겪고 있는 기후 재난

2022.08.01

인도 북쪽 카슈미르(Kashmir) 지역에 발생한 폭염은 이곳 농업 사회에 불어온 재난을 대변하고 있다. 에메랄드빛 강과 초목이 무성한 언덕으로 유명한 이곳은 올해 기후변화로 인한 열기로 휘청거리는 중이다. 강도 높은 폭염은 용수로 대부분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이미 분쟁으로 황폐화된 지역을 농업 위기로 또 한 번 혼돈에 빠뜨리고 있다.


뭄타자 바노 씨(가운데)가 카슈미르 남부의 한 마을에서 다른 여성들과 함께 밭을 갈고 있다.
초목이 무성한 녹색 언덕으로 유명하던 이 지역은 폭염으로 메마른 황무지가 되었다.

농사를 짓는 굴람 모하마드 미르(Ghulam Mohammad Mir) 씨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는 카슈미르 중심 간데르발(Ganderbal) 지역에 있는 2에이커[1] 크기의 땅에 파종하기 위해 몇 개월 동안 힘겹게 버텼지만, 맹렬한 열기와 물 부족으로 토지는 척박해졌고, 그간의 노력이 허사가 되고 말았다고 한다.

“기온이 37℃까지 올랐다. 이런 폭염은 카슈미르에서는 흔치 않다. 보다시피 땅이 황폐해졌고, 씨를 뿌렸다면 새싹이 채 트기도 전에 바싹 말라 죽어갔을 것이다.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받아둔 빗물도 거의 동났다.”

50대 후반인 그는 어릴 때부터 농사를 지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한 가뭄은 겪어보지 못했다. 미르 씨는 용수로가 마른 적이 이전에 단 한 번도 없었는데,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비가 오지 않아 지금처럼 말라가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후 4일간 폭우가 쏟아지더니 갑자기 기온이 15℃까지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겨우 일주일 만에 기온이 다시 급등해 37℃까지 올라갔다. 농사지을 용수를 앞으로 어떻게 조달해야 할지 모르겠다. 맹렬한 열기로 논밭이 타 들어가고 있고, 우리 농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미르 씨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설명했다.

[1] 2에이커 = 8,094㎡ = 2,448평

굴람 모하마드 미르 씨는 카슈미르 중부 간데르발 지역에 위치한 2에이커의 땅에 논농사를 짓고 있다.
미르 씨는 이 땅이 장기간의 폭염으로 척박하게 변해 지난 몇 달 동안 들인 노력이 허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폭염 혹은 폭우, 극단으로 치닫는 날씨

지역 농업 대학교에서 연구해 발표한 〈카슈미르 계곡의 기후변화 전망〉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잠무(Jammu)와 카슈미르 지역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며 2030년까지 우천 일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1970년대를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연간 기온 상승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SRES[1]에서도 이 지역의 연간 최고기온과 최저기온의 폭과 강수량이 늘어나는 추세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 지역은 비정상적인 강수량 패턴을 보이고 있다. 스리나가르(Srinagar)에 있는 기상청에서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초 5개월 동안 카슈미르의 강수량이 38% 감소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 데이터는 카슈미르 지역에서 우기 이전의 강수량이 현저히 감소했음을 말해준다. 3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99.5mm의 비가 내렸고, 이는 평균보다 70% 감소한 수준이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3월부터 5월까지 데이터와 비교하면, 각각 16%, 28%, 35%, 26% 순으로 강수량이 감소했다.

카슈미르 농업·농민복지부의 모하마드 이크발 콘하리(Mohammad Iqbal Choudhary) 총책임자는 카슈미르에 있는 용수가 거의 말라버렸으며 그 결과 대부분의 논밭이 경작되지 않은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카슈미르 대학교에서 환경 연구를 가르치는 아시드 자항기리(Arshid Jahangir) 박사는 기후 모델이 이 지역의 암울한 전망을 나타내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향후 카슈미르를 포함하는 히말라야 지역에 극단적인 사건이 더욱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슈미르 지역은 지난 10년 동안 극심한 기후변화를 수차례 겪었다. 홍수, 잦은 집중호우, 폭염, 가뭄, 산사태 그리고 때 이른 눈 소식까지. 카슈미르에서 확인되는 이런 기후변화는 전형적인 형태와 거리가 멀다. 앞으로 이 같은 심각한 일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다. 경제적 손실을 논외로 두더라도 이로 인해 사람들의 삶 자체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1] Special Report on Emissions Scenarios.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 만든 기후위기 시나리오. 사회·경제 유형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설정해 산출하며 2100년까지 내용이 짜여 있다.

평생 해온 일을 그만둬야 할지도

미르 씨 같은 농민들에게는 만약 이 상황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농업을 포기하는 방법 외에 선택지가 없을 것이다. “우리 자식들조차 이 일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자식들이 ‘이렇게 힘겹게 일하고도 결국 손실만 떠안는데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회의를 품을 수밖에 없다. 이 땅은 팔아 치우고 다른 일을 해야 할 것 같다.” 미르 씨의 말에서 희망을 찾기는 어렵다.

카슈미르 지역 인구는 대부분 지역 환경을 고려한 다양한 기술을 이용해 농업에 종사해온 농민들이다. 쌀은 5월에 파종하고 9월에 수확한다. 주요 여름 작물은 옥수수, 기장, 수수, 담배와 면이고, 주요 봄 작물은 보리다.

카슈미르의 남쪽 풀와마(Pulwama) 지역에 사는 뭄타자 바노(Mumtaza Bano) 씨는 2에이커의 땅을 남편과 일구느라 바쁘게 지냈지만, 올해는 이미 수익을 포기한 상태다.

“땅이 메말라 도저히 일구기가 어렵다. 7월인데 용수 시설도 없고 용수로는 말라버렸으며, 수확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우리 마을 사람들 모두가 농사를 포기할 생각을 하며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우리는 시간만 낭비하고 있는 것 같다.” 바노 씨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카슈미르의 명성 높은 지구과학자인 샤킬 아마드 람수(Shakil Ahmad Ramsoo) 교수는 히말라야 지역에 널리 퍼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 수준의 행동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후변화는 전 세계가 맞닥뜨린 현실이다. 건조기와 장기간 집중호우가 반복되는 건 지난 30~50년간의 추세로도 확인된다. 겨울의 강설량은 현재 평균 이하이고 가을은 점점 건조해지고 있으며 봄비는 말라가고 있다. 이 위기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글·사진. Umar Manzoor Shah
번역. 최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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