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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254 에세이

그저 좋아서, 내 마음이 그래서

2021.07.18 | 디저트가 필요한 순간

어떤 일이든 이유는 있다.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어지는 것은 집에 있는 고양이가 보고 싶기 때문이고, 점심을 든든하게 먹었더라도 오후 네 시만 되면 출출해지는 것은 내 몸이 간식을 원하기 때문이듯, 비록 그 이유가 절대적으로 타당하고 설득력 있지는 않더라도 자고로 핑계 없는 무덤은 없는 법이다. 그러나 간혹 누군가 ‘OO가 왜 좋아?’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히는 경우가 있다. 대체로 그 대상을 진심으로 좋아할 때 생기는 일이다. 면밀히 생각해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답은 ‘그냥’이다. 이를테면 숨을 쉬는 것과 같은 이치다. 누군가 왜 숨을 쉬느냐고 물어보면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바로 떠올리기 어려운 것처럼,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감정이 그저 당연할 때는 그 이유가 곧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 ‘그냥’ 좋아한다고 말하는 곳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 없이 ‘그냥’ 믿고 가는 편이다. 분명히 이유가 없는 이유가 있을 것이므로.

‘릴리우드’와의 만남이 그러했다. 주변에 릴리우드를 좋아하는 사람이 더러 있고, 이유를 물으면 ‘그냥 좋다’는 소리를 가장 먼저 하고는 했다. 그러니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만난 릴리우드는 노란색과 하얀색 줄무늬의 귀여운 어닝이 특징적인 외관에 실내는 빈티지한 화이트 우드 테이블이 네 개 놓인 깔끔한 화이트 톤의 아기자기하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내가 찾아낸 곳은 아니지만 어쩐지 내가 처음 발견한 듯한, 그리고 나만 알았으면 싶은 카페. 이런 분위기만으로도 좋았지만 릴리우드를 더 좋아하게 만드는 요소는 디저트였다.

모양부터 화려하고 세련된 디저트도 좋지만, 이런 디저트보다는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는 디저트를 먹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좀 더 욕심을 부려보자면 그러면서도 보기에 예쁘고, 평범하기보단 좀 더 특색 있으면 좋겠고, 기본적으로 맛있어야 하지만 생각보다 더 맛있는 포인트가 있으면 좋겠다 싶다. 당연하게도 이런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하는 디저트 카페는 손에 꼽는다. 그런데 릴리우드의 디저트는 이 쉽지 않은 요건을 모두 갖춘 것이다(!). 보자마자 귀엽고 예쁘다는 말부터 나오는 모양은 물론이고 다른 곳에서 잘 찾 볼 수 없는 조합, 디저트 하나에 들어가는 재료가 무척 다양한데도 각각의 맛과 식감이 분명하면서도 섬세하고 조화롭게 어울리는 구성. 어떻게 이 어려운 경계에 딱 들어맞는 디저트가 있을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릴리우드(Lilly Wood)
서울시 마포구 서강로11길 18
12:00~18:00
화·수요일 휴무
인스타그램 @___lilly.wood


글 | 사진. 김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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