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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66 에세이

아델의 노래와 낭만주의 시의 관계

2022.01.17 | 사랑을 고민하는 팝음악과 서정시

낭만주의 시인은 19세기 문화적 관심사를 다양한 면으로 정의하였고, 현대음악에서 주목할 만한 자크 브렐부터 아델까지, 오늘날까지 끼치는 그 영향력은 매우 크다. 그들은 순수함을 잃은 상실감과 행복을 되찾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삶의 쓸쓸함에 대해 고뇌한다. 이별 노래는 알고 있든 아니든, 이런 낭만주의의 유산이다.
테일러 스위프트가 최근 재녹음하고 발매한 2012년 앨범 는 그녀의 연애사에 관심 있는 이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Treacherous’와 ‘I Knew You Were Trouble’은 귓가에 맴도는 걸작 트랙 ‘We are Never Ever Getting Back Together’까지 이어진다. 이건 팝 음악이지 비극이 아니다. 스위프트가 말하는 “never ever”는 “never- say- never”라는 가사로 다시 강조된다. 음악은 계속 흐르고 바로 다음 트랙은 ‘Stay, Stay, Stay’다.
이별 노래로 익숙한 아델의 최근 음반 <30>의 주제는 연인과의 헤어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플리트우드 맥의 1977년 음반 처럼 앨범 전체가 이별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수 본인의 이혼과 이로 인해 아들에게 느끼는 죄책감, 얼룩진 삶의 조각을 수습하는 일들이 듣는 이들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된다. ‘To Be Loved’와 같은 노래는 음악을 듣는 이들의 스피커를 부숴버릴 만한 이별 노래다.
이별 곡들은 대개 ‘제발 가지 말아줘’, ‘네가 떠나고 세상이 멈췄어’, ‘너와 헤어져서 참 다행이다 우리 다시는’ 같은 보편적인 감정을 표현한다. 우리 모두가 같은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에 그토록 많은 이별 노래가 인기를 얻고, 그 곡의 커버 버전이 또 인기를 얻는다. 자크 브렐의 ‘Ne Me Quitte Pas(나를 떠나지 마)’는 니나 시몬, 셜리 배시, 스팅, 바바라 스트라이샌드와 같은 다른 가수들에 의해 재탄생되었다. 브렐은 곡에 시적인 감정을 담아내 듣는 이에게 중세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프랑스 현대 샹송의 대표 주자이다. 그는 조르주 브라상이나 레오 페레와 같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팝 음악과 순수문학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 그들은 후기 낭만주의로서 라마르틴, 비니, 빅토르 위고와 같은 작가들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 상실에 대한 애도
낭만주의 시인들은 19세기의 문화적 관심사를 여러 면으로 정의했고, 이는 오늘날까지도 활발하게 영향을 주고 있다. 그들은 순수함을 잃은 상실감과 함께, 지상 낙원을 되찾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삶의 어두운 면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별 음악은 이런 낭만주의 정신을 이어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별이라는 것은 계속 있을 수밖에 없어서 지구상의 천국을 찾아 영원히 헤매게 하기 때문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모든 것들이 나를 설레게 했고 전부 즐겁게 받아들이곤 했는데, 지금의 나는 와인만 마시고 있어 -아델 일부

어른이 되는 것은 어린 시절이라는 찬란한 자각을 애도하는 상태이다. 윌리엄 워즈워스는 ‘불멸의 시’를 보면, 어린아이였을 때 그의 세상은 ‘천상의 빛에 감싸여 있었’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워즈워스는 평생 자연 세계에 대한 열정을 통해 그 잃어버린 ‘빛’을 보상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 헤맸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그림자를 받아들인다면 자연은 여전히 우리를 구할 수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저 꽃이 깊은 사색을 선사한다(To me the meanest flower that blows can give thoughts that do often lie too deep for tears)”라는 워즈워스의 시처럼 말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합리적일 수 없다. 파트너를 계속 바꾸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다른 행복을 찾아 헤매고, 또 다른 낭만주의자들은 화학적인 망각의 길을 걷는다. 아델이 와인을 마시듯.

[©gettyimageskorea]

이별 아티스트, 바이런
낭만주의에 대한 실망감 그리고 ‘와인 남용’의 중심에는, 또 다른 ‘이별 전문 아티스트’인 바이런 경이 있다. 1816년 바이런은, 불행한 결혼 생활과 다시는 만나지 못할 어린 딸, 그리고 근친상간 루머 상대였던 이복 누나 오거스타를 뒤로하고 영국을 떠났다. 항상 유약했던 그의 감정 세계는 산산조각 났고, 그는 영어로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도 복잡한 이별시를 통해 본인의 감정을 써내려갔다.

사랑은 천천히 퇴색되면서 가라앉을 수도 있지만,
갑자기 뒤틀리게 되면, 믿을 수 없게도,
마음은 결국 떠나가버린다. - 일부

모든 ‘우리 절대 다시는’이라는 것은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를 포함할 수밖에 없는데, 갑작스러운 이별 통보는 결말이 깔끔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바이런의 이별 문장은 언제나 보이는 그대로가 아니다. 레이디 바이런을 향한 그의 시들은, 교활한 면모를 내포한 공식 홍보 활동이기도 했다.
테일러 스위프트와 아델처럼, 그는 세상이 본인의 사생활에도 관심을 가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유명 인사였다. 공공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통제까지 할 수 있게 되면서, 그는 본인 명성에 누를 끼칠 수 있는 부분을 제한할 수 있었고 사생활에서 의심할 여지없는 책임으로부터 주의를 돌리기도 하였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받아들이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천국이라는 것은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고 동일하게 반복되기만 해서는 안 되었다.

내 세월의 강을 거슬러 오를 수 있을까
우리의 미소와 눈물의 첫 번째 샘으로
시간의 흐름을 쫓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시들어버린 꽃들의 낡아버린 자리 사이에서
하지만 지금처럼 흐르게 둔다, 미끄러져 내릴 때까지
이름 없는 파도 속으로 - 일부

그는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해도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꽃은 단 한 번 피는 것이고 우리는 아직 남아 있는 여행으로 되돌아가면 된다. 아델이 앨범 <35> 작업을 하게 된다면, 어쩌면 조금 더 초연한 버전이 될지도 모르겠다.

빅이슈코리아는 INSP(International Network of Street Papers)의 회원으로서 전 세계의 뉴스를 전합니다.

※ 더 많은 사진과 기사 전문은 매거진 '빅이슈'266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글. Anthony Howe | 번역. 최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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